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지로 뛰어든 정객들 운명은…김부겸·이정현·전현희 등 텃밭 포기하고 死地로 출마승리땐 당내 스타로 급부상 대선 지형에 영향 미칠듯박근혜·손학규 동참 가능성도

제19대 국회의원 총선거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사지(死地) 출마'다. 당선이 보장되는 자신의 지역구를 떠나 당락이 불확실한 지역에 도전하거나 처음부터 열세지역에 출마하는 경우다.

이는 당의 승리라는 대의를 위해 불쏘시개가 되겠다는 사즉생(死卽生ㆍ죽으려고 하면 산다)의 각오와 함께 대선의 전초전 성격을 띤 총선의 특성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사지 출마'가 주목받는 것은 이들 지역 출마자 중 상당수가 대선 예비주자이거나 중진들로 총선 후 당 안팎의 역학관계와 대선지형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잠룡들은 사지에서 승리할 경우 비상의 날개를 달겠지만 패한다면 회복하기 어려운 치명타를 입을 수도 있다. 정치 초년생은 사지에서 살아올 경우 스포트라이트와 함께 단숨에 중앙 정치인 반열에 들어설 수 있다.

사지 출마 바람은 민주통합당에서 시작됐지만, 총선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한나라당으로까지 전이될 듯한 분위기다. 아직까지 한나라당에서 거물급의 사지 출마는 가시화된 게 없지만,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객관적인 판세상 사지 또는 열세지역에 출마하는 정객들은 10명 정도. 민주통합당에서는 정세균 전 민주당 대표, 정동영 전 민주당 최고위원, 김부겸 최고위원, 장영달 전 의원, 전현희 의원과 '문성길 트리오(문재인 문성근 김정길)' 등이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입'이었던 이정현 의원이 하나의 밀알을 자처하고 나섰다.

대권 향한 잠룡들의 승부수

민주통합당 잠룡 중 한명인 정세균 전 대표는 일찌감치 서울 종로 출전을 선언했다. 이곳은 1992년 14대 총선부터 2008년 18대 총선까지 재ㆍ보궐선거 2차례를 포함한 모두 7번의 선거에서 한나라당은 6승 1패의 압도적 우위를 지켰다. 최근 20년 동안 민주당의 승리는 15대 재선거 때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 유일하다.

이곳에서 3선을 지낸 박진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한나라당에서는 대안 찾기에 고심해 왔다. 그러던 차에 지난 26일 조윤선 의원(비례대표)이 "종로를 지킨다면 한 석 이상의 의미를 가질 것"이라며 종로 출마를 선언했다.

또 다른 잠룡인 정동영 의원은 최근 3선을 한 전주 덕진구를 포기하고 서울 강남 출마를 밝혔다. 좀처럼 지지율 반등의 기미가 없던 정 의원은 지난해 연말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정국 때 '좌 클릭'을 하며 노동계에 손을 내밀었으나 소득은 별로 없었다.

설상가상 지난해 12월 당대표 1차 경선에서 측근인 이종걸 의원이 탈락하자 정 의원은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정가에선 정 의원의 강남 출마가 대권의 마지막 승부수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신경민
하지만 한나라당의 철옹성인 강남은 결코 쉽지 않은 곳이다. 강남 갑에는 재선의 이종구 의원이 버티고 있고, 서초 갑에서는 이혜훈 의원, 서초 을에서는 고승덕 의원이 수성을 다짐한다. 강남 을은 지난해 공성진 의원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낙마하면서 공석이 됐지만 민주통합당 전현희 의원이 도전장을 낸 상태다.

최근 야권의 유력한 대선주자로 급부상하고 있는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은 한나라당 텃밭인 부산의 사상구에 출마한다. 이 지역은 현역인 한나라당 장제원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다수 후보자들이 나선 가운데 김대식 전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과 권철현 전 주일대사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섶을 쥐고 불속에 뛰어들다

절대 열세 지역인, 그야말로 '사지'에 출마하는 인사도 있다. 경기 군포에서 내리 3선에 성공한 민주통합당 김부겸 의원은 대구 수성 갑 출마를 확정했다. 경북 상주가 고향인 김 의원은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과 함께 당내에서 대표적인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TK맨'이다. 김 의원은 사지 출마 바람의 진원지나 다름없다.

수성 갑의 현역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경제 교사'으로 불리는 이한구 의원이다. 이 의원은 18대 총선에서 80%에 가까운 지지율로 가볍게 금배지를 달았다.

한나라당에선 살레시오고 출신인 이정현 의원(비례대표)이 광주 서구 을에 출마한다. '호남예산 해결사'로 통하는 이 의원은 얼마 전 지역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21.9%를 얻어 예비후보 7명 중 1위를 차지했다. 이 지역의 현역은 5선을 자랑하는 김영진 민주통합당 의원으로 여론조사에서 19.9%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장영달 전 의원과 전현희 의원도 도박에 가까운 모험을 택했다. 4선의 장 전 의원은 한나라당의 아성인 경남 의령ㆍ함안ㆍ합천에서 조진래 한나라당 의원에게 도전장을 냈다.

비례대표로 18대 국회에 입성한 전 의원은 강남 을에 출사표를 던졌다. 한나라당의 안방 격인 강남 을은 공성진 의원의 낙마로 무주공산인 상태로 출마자가 넘치고 있다.

문성길·김성호 트리오는?

친노 그룹을 대표하는 '문성길 트리오'는 부산에서 동시에 출격한다.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 외에 문성근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이 북구ㆍ강서구 을에,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장관은 진구 을에 나온다.

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판세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지만, 현재까지 지역 여론조사 등을 보면 '문성길 트리오'의 본선 경쟁력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문성근 위원이 출마하는 북구ㆍ강서구 을의 현역은 친박계의 허태열 의원이다. 허 의원은 "박 위원장을 위해서라면"이라며 백의종군을 다짐해 출마가 유동적이다.

김정길 전 장관의 진구 을은 친박계인 이종혁 의원이 버티고 있어 앞서 북구ㆍ강서구 을과 함께'노무현-박근혜'대리전 양상을 띤다.

반면 민주통합당 '김정호 트리오'는 자신의 지역구를 떠나기는 하지만 비교적 순탄한 곳에 나서 뒷말이 무성하다. 요즘 분위기라면 이들의 예상 출마지역은 적지라기보다 영토에 가깝다.

담양ㆍ곡성ㆍ구례에서 3선을 지낸 김효석 의원은 서울 강서 을, 안산 단원 갑이 지역구였던 4선의 천정배 의원은 서울 동작 을 출마를 발표했다. 또 장흥ㆍ강진ㆍ영암의 맹주였던 3선의 유선호 의원은 15대 때 배지를 달았던 경기 군포 출마를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당 일각에서는 중진들의 수도권 출마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수도권은 어느 때보다 야권의 승산이 높은 만큼 중진들의 '기득권 포기'는 명분에 불과할 뿐, 실리를 챙기려는 꼼수라는 것이다.

허동준 동작 을 지역위원장은 지난 2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작 을은 천정배 의원이나 이계안 전 의원이 신경을 안 써도 이길 수 있는 지역"이라며 "중진을 자처하는 분들이 대의명분을 내세우면서도 실제로는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찾는 모습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출마를 위한 교언영색을 멈추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현대자동차 사장 출신인 이계안 전 의원은 천 의원에 앞서 동작 을 출마를 발표했다.

거물 박근혜·손학규의 선택은

당 쇄신을 위해 총선에 나가지 않기로 한 장제원 의원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서울 종로 출마를 권유하고 나섰다. 장 의원은 얼마 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서 "박 위원장이 종로 등 상징성 있는 지역구에 나가서 한나라 바람을 일으키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 위원장은 "정치를 안 하면 안 했지, 지역구를 옮기는 것은 지역구민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며 지역구 이전 또는 비례대표 출마에 대해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박 위원장의 분명한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당 안팎에서 박 위원장의 총선 등판론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수도권에서 한나라당의 열세가 예상되는 만큼 박 위원장이 간판으로 나서야 그나마 비빌 언덕이 생긴다는 논리다.

지난해 4ㆍ27 보궐선거 승리로 '작은 기적'을 일궜던 손학규 전 대표에 대해서는 서울 강남 또는 분당 을 재출마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손 전 대표는 여전히 "당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바는 없지만 적어도 분당 을은 아니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손 전 대표는 얼마 전 자신의 정책특보를 지낸 김병욱 지역위원장과 함께 분당지역의 한 시설을 찾았다.

김 위원장은 손 전 대표가 아끼는 후배 중 한 명이다. 유력 대선주자 중 한 명인 손 전 대표가 새카만 후배가 뛰고 있는 지역에 나서지는 않을 거라는 얘기다. 손 전 대표는 조만간 총선 출마 여부 등과 관련한 자신의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동영 포기 전주 덕진구, 여야 전쟁터로… 전 앵커 출마 여부 최대 변수

● 터줏대감들 떠난 지역은 누가 차지할까

터줏대감들의 적지 출마 못지않게, 그들이 떠난 자리의 새 주인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동영 민주통합당 의원이 3선을 지낸 전주 덕진구는 오래 전부터 뜨겁게 달아올랐다. 한나라당에서는 최안식 한국중재원장이 일찌감치 후보등록을 마치고 밭갈이에 여념이 없다.

민주통합당에서는 황인택 치과의사, 이재규 노무현 재단 전북위원회 시민사회위원장, 김성주 전 전북도의회 환경복지위원장, 자유선진당에서는 백병찬 포천중문의대 객원 연구위원, 통합진보당에서는 방용승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 등이 뛰고 있다.

정 의원의 전주고-MBC 동기인 전 앵커는 최근 민주통합당 대변인에 전격 선임되면서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신 대변인 본인은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이 지역의 유력 후보임에는 틀림없다는 게 중론이다.

정세균 전 민주당 대표가 길을 터준 무주ㆍ진안ㆍ장수ㆍ임실도 바늘 하나 꽂을 틈이 없다. 민주통합당에서는 박민수 변호사, 양영두 전 민주당 대중문화예술특위위원장, 이명노 전 서울지방국토관리청장, 최성칠 변호사, 황영상 진안ㆍ무주ㆍ장수ㆍ임실 발전연구회장, 안호영 변호사, 장여진 전 남도일보 정치부장, 무소속으로는 한선우 전 공무원 등이 필승을 장담하고 있다.

김부겸 의원이 떠난 군포도 여의도 입성을 꿈꾸는 예비주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한나라당에서는 유영하 전 인천지검 검사, 금병찬 군포발전전략연구소장, 지석모 국민생활체육 전국사무처장단협의회 회장, 부창렬 전 군포시생활체육회장, 강대신 뉴라이트 학부모 연합 공동대표, 김영재 나눔희망봉사회장이 티켓을 노린다.

민주통합당에서는 안규백 의원(비례대표), 조완기 전 군포 시의원, 정윤경 전 경기대 주임교수, 하수진 전 김부겸 의원 보좌관, 송재영 전 군포 시의원이, 무소속으로는 조용민 전 공무원 등이 '포스트 김부겸'을 외치고 있다.

'절대강자' 김효석 의원이 자리를 내놓은 담양ㆍ곡성ㆍ구례에서는 고현석 전 곡성군수, 국창근 전 의원, 김재두 전 민주당 수석부대변인, 이개호 전남도 행정부지사, 이주희 전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연수원 교수 등이 민주통합당 예비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유선호 의원의 지역구였던 장흥ㆍ강진ㆍ영암에는 김영근 전 한국경제신문 정치부장, 유인학 전 의원, 국령애 전 전남 도의원, 황주홍 전 강진군수, 김명전 전 EBS 부사장(이상 민주통합당), 김성일 재경영암향우회자문위원, 김태형 전 공무원(이상 무소속) 등이 금배지에 도전장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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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