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11 총선, 이 사람들이 뛴다

허준영(서울 강남 을)
총선을 앞둔 요즘 경찰들은 "우리도 좀 만들어야 하지 않겠냐"는 말을 자주 한다. 오는 4ㆍ11 총선에서는 경찰 출신 국회의원을 많이 배출해야 한다는 의미다.

18대 현역 중 경찰 출신은 이인기(59ㆍ고령 성주 칠곡) 새누리당 의원 1명뿐이다. 이무영 전 경찰청장이 전주 완산 갑에서 무소속으로 배지를 달았으나 선거법 위반으로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면서 당선이 무효 처리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서 밀린 뒤 경찰의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다. "경찰 출신 국회의원이 많이 나와야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데 뜻을 함께 하는 이유다.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전직 고위경찰은 모두 10여 명. 이들 중 일부는 "공천을 받지 못한다면 무소속으로라도 출마할 것"이라며 결연한 의지를 다지고 있다.

하지만 전직 고위 경찰들의 출마 러시에 대한 세간의 시선이 고운 것만은 아니다. 진보신당은 최근 논평을 내고 "허준영 김석기 두 예비후보의 사퇴를 제안한다. 그래도 정치인으로 직업을 바꾸고 싶다면 인권교육부터 받기 바란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진보신당은 허 전 청장에 대해서는 무리한 시위 진압, 김 전 청장은 용산참사 때 과잉 진압 전력을 문제 삼았다.

최기문(경북 영천)
"총수의 자존심 건다"

허준영(60) 전 경찰청장은 새누리당의 아성인 서울 강남 을에, 같은 당의 최기문(60) 전 경찰청장은 자신의 고향인 경북 영천에 출사표를 내고 얼굴 알리기에 여념이 없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공천장을 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강남 을에는 정동기 전 법무부 차관, 맹정주 전 강남구청장 등 당내에서만 만만치 않은 예비주자들로 크게 붐빈다.

영천도 정희수 의원(재선), 김경원 전 대구지방국세청장 등이 새누리당 티켓을 노리고 있다. 정 의원은 의정활동 평가가 우수하다는 평이고, 김 전 국세청장도 지역 내 인지도가 상당하다.

그렇지만 허 전 청장이나, 최 전 청장은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허 전 청장은 "경찰이 국가공무원 중 최대 조직인데, 국회에 경찰을 대변할 사람이 거의 없다"며 출마 이유를 설명했다. 또 최 전 청장은 "경찰 총수를 지내며 쌓은 경험과 열정을 고향 발전을 위해 쏟아 부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석기(경북 경주)
지방청장 출신도 줄줄이

경찰청장에 내정됐다가 용산 참사를 책임지고 물러났던 김석기(58)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이름을 올리고 경북 경주에 캠프를 차렸다. 김 전 청장의 온 가족은 경주에서 죽을힘을 다하고 있다.

김 전 청장이 뛰고 있는 경주는 경북의 대표적 격전지다. 김 전 청장을 비롯해 정수성 의원, 정종복 전 의원, 손동진 전 동국대 경주캠퍼스 총장 등 내로라하는 주자들이 본선을 준비하고 있다.

경찰대 1기 출신으로 경기지방경찰청장, 경북지방경찰청장 등을 지낸 윤재옥(51)씨는 대구 달서 을 출마를 선언했다. 하지만 김 전 청장 등과 마찬가지로 새누리당 내에 쟁쟁한 예비후보들이 많다 보니 결과는 장담하기 어렵다. 이곳의 현역은 불출마를 선언한 이해봉 새누리당 의원(4선).

충남지방경찰청장을 역임한 박종준(48) 전 경찰청 차장은 충남 공주ㆍ연기에서 새누리당 공천을 신청했다. 이곳의 현역인 심대평 자유선진당 의원은 신설되는 세종시에 출격하기로 했다.

윤재옥(대구 달서 을)
경남지방경찰청장을 지낸 박영진(56) 변호사는 경남 김해 갑에서 민주통합당 후보로 출사표를 밝혔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이다 보니 민주통합당 예비후보들이 꽤 된다. 최대환 전 국회의원 보좌관, 정영두 전 민주당 김해 갑 지역위원장, 민홍철 전 국방부 군사고등법원장, 김국권 전 경남도의원 등이 김정권 새누리당 의원의 저격수를 자처하고 있다.

강대형(66) 전 경찰청 생활안전국장은 강기갑 진보통합당 의원, 이방호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 이종찬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이 나선 경남 사천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도전장을 냈다.

전직 서장들도 출사표

분당경찰서장 출신인 박광순(56) 민주통합당 분당 갑 지역위원장은 예비후보 등록 첫날이었던 지난해 12월 13일에 이름을 올렸다. 박 예비후보는 지역 치안을 담당했던 만큼 누구보다 지역민들과 가깝다고 자부한다. 본선에 나가기 위해서는 김창호 전 청와대 대변인과의 예선전을 통과해야 한다.

대구북부경찰서장과 대구중부경찰서장을 지낸 조무호(56)씨는 무소속으로 대구 북구 을에 출격한다. 이 지역은 서상기 현 의원을 비롯한 새누리당 예비후보들만 7명에 이를 만큼 '집안 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박종준(충남 공주·연기)
김한표(58) 전 거제경찰서장은 전국적인 관심지역인 경남 거제에 혈혈단신으로 출전한다. 이 지역에는 현역인 윤영 의원을 비롯해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인 현철씨, 진성진 전 서울중앙지검 검사, 설대우 중앙대 교수(이상 새누리당), 박종식 전 수협중앙회장(민주통합당) 등 만만치 않은 인사들이 많다.


박영진(경남 김해 갑)
박광순(경기 분당 갑)
김한표(경남 거제)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