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해찬, 총선·대선 '보이지 않는 손'"민심 이끄는 후보라면 대선서 꼭 승리" 자신감… 망설인 박시장도 당선 견인문재인 급상승하면서 '킹메이커' 가능성 관심

야권의 '혁신과 통합' 인사들과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해 10월 30일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오찬모임을 가졌다. 왼쪽부터 이용선 '혁신과통합' 상임대표, 이해찬 상임대표(전 국무총리), 박원순 시장, 문재인 상임대표(노무현재단 이사장), 문성근 상임대표(민주통합당 최고위원). 주간한국 자료사진
“안철수 교수가 아니어도 정권교체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지난해 10월 30일 야권의 ‘혁신과 통합’ 인사들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함께한 오찬 모임을 전후해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정권교체’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물론 몇가지 단서를 전제로 했지만 정권교체라는 큰 흐름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바람(安風)이 거셌지만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높은 지지율이 여전하고, 야권 잠룡들의 지지율은 미미해 일견 ‘희망사항’으로 비쳐지기도 했다.

이 전 총리가 정권교체에 자신감을 보인 핵심 전제는 바로 ‘민심(民心)’이었다. 안철수라는 개인이 아니고, 안철수를 매개로 해서 정권이 교체되기 바라는 민심이 형성돼 있기 때문에 이 민심을 끌어 올 수 있는 후보라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이 전 총리는 이후 “총선, 대선을 어떻게 치를지 그림은 그려져 있다”고 밝혀왔다. 4월 총선과 12월 대선에 대해, 그리고 야권의 대선주자들과 관련해 여러 전망과 말들이 난무하지만 이 전 총리의 언급이라면 달리 볼 필요가 있다.

이 전 총리는 자타가 인정하는 ‘선거 전략의 달인’, 현재 활동하는 ‘정치 9단’이란 평가가 따른다.

이 전 총리는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캠프에서 선대위 기획본부장을 맡아 후보 단일화 여론조사와 선거 전략에서 결정적인 기여를 해 노무현 대통령 당선에 1등 공신이 됐다. 지난 1997년 대선과 1995년 초대 서울시장 선거 때는 각각 김대중 캠프 기획본부 부본부장과 조순 캠프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 승리를 이끌어냈다. 이 전 총리는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막후 역할로 박원순 후보의 승리를 일궈내 또 한번 그의 역량을 입증했다.

그는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백두대간 종주를 하며 출마를 망설이던 박원순 시장을 선거에 나서게 한 장본인으로 알려져 있다. 박 시장이 종주를 8월 말에 끝내고 내려가겠다고 하자 “당장 내려와 시작을 하라”며 윽박질러 곧바로 서울시장 선거전에 뛰어들게 하고 끝내 박 시장을 당선시켰다.

지난 15일 민주통합당 전당대회가 친노세력의 부활로 상징되는 한명숙호가 출범하면서 이 전 총리에 대한 평가는 최고조에 달했다. 한명숙 대표와 문성근 최고위원을 당권 도전에 나서게 하고 경선 1, 2라는 최고의 결과를 이끌어낸 막후가 이 전 총리였기 때문이다.

이 전 총리가 당 안팎에서 차지하는 위상도 앞으로 총선과 대선에서의 ‘역할’을 기대하게 한다. 그는 현재 야권을 구성하고 있는 민주계, 친노계, 노동ㆍ시민단체를 아우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좌장격 인사다.

그는 1974년 민청학련 사건과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에 연루되는 등 오랜 민주화운동 전력과 DJ와의 인연으로 정계에 입문한 후엔 당 정책위의장을 두 번이나 맡고 DJ정부 초대 교육부 장관을 지냈으며, 노무현 정부에서는 국무총리를 역임했다. 그만큼 야권에 두루 발이 넓고 야권 구심체인 민주통합당의 누구와도 통할 수 있는 인물이다.

게다가 대표적 친노 인사인 문재인 노무현 재단이사장이 최근 야권의 대선주자로 지지율이 급상승하면서 이 전 총리의 ‘킹메이커’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전 총리는 지난해 초부터 지인들에게 “야권통합정당을 만들어 당권은 한명숙, 대권은 문재인으로 가야 한다”고 얘기해 왔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이 큰 판을 기획할 수 있는 인사는 이해찬 전 총리 뿐”이라는 말이 당 안팎에서 나오면서 향후 그의 역할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이 전 총리의 지인들은 그가 스스로 “총선과 대선의 그림은 그려졌다”고 말했듯이 이미 총선과 대선에 관여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폐족’ 됐다는 말까지 나왔던 친노 세력을 다시 규합해 ‘혁신과통합’을 만들어 야권통합을 안착시키고 친노계의 부활을 이끌어낸 것이 그 방증이라는 설명이다.

이 전 총리는 지난해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2주기 때 봉하마을에서 노무현 정부 핵심 인사들에게 “2012년 대선은 ‘이명박 대 노무현’ 구도로 간다”며 문재인 이사장을 비롯한 친노 인사들이 4월 총선에 적극 나설 것을 역설했다.

그는 올해 총선과 대선을 조심스럽게 낙관하고 있다. 유권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20~40대가 야권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어 총선 승리가 예상되고, 이러한 기류는 대선까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앞으로 총선과 대선에서 야권에 유리한 구도를 형성하고, 최적의 후보를 만들어가는데 전력할 것이라는 게 지인들의 전언이다.

야권 통합과 총선의 ‘보이지 않는 손’이자, 유력한 킹메이커인 이해찬 전 총리의 행보에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박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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