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문성근 친노 세력의 당권 장악에 박영선 박지원 이인영 김부겸 등 비노 그룹은 견제구
하지만 민주통합당이 닻을 올리기 전부터 당 안팎에서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여러 정파들이 "통합만이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라는 총론에는 동의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각자의 셈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 15일 당대표 경선 직후 "앞으로 갈등이 적지 않을 거다. 당장 총선을 앞두고 공천권, 주요 당직 인선 등을 놓고 갈등이 표면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리고 그 우려가 점차 현실화되는 듯한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지도부 8명중 비노 5명
지난달 15일 경선을 통해 선출된 당 지도부 6명 가운데 친노(親盧) 측 인사는 한명숙 대표와 문성근 최고위원 2명뿐이다. 하지만 두 사람이 경선에서 얻은 지지율만 40%가 넘었을 만큼 존재감은 대단했다. 지명직 최고위원인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비노(非盧), 남윤인순 내가 꿈꾸는 나라 공동대표는 친노에 가깝다.
민주통합당은 지난달 30일 4선의 이미경 의원을 단장으로 한 제19대 총선기획단 1차 인선을 완료했다. 임종석 사무총장, 이용섭 정책위의장, 우상호 전략홍보본부장, 정균영 수석사무부총장, 김기식 전략기획위원장, 이재경 홍보위원장 등이 기획단에 몸을 실었다. 그러자 "친노의 욕심이 과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미경 의원만 해도 한 대표의 이화여대 후배이자, 여성단체협의회 동지다.
그런 가운데 민주통합당은 지난 1일 강철규 우석대 총장을 공천심사위원장에 임명하는 것으로 출정 채비를 마쳤다. 강 위원장은 개혁성향이 강한 대쪽이라는 '호평'을 듣지만 동시에 친노 그룹 측 인사라는 '한계'도 지적된다. 강 위원장은 참여정부 때 공정거래위원장을 지냈다.
비노 그룹의 견제구
지난달 16일 첫 최고위원 회의에서는 뼈있는 말들이 오갔다. '승자'인 한 대표와 문성근 최고위원 그리고 예상 밖의 선전을 한 은 당의 화합, 정책 등과 관련된 '일반적인' 발언을 했지만, 'DJ의 영원한 비서실장'을 자처하는 등은 의미심장한 날을 세웠다.
486의 대표주자인 이인영 최고위원도 "김대중 대통령은 어쩔 수 없이 IMF(국제통화기금)로 인해, 노무현 대통령은 FTA(자유무역협정)로 인해 신자유주의와 동행했던 측면이 있다"면서도 "이제는 신자유주의 시장경제 노선에 종말을 선언해야 한다"고 말했다.
표면적으로는 김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을 모두 옹호하는 듯한 발언이었다. 하지만 당 내부에서는 이 최고위원도 참여정부나 친노 그룹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는, 비노 그룹으로 보고 있다.
민주통합당 내에서 TK(대구ㆍ경북)의 간판인 김부겸 최고위원은 '도로 열린우리당'을 경계했다. 김 최고위원은 "우리 스스로 조심해야 할 점은 과거 열린우리당 때처럼 우리들의 노력에 의한 것보다 상대방의 실수에 따른 반사이익을 노리는 것"이라고 말해 열린우리당과의 차별화를 분명히 했다.
전략공천 30%가 변수
그렇다 하더라도 당 지도부의 영향력이 완전히 소멸될 거라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향식으로 진행됐던 과거에 비하면 덜하겠지만, 공천심사위원회 구성에 당 지도부의 힘이 상당 부분 작용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전체 선거구의 30% 안팎이 될 전략공천의 경우 지도부가 결정할 방침이다.
사정이 이렇게 되다 보니 당 안팎에서는 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의 극적 화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통합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당대표 경선을 계기로 친노 그룹이 전면으로 나섬에 따라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다시 손을 잡을 가능성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손 전 대표와 박 전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야권 통합과정에서 '공식적으로' 등을 돌렸다. 손 전 대표 측은 "박 전 원내대표 측이 통합을 저해한다"고 힐난했고, 박 전 원내대표 측은 "손 전 대표 측이 절차를 무시한다"고 맞섰다.
하지만 친노 세력의 외연 확장을 마냥 지켜볼 수만은 없는 손 대표나, 호남의 간판으로서 위상을 지켜야 하는 박 전 원내대표나 위기를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손 전 대표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에게 밀리고 있고, 박 전 원내대표는 호남 물갈이론과 싸워야 한다. 두 사람의 극적 화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 이어 대선 정국이 전개될 예정이어서 당내 친노-비노 간 힘겨루기는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