● 민주통합당 당권·대선 주자들 간의 관계박용진-손학규, 이학영-친노 그룹 대권 정국에서 교감 가능갈라선 박지원-손학규 극적인 화해도 예상돼
당대표를 포함해 선출직 지도부를 뽑은 민주통합당은 조만간 최고위원 4명(청년 노동 여성 지역)과 원내대표 1명을 더한 지명직 최고위원을 더해 당의 새로운 컨트롤 타워를 완성할 계획이다.
새 컨트롤 타워가 출범하고 나면, 민주통합당은 곧바로 선거 체제에 돌입하게 된다. 선거는 당 지도부 중심으로 치러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당대표를 비롯한 새 지도부는 총선, 나아가 대선 정국에까지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치게 된다.
친노 그룹을 대표해 당권 경쟁에 나섰던 한명숙 전 총리는 얼마 전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당대표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라 당의 후보가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돕는 자리"라며 당대표 역할론을 거듭 강조했다.
링 밖에서 '관망 정치'를 이어가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제외한 민주통합당 내 잠재적 대선후보로는 손학규 정세균 전 민주당 대표, 정동영 전 민주당 최고위원, 한명숙 전 국무총리,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 김두관 경남지사 등으로 압축된다.
당권 주자들과 대선 예비주자들은 어떤 역학관계를 유지하고 있을까.
한명숙 문성근은?
대세론을 앞세워 당대표 경쟁에서 줄곧 선두를 달렸던 한명숙 전 총리는 친노 그룹, 민주통합당 내 486세대(40대, 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들 그리고 정세균 전 민주당 대표 등과 두루 교감을 나누고 있다.
한 전 총리가 전면에 부각됨에 따라 친노 그룹의 좌장 격인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 김두관 경남지사, 정세균 전 대표 등은 '후방연쇄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문성근 국민의 명령 대표도 한 전 총리와 정치적 '궤'를 같이 한다. 문 대표 역시 친노 그룹, 시민사회단체와 친분이 두터울 뿐 아니라 문재인 이사장, 김두관 지사와도 가깝다. 문 대표가 당권에 도전한 것도 문 이사장 등의 당내 포석(布石) 차원이다.
박영선 이인영 김부겸은?
세대교체를 외치는 박영선 의원과 이인영 전 민주당 최고위원, 김부겸 의원은 손학규계로 분류된다. 박 의원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MBC 선배인 정동영 전 최고위원 사람이었으나, 최근 들어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많이 가까워졌다.
박 의원의 경우 'BBK 저격수'로 이름을 날렸던 정봉주 전 의원(구속)의 팬클럽인 '정봉주와 미래권력들'의 회원, 한국노총 등 노동계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486을 대표하는 이인영 전 의원도 손학규 전 대표와 무난한 관계를 설정하고 있다. 이 전 의원 역시 한국노총 등 노동계와 이심전심 마음이 통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경기 군포 출마를 포기하고 '사지(死地)'인 대구 출전을 결정한 김부겸 의원은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은 당내에서 대표적인 손 전 대표의 'TK맨'이다.
박용진 이학영 이강래는?
박용진 전 민주노동당 대변인과 이학영 전 YMCA 사무총장은 특별히 가깝게 지내는 잠룡(潛龍)은 없다는 게 민주통합당 관계자의 전언이다. 하지만 새 지도부가 꾸려지고, 당내에서 대권 경쟁에 가속도가 붙으면 어느 한 쪽과는 손을 잡을 수밖에 없는 게 필연이다.
박 전 대변인의 경우 노동계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손학규 전 대표와도 통하지 못할 게 없다. 이 전 사무총장은 시민사회단체의 전폭적인 지원사격을 받고 있다. 따라서 친노 그룹을 대표하는 문재인 이사장 등과 교감할 수 있고, 손학규 전 대표와도 거리를 좁힐 수 있다.
이강래 전 민주당 원내대표는 같은 전북 출신인 정동영 전 최고위원이나 정세균 전 대표와 친분이 남다르다. "이 전 원내대표가 당권 경쟁 과정에서 DY(정동영)의 조직을 흡수했다"는 말이 나왔던 이유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정 전 최고위원의 입지가 많이 좁아진 터라 이 전 원내대표의 고민도 깊어갈 수밖에 없다. 당권 경쟁에 나선 주자 9명 중 정 전 최고위원의 사람이라고 해봐야 이 전 원내대표 1명뿐이기 때문이다.
'킹 메이커' 박지원의 선택은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자타가 공인하는 '킹 메이커'다. 박 전 원내대표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당선에 큰 밑거름이 됐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당대표 경선 전만 해도 박 전 원내대표는 손학규 전 대표와 굳게 손을 잡고 있었다. 하지만 야권 통합 과정에서 둘의 사이는 갈라졌다. 손 전 대표 측은 "박 전 원내대표가 통합을 저해한다"며 눈을 흘겼고, 박 전 원내대표 측은 "손 대표가 충분한 상의도 없이 일방통행을 추진한다"고 맞불을 놓았다. 때문에 당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등을 돌렸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고 박 전 원내대표와 손 전 대표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두 사람은 서로에게 반드시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참여정부 시절 한때 고초를 겪었던 박 전 원내대표 입장에서 보면 친노보다는 아무래도 손 전 대표와 잘 통한다. 손 전 대표로서도 민주통합당의 근간인 호남의 지지 없이 '큰 꿈'을 꾸기는 어렵다. 두 사람이 당대표 경선 이후 극적으로 화해의 자리를 마련할 거라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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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