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관광음식 박람회.
퇴직을 눈앞에 둔 베이비붐 세대들이 대거 쏟아져나오면서 창업시장이 들끓고 있다. 창업 경험이 없는 까닭에 진입 장벽이 낮은 외식업에 몰려들고 있지만 이곳 또한 이미 과포화 상태라 자리 잡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미래가 불투명한 베이비붐 세대들에게는 안정적으로 정착하기까지, 제대로 길을 잡아줄 수 있는 조언자가 무엇보다 필요한 상황이다.

베이비붐 세대 창업러시

지난달 1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1년 12월 중 어음부도율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신설법인수는 6,645개로 전월(5,432개)보다 1,213개 늘었다. 이는 2000년 1월 신설법인 통계 자료를 낸 이후 최대 규모다.

유로존 재정위기와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속에서도 신설법인수가 크게 늘어난 것에 대해 한국은행 관계자는 "경기가 좋아졌다기보다는 베이비붐 세대인 50~60대 퇴직자들의 창업이 증가하면서 신설법인수가 많이 늘었다"고 평가했다. 베이비붐 세대는 1955~1963년에 태어난 이들로 약 712만명(총인구의 14.6%)이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50대 이상 자영업자는 지난해 4월 처음으로 300만명을 넘어섰고 이후 매달 10만명 이상 증가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베이비붐 세대들이 50대로 대거 진입한 영향이 크다. 그러나 전체 자영업자 수가 조금씩 감소하는데 반해 베이비붐 세대 자영업자들은 비율상으로도 늘어나고 있다. 관계자들은 퇴직시기와 맞물린 영향이 크다고 해석한다.

김복순 한국노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자영업의 지속적인 구조조정 여건 속에서 자영업자 수가 증가하는 연령층은 50대 이상의 중고령층"이라며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어느 정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인구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베이비붐 세대 퇴직자들이 자영업에 몰리는 것을 우리 경제의 잠재적인 위협요인으로 꼽고 있다. 이들이 새로운 기술을 갖고 기업가 정신으로 창업에 도전하는 것이 아닌 주로 실패할 가능성이 큰 생계형 창업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본격적인 은퇴시기를 맞은 베이비붐 세대들은 퇴직 이후에도 평균 30~40년 이상 더 살아야 하는 까닭에 노후보장을 위한 경제적인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한 분야에서 일하다가 퇴직한 이들에게 새로운 분야의 창업은 그리 녹록지가 않다.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들이 비교적 큰 기술이 필요치 않고 진입 장벽도 낮다고 여겨지는 숙박업, 외식업, 도소매업 등에 몰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해당업종들이 이미 과포화상태인 데다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창업을 시작하다 보니 아무래도 실패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지난해 상반기에 사라진 7만7,000개의 자영업 일자리 가운데 77%인 5만9,000개가 5인 미만 외식업, 숙박업과 도소매업에 집중돼 있다는 한국노동연구원의 발표가 이를 방증한다.

프랜차이즈 사기 우려

황 칼럼니스트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선택한다고 해도 절대 안심할 수는 없다고 경고했다. 유명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경우 5억~7억원의 적지 않은 초기자본이 필요하고 소액 초기자본만 있으면 되는 곳은 함정일 가능성이 크다는 내용이다.

서울시 강북구 수유동에 사는 정 모씨는 2010년 창업컨설팅사의 말을 믿고 설렁탕 체인점을 내려 했다가 2,000만원을 사기당했다. 재료도 직접 배송해주고 맛에 대한 비법도 전수해준다는 말만 믿고 음식점을 차리려 했으나 회사가 갑자기 사라지는 바람에 애꿎은 가맹비, 인테리어비만 날리게 된 것이다.

정씨처럼 음식점 창업을 하고 싶지만 별다른 경험이 없어 불안해하는 베이비붐 세대들이 프랜차이즈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들을 노리고 프랜차이즈 사기를 계획하는 악덕 업주들을 분별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프랜차이즈 사기 업주들은 30~40개의 가맹점만 유치하고 가맹수익만 챙겨 달아나도 2억~3억씩은 벌 수 있다. 베이비붐 세대 퇴직자가 본격적으로 발생하는 올해에도 관련 사기 피해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프랜차이즈 가맹점 사기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프랜차이즈를 선택하기 전에 가맹사업본부의 지속적인 경영지원 및 지도에 대한 것을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법인 등기부등본, 정보공개서 등의 서류를 확인해 보는 작업이 필요하지만 일반인들에겐 쉽지 않은 일이니만큼 초기자본이 많이 들더라도 사업경력이 오래되고 가맹점 수가 많으며 브랜드 인지도가 좋은 유명 프랜차이즈를 선택하라고 권유한다.

그러나 많은 돈을 들여 유명 프랜차이즈를 선택한다고 모든 어려움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리뉴얼이라는 명목으로 막대한 인테리어 비용을 수차례 떠넘기고도 최소한의 상권보호조차 해주지 않는 프랜차이즈 본사 때문에 애꿎은 가맹점주만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프랜차이즈 업체 본사와 가맹점주 사이의 분쟁조정 신청 건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2008년 291건, 2009년 357건, 2010년 447건에 이어 지난해에는 사상 최대치인 733건이 접수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대형 프랜차이즈 업계의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해 대대적인 조사를 벌이겠다고 나섰다. 앞으로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의 애로사항인 리뉴얼, 매장확장 등에 대한 바람직한 거래 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어길 시 제재를 가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상권보호의 경우 가맹점 계약상 법으로 강요된 보호 조항이 아니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피해는 늘어날 전망이다.

창업 컨설턴트도 조심해야

소규모 개인 창업, 프랜차이즈 가맹 모두 일정 부분의 위험부담을 지니고 있는 탓에 외식 창업 컨설턴트가 인기다. 그러나 최근 자신을 가맹거래사라고 사칭하거나 창업 컨설턴트라고 소개하고 허위∙과장 정보를 제공해 부실 창업을 유도하는 이른바 무자격 컨설턴트들이 활동을 하면서 예비창업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자주 발생해 문제다. 불법이 아닐지라도 창업 시 일회적인 상담만을 하고 후속 사안은 챙기지 않는 경우도 많다.

컨설팅업계 관계자는 "예비창업자들에게는 올바른 길을 제시해줄 수 있는 제대로 된 컨설팅이 필요하다"며 "오랫동안 실전경험을 쌓아 신뢰성 있는 정보를 지니고 있으며 사후관리까지 해주는 업체를 찾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전했다.

아이템·입지 안따지고 덤비면 필패

외식업 창업 실패 이유는?

생계형 창업 중에서도 퇴직자들이 가장 먼저, 그리고 많이 고민하는 업종이 바로 외식업이다. 그러나 창업 컨설턴트들이 "가급적이면 식당 창업은 피해라"라고 할 정도로 외식업 창업의 성공은 쉽지 않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황광해 음식칼럼니스트는 "시장에 대해 전혀 모르면서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는 사람들은 소규모 음식점을 창업하고 이에 부담을 느끼는 이들은 중규모 프랜차이즈 가맹점에 들어간다"며 "두 경우 모두 성공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황 칼럼니스트 조사에 따르면 소규모 음식점을 창업하는 이들은 아이템, 매장 입지 등 장사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없이 무턱대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로만 지내다가 생전 해보지 않았던 일을 시작하는 탓에, 가게 운영의 세부사항에 대해 전혀 모르면서 만만해 보이는 음식장사에 뛰어든다는 것이다.

인천시 부평구 부개동에 사는 손 모씨는 지난 2005년 부평역 부근에 불닭집을 차렸다. 손씨가 불닭집을 차린 이유는 단 하나, 당시 성황하는 아이템이라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창업 초기에는 손님들이 많이 들어왔고 매출도 쏠쏠히 올렸다. 역 근처라 유동인구도 많을뿐더러 가게 인테리어도 나쁘지 않았던 터라 손씨는 앞으로도 장사가 계속 잘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손씨가 개업할 때까지만 해도 주변에서 찾을 수 없었던 불닭집은 2005년 한 해 동안 우후죽순으로 생겨나 이듬해에는 부평상권 안에 10개 이상의 불닭집이 난립하게 됐다. 유행에 민감한 상권이라는 점, 다른 음식과 달리 불닭이 유행을 많이 타는 음식이라는 점 등이 큰 악재로 작용했다. 업주들의 과당 경쟁과 소비자들의 입맛 변화로 손씨는 결국 권리금만을 간신히 챙긴 채 사업을 접어야만 했다.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손씨처럼 사업 아이템과 입지조건에 대한 사전조사가 부족한 채 음식점을 시작하는 이들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선택한 아이템과 매장입지 자체가 유행을 많이 타는지라 순식간에 늘어난 경쟁자들로 손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