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사장 비리의혹 진실게임' 확산되나전직 PD 최도형씨 집필 소설 '붉은 수선화' 출간MBC파업과 흡사 논란속 "MBC내부 은밀한 이야기 폭로한 것 아니냐" 추측도

MBC 노조 파업 이후 김재철 사장이 처음으로 여의도 사옥에 모습을 드러낸 지난달 24일 확대간부회의를 마치고 회의실에서 나와 사장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MBC 김재철 사장의 법인카드 개인유용 의혹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진실'이 어떻게 밝혀지느냐에 따라 회사측과 노동조합 중 한쪽은 물론 이명박 정부와 다른 방송사에도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번 논란은 MBC 노동조합이 지난달 27일 김 사장과 비서진의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노조는 김 사장이 지난 2년 재임 기간 에 사장과 비서진이 사용한 법인카드 비용이 7억원을 넘으며 사용처도 명품 가방 매장과 귀금속 가게, 면세점, 특급호텔 등으로 개인 유용 의혹이 짙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회사는 "사장 법인카드는 업무용도로만 사용됐다"고 반박하고 노조에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노조는 이튿날에도 법인카드 공세를 이어가 뉴스데스크의 형식을 빌린 '제대로 뉴스데스크-김재철 특별편'을 통해 김 사장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 의혹을 공개했다. 이 내용에 따르면 김 사장은 취임 이후 특급호텔 등에서 숙박과 식사를 자주 했으며, 용도가 의심스러운 쇼핑 등 업무 이외 용도로 보이는 흔적이 발견됐다.

노조는 김 사장이 취임 이후 자신과 비서진의 법인카드로 국내 호텔에서만 결제한 금액이 1억5,000만원 가량이며 백화점 명품 쇼핑, 액세서리와 생활잡화 등을 사는데 수천만 원을 썼다고 폭로했다.

사측은 이에 대해 "노조의 주장은 사실 무근"이라며 "사장 흠집 내기에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방과 화장품, 액세서리 등 물품 구입에 사용된 금액은 MBC 프로그램에 출연한 연나 작가, 연주자 등에 대한 답례 선물을 구매하기 위해 쓰였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양측의 주장은 '진실게임' 양상이다. 노조는 노조대로, 사측은 사측대로 자신의 주장과 해명을 뒷받침할 결정적인 물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언제까지 진행될지, 혹은 어디까지 확산될지 추측하기는 힘들지만, 최근 출간된 한 소설이 법인카드 '진실게임'의 앞날을 가늠하게 해 MBC내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화제의 소설은 <붉은 수선화>다. 저자는 지난해 MBC씨를 떠난 전직 PD 최도형씨. 그는 공정방송노조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김 사장을 포함해 전 MBC사장들의 비리 의혹을 끊임없이 수면 위로 들춰낸 인물로 유명하다.

때문에 방송가 주변에서는 "소설 형식을 빌려 MBC 내부의 은밀한 이야기를 폭로한 것 아니냐"는 추측과 함께 "소설에 나오는 일부 내용은 실제 사정기관에서 조사한 내용과 흡사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소설 내용 중에는 방송사 사장이 운전기사에게 자신의 법인카드를 주면서 백화점에서 목걸이와 팔찌 등 각종 귀금속을 사오도록 지시하는 장면이 들어 있다. 또 방송사 사장이 은밀한 일처리를 위해 수시로 호텔을 이용하고, 노조는 사장의 비리를 캔 뒤 이중 일부를 폭로하며 사장과 맞서는 내용도 나온다.

저자 최씨는 소설 내용의 실화 여부에 대해 "사실과 허구가 뒤섞여 있는, 말하자면 팩션(사실에 상상력을 덧붙인 '팩트'와 '픽션'을 합성한 신조어)이다"라며 "지금은 특정 부분에 대해 사실이다 아니다를 밝히기 힘들다. 때가 되면 모든 사람들이 MBC노조의 파업사태 뒤에 숨은 진실을 알게 될 것"고 말했다.

최씨는 그러나 "김 사장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에 대해서는 수개월 전 내가 이미 여러 언론사에 제보했던 내용"이라며 "하지만 대부분의 언론사가 MBC와의 관계 때문에 보도를 못했다. 노조는 이번 기회에 김 사장의 여러 비리 의혹과 MBC 내부 문제를 국민 앞에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MBC 노조는 이미 심각한 내부 문제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여러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침묵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MBC가 진정으로 국민의 공영방송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노조가 먼저 중대 결단을 내려야할 것"이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최씨는 "MBC 사장의 전횡문제와 배임 횡령 등 비리 의혹은 비단 김 사장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며 "과거 정권 하에서도 전임 MBC 사장들이 비리를 수없이 저질러 왔다"고 주장했다.

현재 MBC 노조는 "김 사장이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기 바란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비리의혹을 추가로 모아 업무상 배임이나 횡령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노조가 대표이사의 법인카드 내역을 공개하는 것은 영업상의 핵심비밀과 CEO의 동선을 노출함으로써 회사에 심대한 해악을 끼치는 명백한 해사행위"라며 "수사 의뢰 등 법적 절차를 통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평행선을 달리는 MBC 노사의 날선 공방이 어떻게 전개될 지, 그리고 <붉은 수선화>의 저자 최도형씨의 행보가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윤지환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