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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3세 CEO가 뛴다] <7> 조원태 대한항공 전무

변화 두려워 않는 추진력… 성공 일화 수두룩
지난달 1월 대한항공의 2012년 정기 임원 승진 인사 결과를 받아본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관심을 끌었던 조원태 대한항공 경영전략본부장(전무)이 이번 승진 인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위기 직격탄을 맞은 것 치고는 지난해 경영실적도 크게 나쁘지 않았으며 2009년에 승진해 시기상으로도 무르익은 탓에 조전무의 승진 가능성은 자주 거론됐었다.

그러나 한진그룹 내에서는 조 전무가 이번에 승진명단에 오르지 않았던 것에 대해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미 자신의 사업영역을 확고히 하고 있는 데다 주위의 평판도 좋은 까닭에 직함 상의 승진 여부가 대세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인 까닭이다.

대한항공의 얼굴

조원태 전무는 미국 마리안 고등학교를 거쳐 인하대학교 경영학과와 남가주 대학교 MBA를 졸업했다. 2003년 8월 한진정보통신 영업기획담당 차장으로 입사, 이듬해 10월 대한항공으로 자리를 옮겼다. 대한항공에서는 경영기획팀 부팀장과 자재부 총괄팀장, 여객사업본부장 거쳐 경영전략본부장에 이르기까지 사내 핵심부서를 두루 거치며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현재 유니컨버스, 한진, 한진드림익스프레스, 진에어 등 그룹 계열사의 등기이사도 맡고 있다.

후계자 수업 중인 그룹의 3~4세들이 여간한 자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과는 달리 조 전무는 공식 행사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편이다. 2009년 파리 에어쇼 행사장에서는 부친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대신 대규모 구매계약서에 직접 서명하기도 하고 2010년 대대적으로 개최했던 기업설명회 때는 총괄책임자로서 배석하는 등 조 전무는 최근 몇 년간의 행보로 대한항공에 그의 존재감을 사람들에게 각인시켰다.

지난 2010년 3월 인천 하얏트리젠시 호텔에서 글로벌 항공동맹체인 스카이팀의 최고 경영자 회의가 열렸는데, 이 자리에서 한 기자가 조양호 회장에게 조원태 전무에 대한 평가를 물었던 적이 있다. 말을 아끼던 조 회장 대신 옆자리의 리처드 앤더슨 델타항공 회장이 마이크를 잡고 "조 전무가 스카이팀에서 회원사들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조 회장이 훌륭한 아들을 두고 있어서 부럽다"고 말한 일화는 조 전무에 대한 업계 내의 평가를 단적으로 짐작하게 한다.

이메일보고로 빠른 의사결정

경영인으로서 조원태 전무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추진력이다. 이는 효율성을 위한 업무 개선의 의지로 이어지게 된다. 이런 조 전무의 모습은 회사 업무를 시작한 지 채 10년이 되지 않았지만 벌써 여러 개의 성공 일화를 낳기도 했다.

2004년 대한항공으로 자리를 옮겼을 당시 타사 제품에 비해 뒤처져 있는 그룹웨어를 전면 교체한 것도 조 전무의 용단 덕분이다. 당시 10억원 이상이나 들여 구축한 그룹웨어를 2년도 안 돼 바꾸는 것이 낭비라는 반대도 있었지만 직원들의 지지를 등에 업은 조 전무는 조 회장에게 장기적으로 더 큰 이득이 있음을 설명하며 허락을 받아냈다.

또한 2007년부터 대한항공 업무 프로세스 표준화를 위한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 도입을 주도해 2011년 말 최종 완료함으로써 세계 항공업계 최초로 재무, 자재, 시설, 기내식, 정비, 관리회계, 수입관리 등 전사에 걸친 모든 부문에 대해 ERP 통합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기내에 동승했던 초등학생 승객이 항공기 게임이 너무 재미없다고 불평하는 것을 듣고 직접 자리에 앉아 게임을 해본 뒤 엔터테인먼트시스템 개선안을 관련 부서에 보낸 일화 또한 사소한 것에서도 변화를 모색하는 조 전무의 성향을 보여주는 예다. 격식을 갖춘 회의보다는 수시로 주고받는 메모 형식의 이메일 보고를 통해 빠른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을 선호하는 점 또한 조 전무의 변화와 혁신 의지를 설명해준다.

사람과의 만남을 중요시

조원태 전무는 할아버지이자 한진그룹 창업주인 고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 아버지 조양호 회장과 마찬가지로 사진촬영을 취미로 하고 있다. 조 회장과 출장길에 오를 때면 부자가 나란히 카메라부터 챙긴다는 사실도 널리 알려져 있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것은 조 전무만의 특징이다. BMW를 가장 선호한다는 조 전무는 자녀들에게 어린 시절부터 자동차 이야기를 해줄 정도다.

또한 조 전무는 직원들과의 소탈한 만남을 중요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누구나 출입할 수 있도록 자신의 사무실 문을 항상 열어놓고 현장직원들과도 수시로 만난다. 직원들과 함께 잔치국수, 칼국수 등의 소박한 음식을 자주 먹는 편이고 자신은 술을 못하더라도 회식 때 직원들을 위해 술을 별도로 준비하는 세심함도 보인다. 사내직원들의 애로사항을 확인하기 위해 직원 열린 마당 게시판도 자주 확인, 필요한 건의들은 직접 받아들인다.

조 전무가 조양호 회장의 장남으로서 뛰어난 업무 추진력과 리더십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조 전무의 누나인 조현아 대한항공 전무는 기내식기판, 객실승무, 호텔 부문을, 동생인 조현민 대한항공 상무보는 광고 및 홍보 부문을 맡아 또다른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

젊은 리더 비상하나?

대한항공은 지난해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2009년 이래 전세계 대형항공사들이 대부분 적자를 기록하는 가운데서도 흑자 경영을 유지해온 기조가 흔들린 것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매출이 12조 2,671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6.28% 감소한 4,598억원을 기록한데다 982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환율상승, 고유가 등의 대외 악재가 컸던 탓이다. 신규취항, 적극적인 해외 및 환승 수요 유치 노력 등을 통해 수송객이 늘고 매출이 증가했음에도 역부족이었다.

문제는 올해도 상황이 크게 나아질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런던올림픽, 한미FTA발효 등으로 해외여행 증가에 따른 항공수요 호조와 원화 강세 등의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여전히 글로벌 위기의 가능성이 남아있는 까닭이다.

대한항공은 올해 경영목표를 매출 12조8,200억원, 영업이익 8,200억원으로 수립했다. 이를 위해 1조8,150억원을 투자하고 A380 등 총 14대의 신규 항공기를 도입할 계획이다. 특히 대한항공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A380의 경우 최소 좌석 규모이자 2층 전체가 비즈니스석으로 채워져 있어 '자리를 채워 수익을 낼 수 있는 전략'을 짜야 하는 조 전무의 어깨가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운 상황이다. 대한항공의 젊은 리더 조 전무가 어떻게 날아오를 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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