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현대백화점그룹이 계열사인 현대홈쇼핑을 통해 국내 여성복 1위 기업인 한섬을 인수했다.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사업 다각화를 노리는 현대백화점그룹과 지배구조 리스크 해결을 꾀하던 한섬의 이해가 잘 맞은 결과로 풀이된다. 이번 인수를 총괄한 은 기존에 패션업계를 주도하던 , 과 함께 재계3세 패션대전의 주인공으로 우뚝 서게 됐다.

현대홈쇼핑 앞세운 한섬 인수

현대홈쇼핑은 지난 13일 한섬의 창업주이자 최대주주인 정재봉 사장 일가의 지분 34.65%(853만2,763주)를 4,2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현대홈쇼핑이 인수한 지분에는 정 회장 지분 26%, 정 회장의 아들 정형진 한섬피앤디 대표 지분 4.65%, 정 회장의 아내인 문미숙 이사 지분 2.92%, 계열사 한섬커뮤니케이션 보유지분 1.07%가 포함돼있다.

현대홈쇼핑은 한섬 지분의 인수목적으로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패션사업 진출), ▲홈쇼핑의 유통망을 활용한 시너지효과 도모, ▲고품격 이미지 강화 및 차별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를 꼽았다. 현대홈쇼핑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현대백화점그룹은 "한섬은 주요 백화점에서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회사로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 가치도 높다"라고 인수배경을 밝혔다. 현대백화점그룹은 그간 돌았던 인수소문에 대해 단순 루머라며 일축해왔다.

공시 당시 현대홈쇼핑의 자기자본이 8,005억원이었음을 감안할 때 이번 인수를 위해 현대홈쇼핑은 자기자본의 52.47%를 쏟아부은 것으로 확인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상대적으로 자금이 풍부한 현대홈쇼핑을 내세운 현대백화점그룹의 노림수가 적중했다고 보고 있다.

부잣집에 시집간 똑똑한 맏며느리

현대백화점그룹의 한섬 인수에 증권가에서는 '마침내 제 짝을 찾았다'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사업 다각화와 신성장동력 발굴을 꾀하던 현대백화점그룹과 지배구조 리스크 해결을 위해 자본력 있는 매입주체를 찾던 한섬 모두를 만족시키는 결과라는 내용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백화점, 홈쇼핑 등 24개 계열사를 갖고 있으며 유통의 매출비중이 전체의 80%에 달한다. 그러나 현대백화점그룹은 롯데, 신세계 등 경쟁사들이 주력하고 있는 대형마트, 편의점 등에 여러 번 진출을 시도했으나 높은 진입장벽 때문에 실패했던바 있다. 유통 부문의 신사업을 개척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함으로써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유통외 부문인 패션사업을 개발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한섬은 현대백화점그룹의 입맛에 딱 맞는 매물이었다. 1987년 설립된 패션전문업체 한섬은 백화점 여성복 1위 브랜드인 타입을 비롯, 마인, 시스템, SJSJ 등 국내 고급 브랜드를 차례로 성공시킨 명실상부 국내 여성복 1위 기업이다. 또한 해외명품인 발렌시아가, 끌로에, 랑방, 지방시 등의 국내 영업권과 라이선스를 보유, 지난해 매출 5,023억원, 영업이익 1,051억원을 기록한 데다 부채비율은 13%밖에 되지 않는 알짜배기 회사다. 해외 명품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백화점들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존재임에는 분명하다.

현대백화점그룹이 한섬의 경영권을 확보, 패션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경우 기존의 고품격 이미지를 확고히 함은 물론 한섬의 우수한 디자인 역량 등 프리미엄 노하우를 통해 패션 명가로 단숨에 뛰어오를 수 있을 전망이다.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한섬 또한 현대백화점그룹에 인수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을 예정이다. 그동안 한섬은 독보적인 여성복 1위 기업이라는 위상에도 불구하고 2세 기업승계 불확실로 매각설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딸 정수진 실장과 아들 정형진 상무가 경영에 참여했지만 패션사업에는 별 뜻이 없다는 것이 밝혀진 영향이 컸다. '설'로만 남아있던 회사매각작업은 2010년 8월 한섬이 공식적으로 최대주주 지분매각을 인정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한섬의 발표 당시 가장 유력한 인수협상 상대는 SK네트웍스였다. 한섬과 SK네트웍스는 M&A 합의를 끝마치고 최종 가격 조율만 남겨둔 상태였다. 그러나 협상은 3,000억원대를 제시한 SK네트웍스와 4,000억원 이상을 고수한 한섬 간에 가격차가 해결되지 않아 1년 넘게 끌다가 지난해 7월 공식적으로 결렬됐다. 4,200억원이라는 거금을 선뜻 내놓은 현대백화점그룹이 고맙게 여겨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성장이 가파르지 않았던 한섬 입장에서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은 셈"이라며 "짧은 시간 안에 패션업계 빅3로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현재 패션업계는 제일모직, LG패션, 코오롱, 세정 등이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고 한섬은 신세계인터내셔날(SI), 패션그룹형지, 신원, SK네트웍스 등과 중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한섬이 백화점과 홈쇼핑 등 현대백화점그룹의 막강한 유통영업망을 잘 활용만 한다면 쉽게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3년 공들인 회장 정지선의 첫 작품

현대백화점그룹의 한섬 인수는 처음부터 끝까지 정지선 회장의 작품이었다. 72살 고령의 정재봉 한섬 사장은 유행에 민감한 패션사업을 매각을 결심, SK네트웍스와 매각협상을 했으나 결국 결렬됐다. 이후 업계에서는 한섬이 SK네트웍스만한 짝을 다시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던 것이 사실이다.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
정지선 회장은 한섬 인수에 정 사장 측이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4,000억원을 초과한 4,200억원을 배팅했다. 인수대금 4,200억원은 매입주체인 현대홈쇼핑의 내부 유보금 8,800억원의 절반이다. 정 회장은 현대홈쇼핑의 내부 유보금 4,200원을 빼내 현금으로 한섬 측에 지불하기로 했다. 인수를 마무리 짓기 위해 직접 정재봉 사장과 담판을 짓기도 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한섬 인수는 2008년 정지선 회장이 취임한 이후 3년 동안을 통틀어 첫 M&A다. 외부노출을 꺼려 '은둔의 경영자'로까지 불리는 정 회장의 첫 선택이 마침내 시작됐다는 점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유망 사업에 대한 M&A를 통해 그룹의 신성장동력을 발굴한다는 내용으로 지난 2010년 발표한 '비전 2020'의 현실화로 읽힐 수 있는 탓이다.

첫 선택이니만큼 한섬에 대한 정지선 회장의 애정도 상당하다. 정 회장은 한섬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성장성을 키운다는 명목으로 임직원들의 고용을 보장하고 정재봉 사장에게 경영권을 맡길 예정이다. 고급 브랜드의 이미지를 깎아내리지 않기 위해 홈쇼핑에서 한섬 브랜드를 판매하지 않겠다는 점도 분명히 밝혔다. 대신 한섬이 지닌 기획, 제조 능력을 활용해 홈쇼핑에서 판매되는 패션 상품들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재계3세 패션대결 발발

재미있는 점은 정지선 회장의 합류로 재계3세간의 패션대전이 발발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과 등 재벌가 딸들이 벌여온 패션전쟁에 정 회장이 끼어들면서 패션대전이 확장됐다는 내용이다. 이 부사장과 정 부사장이 각각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손녀와 외손녀인 점과 정지선 회장이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인 것을 감안할 때 삼성가-현대가 3세간 패션대전으로 볼 수 있어서 더욱 흥미롭다.

의 제일모직은 올해 봄부터 2030 여성들을 타깃으로 한 트렌드 캐주얼 여성복 브랜드를 신규 론칭할 계획이다. 그간 신사복과 빈폴에 주력해왔던 제일모직이 사업 역량의 분산을 꾀하는 셈이다. 제일모직은 이미 구호, 르베이지 등을 통해서 여성복 시장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던 터라 더욱 주목되고 있다. 특히, 제일모직이 전자재료와 케미칼 부문에 강점을 가진 박종우 사장을 영입한 이후 온전히 패션사업에만 매진할 수 있게 된 이 부사장의 강력한 진두지휘가 예상되고 있다.

도 패션업계에서는 엄청난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예고와 미국 로드아일랜드디자인스쿨(그래픽디자인 전공)을 나온 정 부사장은 1990년대 후반부터 신세계인터내셔날을 통해 아르마니와 센존 등 해외 명품 브랜드를 국내로 들여오고 있으며 국내 패션 브랜드인 보브와 지컷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회생절차를 밟고 있던 토종 패션 브랜드 톰보이를 인수하기도 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번에 정지선 회장이 인수한 한섬에 이서현 부사장, 정유경 부사장도 관심을 보였다는 점이다. 이 부사장과 정 부사장은 그동안 명품시장은 물론 국내 기업 인수합병전에서도 여러 차례 맞부딪쳤던바 있다. 정 회장의 한섬 인수로 두 사람의 긴장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섬의 브랜드 중 타임은 이 부사장이 이끄는 구호의 라이벌이며 시스템과 SJSJ는 정 부사장의 보브, 지컷과 고객군이 겹치는 탓이다.

정지선 회장은 한섬 인수를 시작으로 국내외 고급 브랜드 추가인수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현대홈쇼핑 측은 "국내외 브랜드 및 해외 럭셔리 브랜드의 신규 론칭을 통해 패션사업을 볼륨화하고 다각화해 나갈 예정"이라며 "국내외 패션시장을 선도하는 세계적인 패션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점포수, 총 매출액은 높지 않지만 '부촌'인 강남 요지를 섭렵해 고급 백화점 이미지가 강한 현대백화점그룹이 한섬 이외에 국내외 고가 브랜드를 섭렵할 경우 확실한 시너지 효과가 날 예정이다.

현대홈-한섬 모두 '알짜배기' 시너지 효과 극대화 예상

현대홈쇼핑이 한섬을 인수한 가운데 양사의 실적 성장세가 화제가 되고 있다. 현대홈쇼핑과 한섬 모두 매년 10~20%의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어 이번 인수가 가져올 시너지 효과 극대화가 예상되는 까닭이다.

현대홈쇼핑의 최근 몇 년간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홈쇼핑의 지난해 3분기 말 누적 매출액은 5,235억원으로 4,191억원을 기록한 2010년 3분기와 비교해 24.9%나 늘어났다. 같은 기간 기록한 1,132억원의 영업이익과 1,069억원의 순이익도 전년대비 각각 16.8%, 31% 늘었다. 덩치도 커지고 실속도 챙겼다.

2008년 4,000억원대 초반의 매출을 기록했던 현대홈쇼핑은 이듬해 24%의 매출성장률로 5,000억원 고지를 돌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9.7%, 순이익은 61.6%라는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2010년에도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은 전년대비 각각 11.8%, 11.2%, 33.8% 급증했다. 국내 홈쇼핑 시장에서 3위에 머무르고 있지만 무서운 추격으로 격차를 줄이고 있는 현대홈쇼핑은 20%를 웃도는 높은 영업이익률로 1, 2위인 GS샵, CJ오쇼핑(양사 모두 영업이익률 15% 안팎)의 아성을 넘보고 있다.

한섬 역시 현대홈쇼핑과 마찬가지로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섬의 지난해 3분기 말 누적 매출액은 3,233억원으로 전년대비 12.7% 늘어났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54억원, 순이익은 476억원으로 각각 38.4%, 14.9% 증가했다.

2009년 3,869억원을 기록했던 한섬의 매출은 이듬해 15.6%의 성장률을 보이며 4,000억원대에 진입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25.3%, 39.9%라는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현대홈쇼핑과 마찬가지로 외형과 내실 모두 다부지게 챙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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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