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매출 48조원, 영업이익 2조원(이상 증권가 예상치), 국내 정유업계 최초로 '200억불 수출의 탑' 수상…

지난해 GS칼텍스가 세운 기록들이다. 특히 국내기업으로 200억불 수출의 탑을 받은 두 번째 기업이며(첫 번째는 삼성전자) 1983년 2차 오일쇼크 당시 2억불 수출의 탑을 수상한지 28년 만에 100배의 수출 신장세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1967년 국내 최초의 민간 정유회사로 출범한 이후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GS그룹은 현재 허창수 GS그룹 회장, 허동수 GS칼텍스 회장, 허명수 GS건설 사장 등 3세들이 이끌고 있다. 여타 그룹에 비해 秀자 항렬 오너들의 나이가 젊은 탓에 아직 후계구도나 4세 경영을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말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래 부각되는 이들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허동수 회장의 장남인 허세홍 GS칼텍스 전무다.

셰브론서 실무경험 익혀

허세홍 GS칼텍스 전무는 휘문고등학교와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바로 일본 오사키 전기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1994년부터 벵커스트러스트 한국지사, 1998년부터는 IBM 뉴욕지사 등을 거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그 당시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

GS칼텍스로의 귀향을 위한 마지막 정거장으로 허 전무는 2003년 셰브론을 선택한다. 미국 본사와 싱가포르법인에서 경력을 쌓은 허 전무의 선택에는 셰브론이 GS칼텍스와 맺고 있던 긴밀한 관계가 상당 부분 작용했다.

1967년 설립된 이후(당시 호남정유) 1996년 LG칼텍스정유로 그리고 2005년 마침내 지금의 사명으로 이름을 바꾼 GS칼텍스는 설립 당시부터 셰브론과의 합작관계를 이어왔다. 지주회사인 (주)GS에서 올해 초 물적분할로 출범한 GS에너지가 50%, 셰브론이 50% 지분을 가지고 있다. 1986년 9월 50% 지분은 그대로 유지하되 경영권은 넘기겠다는 셰브론의 중대 결정을 통해 단독 경영 체제로 전환됐지만 여전히 GS칼텍스에 대한 셰브론의 영향력은 적지 않으리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평이다.

양사의 관계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셰브론행은 허 전무에게 많은 도움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셰브론 자체가 미국 2위의 정유회사인데다 싱가포르는 세계 3대 원유 거래시장이니만큼 이곳에서 익힌 실무 경험과 글로벌 에너지기업 인사들과의 교분이 허 전무에게 큰 도움이 됐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당시 맡았던 원유 트레이딩과 해외정보 수집은 국내 정유사에게 가장 중요한 업무로 이후 허 전무는 GS칼텍스 싱가포르현지법인에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아들이라고 무조건 경영을 맡길 수는 없다" 이는 허세홍 전무가 GS칼텍스에 들어왔을 때 부친인 허동수 회장이 직접 한 말이다. 다소 진부한 말이었지만 당사자가 허 회장이었던 까닭에 해당 발언의 무게는 적지 않았다. 허 회장 자신이 오너이자 전문경영인의 능력을 동시에 지닌 '미스터 오일'이기 때문이다.

전문경영인 아버지 따라

허 회장은 1966년 연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유학, 위스콘신대에서 화학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셰브론 리서치사에서 3년간 연구원생활을 거친 뒤 귀국해 1973년 호남정유에 입사했다. 40년간을 GS칼텍스에 몸담으며 기획, 수급, 생산 등 전 분야에서 내공을 쌓아왔다. 해박한 이론적 배경 위에 풍부한 현장경험을 지닌 허 회장은 이론과 현장을 철저히 아는 전문가들이 회사를 이끌어야 한다는 신념을 지니고 있다.

허 전무가 밟아온 길은 아버지인 허동수 회장이 걸어온 길과 비슷하다. 다른 오너 자제처럼 만만한 계열사를 통하는 것이 아닌 자기 분야의 선진 기업에서 회사생활을 시작한 허 전무는 부친인 허 회장의 전철을 차곡차곡 밟고 있다. 셰브론사 싱가포르법인에서 근무한 경험을 갖고 2006년 GS칼텍스 싱가포르현지법인으로 바로 들어온 점이나 지난해 여수공장 생산기획담당공장장으로 발령받은 점에 대해 업계에서는 허 전무의 후계교육을 위한 허 회장의 안배로 보고 있다.

국내외서 잇따라 호평

GS칼텍스에 몸담은 허세홍 전무는 호실적은 물론이거니와 국내외의 좋은 평도 휩쓸고 있다. 대표적으로 2008년 세계경제포럼(WEF)이 뽑은 올해의 차세대 리더 245명에 포함된 것을 꼽을 수 있다. 허 전무에 앞서 WEF 차세대 리더에 선정된 오너가 자제가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밖에 없었음을 감안한다면 허 전무를 향한 해외의 호평을 짐작할 수 있다.

2010년에는 석유제품 수출 공로를 인정받아 대한상공회의소가 주관하는 '제37회 상공의 날'에서 산업포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시장 다변화를 위해 러시아산 중질유를 도입하겠다"는 포부도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언론 노출은 꺼리는 편

허세홍 전무의 사생활은 별로 노출된 것이 없다. 인화와 내실을 중요시하며 부친인 허동수 회장을 비롯한 GS그룹 오너일가의 특징이긴 하지만 허 전무의 경우는 정도가 더욱 심하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또래의 오너 자제들과 달리 취미활동을 묻는 질문에 독서라 답할 정도다. 함께 학창시절을 보낸 친구들은 고등학교 시절의 허 전무에 대해 "말수가 적고 조용하면서 예의 바른 수재였다"고 평가한다. 대학생활을 하면서 성격이 활달하게 변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언론노출은 자제하고 있다.

다만 허 전무 또한 가까운 이들과는 격의 없이 지내는 것으로 보인다. GS칼텍스 관계자에 따르면 여수 공장 옆 사택에 거주하는 허 전무는 평소 근무복과 안전화를 착용하고 구내식당에서 임직원들과 식사하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 3•4세 경영인으로 주목받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언론노출은 되도록 피하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허 전무는 이동건 부방그룹 회장의 차녀인 이희정씨와 결혼, 현재 두 딸을 두고 있다. 두 사람의 결혼 당시에도 외부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채 조용히 지나갔다.

GS家 4세로 기대 한몸에

허세홍 전무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주)GS의 지분 1.43%를 보유하고 있다. GS가의 4세 중에서는 가장 많은 주식을 갖고 있어 허 전무의 그룹 내 위상을 쉬이 짐작할 수 있다.

4세 중 자신의 입지를 가장 탄탄히 다져놓은 허 전무에 대한 주위의 기대가 큰 한 배경이다. 허 전무의 부친인 허동수 회장이 창업주인 고 허만정씨의 장남인 고 허정구 삼양통상 회장의 차남인데다 GS칼텍스가 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이 넘는 까닭에 허 회장의 영향력 또한 허창수 GS 회장 못지않은 것도 허 전무의 향후 입지와 역할을 기대하게 한다.

허창수 회장이 오너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지분이 사촌들에게 골고루 나뉘어 있는 '집단경영체제'가 GS그룹의 현재 모습임을 감안한다면 더욱 그렇다. GS그룹의 중심이 4세로 넘어감에 따라 지분 분배와 후계구도가 어떻게 이뤄질지 세간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허 전무에 대한 주목도 점증하고 있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