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대통령 생가복원사업 정치 쟁점화되나

경상북도 포항시 흥해읍 덕성리 덕실마을의 현재 복원 중인 고향집.
복원사업 관여 인사 최측근 '청와대 특채' 뒷배경 의심

생가 주변 기념관 입구부터 꼭대기까지 온통 MB 업적치하 내용
'덕실마을 성역화'… '혈세 낭비' 끝없는 논란

통합민주당이 '덕실마을 이명박 생가복원사업'과 관련해 대기업들의 기부 내역과 정부의 자금지원 여부를 캐고 있다는 소문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정치권 소식통에 따르면 민주당은 4ㆍ11총선을 앞두고 이 대통령 고향인 포항 덕실마을에서 MB 생가 복원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경주 이씨 종친회를 주목하고 있다. 민주당은 MB생가 복원 사업에 대한 조사를 통해 관변단체의 예산 지원이나 관련 비리가 드러날 경우 즉각 공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포항시와 경주 이씨 종친회가 MB성역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이 작업과 관련해 거액의 지원자금이 오갔다는 소문이 나오는 등 여러 잡음이 들려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치권에서는 생가복원 사업을 주도하는 이씨 종친회와 관련된 심상치 않은 소문이 돌고 있다. 종친회에서 생가복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A씨의 최측근이 특채로 청와대에 들어가 근무 중이라는 게 대표적이다. 이 측근이 청와대에 들어간 것이 생가복원 사업과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거액 자금 오간 정황 있나

지난 달 생가복원 사업에 관한 또 다른 의혹들이 일부 언론을 통해 제기됐는데, 이런 내용이다. 표암문화재단에 의해 구성된 경주 이씨 산하 이명박 대통령 생가복원사업추진위원회가 '덕실마을 성역화 추진'을 위해 작년 3월 기획재정부 공고로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됐다. 또 이 위원회가 'MB 생가복원' 명목으로 대기업들로부터 이미 100억 원대의 기부금을 거뒀고, 이 중 수십억 원을 덕실마을 성역화 작업에 사용한 의혹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A씨는 "측근이 생가복원사업과 관련해 청와대에 특채로 들어갔다는 루머는 터무니없는 소리"라며 생가복원사업에 대한 일부 언론의 보도도 일축했다. 오히려 "잘못된 기사를 보도한 언론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을 불사할 방침"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A씨는 "이명박 대통령 생가복원사업이라고 해 봐야 14평 정도의 초가집을 만든 것"이라며 "이 초가집이 10억, 20억 원씩 돈을 들일 이유가 없다. 기껏해야 2억 원 정도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런 작은 사업에 큰 문제라도 있는 것처럼 떠드는 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A씨는 "문중에서는 처음에 이 사업을 벌이면 여기저기서 기부금이 많이 모일 줄 알았다"며 "솔직히 청와대 쪽에서도 돈이 조금이라도 나올 줄 알았는데, 전혀 없었고 기부금도 턱없이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종친회측에서 문중 사람들에게 부탁해 간신히 14평짜리 조그만 초가집 하나를 지었다는 것이다.

주변 시설 조성 MB우상화 논란

생가복원사업을 둘러싸고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는 것은 A씨 최측근의 청와대 특채 의혹 이외에도 사업의 실제 목적이 의심스러워서다. 말하자면 순수하게 문중의 MB생가복원사업이 아니라 생가복원사업을 빙자한 이명박 우상화 작업이 배후에 깔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A씨의 주장대로라면 대통령의 생가복원 사업이니만큼 호화스럽지도 않고, 그 과정에도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생가복원 현장에 가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많은 공을 들인 품이 역력하다.

포항시 북구 흥해읍 덕실마을에 조성된 초가집 MB 생가 바로 옆에 '덕실관'이라는 기념관이 세워져 있다. 부지 899m²에 연면적 411m², 지상 2층 규모다. 포항시가 2011년 2월 14억5,000만 원을 들여 이 덕실관을 지었다. 1층에는 카페, 기념품 전시대와 사진전시실이 있고 2층에는 작은 영화관을 연상케 하는 영상관과 정보 검색 코너 등이 마련되어 있다. 포항시는 덕실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볼거리와 휴식 공간 등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시설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시설의 진짜 용도다. 포항시의 설명과 달리 덕실관은 이명박 대통령 홍보전시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입구에서부터 꼭대기까지 모두 MB의 사진으로 도배돼 있고 전시된 사진들은 모두 MB의 업적을 치하하는 내용으로만 엄선돼 있다.

2층 영상관에서 상영되는 영상물도 마찬가지다. 최신 설비를 자랑하는 이 영상관에 앉아 버튼을 누르면 MB의 힘겨운 어린 시절과 가난, 역경, 성공, 그리고 대통령 당선에 이르는 한편의 위인 전기가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이 영상은 마치 드라마틱한 한편의 영화처럼 편집돼 보는 이로 하여금 자리를 쉽게 뜰 수 없게 만든다. 때문에 대부분의 방문객들이 이 영상을 끝까지 본다고 한다.

초가집 위쪽으로 조금 올라가면 또 다른 '관광지'가 있다. 꾸며놓은 모습이 남이섬의 겨울연가 촬영장소를 연상케 한다. 입구에는 실물 크기의 MB 사진이 관광객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세워져 있고 집 안으로 들어가면 마당 입구에서부터 건물까지 MB 업적을 치하는 사진으로 도배돼 있다. 이 건물 역시 포항시가 적지 않는 지원금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중에서 추진한 초가집 복원에 대한 논란은 차지하더라도, 주변에 왜 이런 시설을 조성했는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포항시 관계자는 "당초에는 관광지로 활성화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고 말했다.



윤지환 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