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과 SNS를 뜨겁게 달구는 인신매매 괴담

'넷심'이 떨고 있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포털사이트 등을 중심으로 인신매매와 관련된 각종 괴담들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설'들은 인신매매 목격담부터 납치를 당할 뻔하다 가까스로 빠져 나왔다는 등 하나 같이 아찔한 얘기들로 채워져 있다. 실종된 여성이 사지가 잘린 시체로 돌아왔다는 끔찍한 소문도 있었다.

특히 괴담에는 날짜나 지역, 인신매매 수법까지 구체적으로 포함돼 있어 네티즌 사이에서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지인통한 정보 습득

A씨는 최근 지인으로부터 한 통의 문자를 받았다. 대전 대덕구 청소년수련원에서 ○○초등학교 학생 한 명이 납치됐다는 내용이었다.

문자에는 '경찰이 주변에 설치된 CCTV를 봤더니 한 할머니가 몸이 불편하다며 도움을 청하고 아이가 도와주려는 순간 흰색 승합차에서 내린 남자 2명이 아이를 차에 태우고 사라지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한다'는 등 상세한 설명도 포함됐다. 화들짝 놀란 A씨는 해당 문자를 지인들에게 돌리면서 경계를 당부했다.

B씨도 최근 비슷한 경험을 했다. SNS를 통해 '어떤 사람이 접근해 해산물을 맛보거나 냄새를 맡아보라고 하면 자리를 피해라. 마취약 성분인 에틸에테르가 묻어 있어 냄새를 맡으면 정신을 잃고 장기밀매에 당한다'라는 경고를 접한 것. B씨 역시 해당 글을 SNS 상에 퍼 나르며 주의를 요구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온라인과 SNS 상에는 인신매매와 관련된 괴담이 꼬리를 물고 있다. 버스에서 납치를 당할 뻔 했다는 얘기가 대표적이다.

해당 글에 따르면 버스에서 한 할머니가 여학생에게 시비를 걸었다. 거친 언사도 서슴지 않으며 모욕을 주던 할머니가 "예의 교육이 필요하다"며 "버스에서 내리라"고 말한 뒤 앞장 서 내렸다.

그러자 버스기사가 돌연 출입문을 닫고 출발했다. 할머니가 버스에 올랐을 때부터 인신매매단이 탄 것으로 추정되는 검은색 승합차가 따라오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아이를 도와주려다 험한 꼴을 당할 뻔 했다는 소문도 있다. 5살 정도로 보이는 아이가 한 여성에게 '아빠를 찾아달라'며 어두운 골목으로 이끌었고 어귀에 이르자 건장한 체격의 남성 여러 명이 "왔다"고 외치며 다가왔다는 내용이다. 이 여성은 무작정 뛰어 도움을 요청했고 가까스로 괴한들로부터 도망칠 수 있었다고 한다.

상황을 연출, 백주대낮에 납치를 시도했다는 설도 있다. 길거리를 지나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젊은 여성에게 갑자기 '내 남편과 불륜을 저질렀다'면서 골목길로 끌고 가려고 했다는 것. 이 여성은 다행히 지나가던 남성의 도움으로 구사일생으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인신매매 대처법 토론도

이처럼 각종 괴담이 온라인상에 떠돌자 실제 인신매매에 당할 뻔 했다는 증언도 잇따랐다. "○○동에서 할머니를 도와주고 받은 귤에서 아세톤 냄새가 났다" "몸이 불편한 사람을 도와 택시를 잡고 있는데 검은색 승합자가 다가와서 도망쳤다" 등이 그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실종된 여성의의 시신이 장기가 모두 사라진 채 발견됐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인신매매에 대한 괴담 대부분은 특정 지역과 구체적인 장소까지 포함하고 있다. 당연히 해당 지역 주민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괴담에 언급된 지역주민이라고 밝힌 네티즌들은 "나도 이 동네 사는데 무섭다" "밖에 어떻게 나가냐"며 적지 않은 공포감을 호소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급기야 온라인상에는 인신매매 대처법에 대한 열띤 토론까지 진행되고 있다. ▲누군가 도움을 청해 오면 거절할 것 ▲낯선 이가 주는 음식물은 절대 먹지 말 것 ▲종교인, 장애우, 아이, 할머니 등이 말을 걸어오면 경계할 것 ▲호신용품을 항시 지참할 것 등이 주된 내용이다.

그러나 이런 괴담들은 사실상 실체가 없다. 실제, 경찰이 특정 지역이 거론되는 글에 대해 내사를 벌인 결과에 따르면 지금까지 해당 지역에서 인신매매나 살인이 발생한 적은 없었다.

대부분 재가공된 옛 괴담

재미를 위해, 혹은 관심을 끌기 위해 인터넷에 올린 글이 괴담의 진원이다. 괴담의 대부분은 과거 입에서 입을 타고 떠돌던 괴담에 양념이 더해져 재가공된 것들이었다.

그럼에도 네티즌들은 괴담이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혼란스러워하며 공포에 떨고 있다. 이에 경찰은 직접 인터넷을 통해 진화에 나섰다. 경찰청 사이버수사팀 관계자는 홈페이지를 통해 "인신매매 등과 관련해 경찰서에 신고·접수된 내용이 한 건도 없었다"며 "전혀 사실이 아니므로 안심하고 각자 생업과 학업에 열중해 달라"고 당부했다

경찰의 이 같은 발표에 네티즌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리는 모양새다. 그러나 일부 네티즌들은 아직도 인신매매 괴담의 악몽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사실무근이라는 걸 알면서도 마음속 깊이 뿌리내린 공포는 어쩌지 못하고 있는 것.

일부 네티즌들은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걸어오면 일단 겁부터 난다" "이젠 무서워서 남을 도와주지도 못하겠다" "어두운 길을 걸을 때면 나도 모르게 주변을 살피게 된다" 등 괴담으로 인한 후유증을 토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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