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표 유·불리 엇갈려사주·풍수로 보면 대체로 "야당 유리"주역 해석은 상징적, 언제든 바뀔수 있어

4ㆍ11 총선과 제18대 대통령선거가 다가오면서 '하늘의 뜻(?)'을 전해주는 역술인이 바빠지고 있다.

올해는 총선과 대선이 한꺼번에 치러지는 정치의 해. 새누리당(옛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이 총선 체제를 갖추면서 역술로 정치 운세를 해석하는데 관심을 갖는 정치인, 예비정치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번에 출마하면 당선할 수 있습니까?" "수도권과 고향 가운데 어디에서 출마하면 당선될까요?" "새누리당과 민주당 후보 가운데 어느 쪽이 당선에 유리할까요?"

이렇게 '정치 셈'을 해야 하는 정치인들은 머릿속이 복잡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충청권이 고향인 여권 인사는 야당 바람이 분 수도권 출마에 고민이 많고, 고향에선 현역 의원의 조직력을 극복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수도권에 출마하자니 바람을 잘 타야 하고, 고향에서 출마하려면 조직을 갖춰야 한다.

한국역술인협회 백운산 중앙회장은 "역대 총선에서 공천 심사를 시작할 무렵 정치인이 많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바로 지금이다. 대학 입시에 눈치작전이 필요하듯 정치인들도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를 정할 때도 마찬가지.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사주와 관상 등 역술에 의존하는 이가 많아진다. 후보자가 직접 역술인을 찾는가 하면 가족 등 주변 인물이 사주 풀이를 부탁하기도 한다.

새누리당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경북 구미시 상모동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부근에 세워진 고인의 동상 제막식을 마친 뒤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역학자인 송인창 대전대 동양문화연구소 소장은 "역학으로만 본다면 임진년(壬辰年)엔 야당이 유리하다. 정부ㆍ여당이 힘을 쓰지 못하는 형국이다. 새로운 인물이 대거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새누리당 텃밭이었던 부산ㆍ경남에서도 야당이 약진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한국주역학회와 한국철학회 회장을 역임한 송 소장은 "임진년은 하늘의 기운인 천간(天干)과 땅의 기운인 지지(地支)가 모두 물을 상징한다. 물은 흘러야만 한다. 그러나 임진년을 운세로 살펴보면 천간은 고장지(庫藏地)에 갇히는 형세다"고 말했다. 고장지란 재물을 보관하는 창고다.

주역으로 정치 운세를 볼 때 천간은 정부ㆍ여당을, 지지는 야당과 국민을 상징한다. 물이란 흘러야 제 역할을 하는 법인데, 고장지에 갇힌 물은 썩기 마련.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이기지 못하면 승천하지 못한 이무기 꼴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송 소장은 "용이 못된 이무기는 심술만 남아서 남의 일에 훼방만 놓는 심술꾸러기란 말이 있다"면서 "이무기가 생기면 올해 한 해가 편안하지 못할 수 있다. 정치와 경제, 문화 등 사회 각 분야가 시끄럽게 된다"고 풀이했다.

임진년에서 진(辰)은 동남쪽을 뜻한다. 송 소장은 "임진년에는 동남방에서 문제가 많았다. 최근 정치권 상황을 살펴보면 강원과 부산ㆍ경남에서 정치적으로 지각 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차기 대권주자로 떠오른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김정길 전 의원, 민주당 최고위원 등이 새누리당 텃밭인 부산에서 선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예로부터 임진년엔 동남쪽에서 사건이 많았다. 1952년 5월엔 공산주의자 포로들이 거제도에서 폭동을 일으켰고, 1592년 4월엔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가 이끄는 왜군은 부산을 점령했다.

반대로 4ㆍ11 총선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이 유리하다는 해석도 있다.

문재인
백운산 회장은 "우리나라는 축인(丑寅) 간위방(間位方)으로 목(木)을 중심으로 국운이 이어진다"면서 "임진년에는 물이 많은데 큰물은 마른 갑목(甲木)이 흡수하지만 을목(乙木)은 물에 잠겨 있어 흡수하지 못한다"고 풀이했다.

지간 순서상 갑목이 첫째고, 을목은 두 번째다. 정치권에 맞춰 해석하자면 갑목은 정부ㆍ여당인 새누리당을, 을목은 야당을 상징한다. 각종 악재로 새누리당이 궁지에 몰렸지만 백 회장은 "국운상 갑목이 길하다"고 말했다. 총선과 대선에서 민주당이 유리할 것 같지만 새누리당이 더 유리하다는 해석이다.

송 소장과 백 회장이 주역으로 풀이한 총선 예측은 정반대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우선 주역 해석은 상징적이라 결과를 단정할 수 없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송 소장은 "주역에 나온 점괘를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다"며 "세상에 절대 선도 없고 절대 악도 없다. 역술로 본 운세가 좋더라도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운세를 타고날 순 있지만 운명까지 결정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송 소장은 "총선이 다가오면서 사주를 봐달라는 부탁을 많이 받는데 사실 적중률이 높지 않다"고 귀띔했다. 그는 "분명히 사주로 타고난 운세가 있다. 보통 사람에겐 사주 풀이가 비교적 정확한데 정치인에겐 잘 맞질 않는다"며 "정치인에겐 자신의 사주도 중요하지만 가족과 참모의 사주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사주를 통한 운세에 조직 및 관리 능력과 도덕성을 보완했을 때 당락을 맞추는 확률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운세가 좋은데 선거에서 떨어진 사람과 운세가 나쁘지만 당선된 사람을 잘 살펴보면 궁합이 맞고 능력 있는 아랫사람을 어떻게 거느렸는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부산에서 역술로 유명한 박청화 청화철학관 원장은 총선과 대선에 대해 "대표성을 가지는 자리, 즉 대선에선 특정인이 독주할 거다"고 예측했다. 역술인 사이에서 대선이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에게 유리하다는 말이 돌고 있지만 박 대표의 올해 사주가 나쁘다는 소문도 끊이질 않고 있다.

문성근
총선은 대선으로 가는 징검다리다. 따라서 총선을 진두지휘하는 박 대표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풍수지리 전문가들은 박 대표의 생가와 선영 등을 살펴본 뒤 명당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박 대표의 생가는 대구 삼덕동에 있는데, 대덕산 산줄기가 역행하는 곳이다. 이런 까닭에 풍수가들은 박 대표가 위기에 강한 면모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북 구미 상모동에 있는 선영도 좌청룡 우백호 형상을 제대로 갖춘 명당으로 꼽힌다.

그러나 동작동 국립묘지에 있는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에 대해선 부정적인 평가가 있다. 대한풍수지리학회 강환웅 이사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은 중국 풍수에 따른 결과로 광중(壙中)에 물이 차 지기(地氣)가 모이지 않는 곳이다"고 설명했다. 풍수지리로 볼 때 박 대표는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갖고 있지만 강 이사장은 "부친 묘역보다 선영이 중요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론 좋은 셈이다"고 풀이했다.

민주통합당 정동영 의원의 선영은 순창에 있다. 정 의원 선산을 둘러본 강 이사장은 풍수로 볼 때 명당이라고 할 순 없지만 보통 수준은 넘는다고 평가했다. 그는 "조부모 묘보다 부모 묘가 훌륭하다"고 평했다.

모 풍수가는 야당 대권주자인 정 의원과 김두관 경남지사의 생가가 좋은 자리에 터를 잡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 의원 부모 묘역과 김 지사 선산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자신의 눈에 좋은 점보다 나쁜 점이 많이 보인다는 의미였다. 정 의원 부모 묘역에 대한 평가는 강 이사장과 반대였다.

손학규 의원의 부모 묘는 파주에 있는 천주교 공원묘역에 있다. 몇몇 풍수가는 공원묘역에 있지만 보기 드물게 명당이라는 평가를 내렸지만 익명을 요구한 한 풍수가는 "기본적으로 공동묘지는 명당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고문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생가와 선영에 대한 이야기도 많지만 구체적으로 답사한 풍수 전문가를 찾긴 힘들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최근 공천심사를 담당할 위원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채비를 마쳤다. 조만간 각 지역별로 공천을 신청한 후보 면면이 드러나겠지만, 지역구 출마를 노리는 현역 의원과 예비후보는 모두 좌불안석이다.

특히 물갈이 압력을 받는 몇몇 새누리당 영남권 의원과 민주당 호남권 의원은 공천 심사를 앞두고 수도권으로 지역구를 옮기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미래가 불안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역술에 대한 기대 심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한 정치인은 "국회의원 사이에서 유명한 모 역술원은 상담이 밀려 예약해도 한 달 가까이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역학자인 송 소장은 "미래를 알려준다는 역술인을 경계해야 한다. 미래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 굿과 부적이 만병통치약이라면 미신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선거철이 다가오자 역술 시장은 호황이고 굿과 부적도 느는 게 현실이다.



이상준기자 ju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