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 없는 채팅앱은 성매매의 새로운 온상마켓 검색하면 '수두룩'대부분 '랜덤채팅' 붙어성별 나이 치면 거리 표시GPS 탓에 성매매 쉬워페이스북·트위터도 진흙탕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성매매, 음란물 유통의 온상이 되면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스포츠한국 자료사진
#스마트폰 채팅에 재미를 붙인 정모(22)씨. 안드로이드폰으로 앱 마켓에 접속해 '채팅'으로 검색하면 수많은 채팅앱이 등장한다.

대부분의 채팅앱 이름에는 '랜덤'이란 단어가 붙어 있다. 랜덤채팅, 조건별 랜덤채팅, 낯선 사람과의 랜덤채팅 등. 정씨는 이런 채팅앱에 들어가 사람들에게 말을 건다.

주변에서 앱에 접속한 사람들은 '남자' '여자' '19살' '24살' 등 간단한 정보로 서로를 소개한다. 정씨가 말을 건 사람은 '23살 여자'. 정씨와는 현재 700m 떨어진 곳에 있다고 표시된다.

랜덤채팅앱에서 아는 사람들만 쓰는 용어가 있다. 바로 'ㅈㄱ' 혹은 '조건만남'이다. 정씨가 'ㅈㄱ?'이라고 적는다. 상대편 여자가 '얼마?'라고 답한다. 정씨가 가격을 제시하면 성매매가 이뤄진다. 정씨는 "낮에 접속할 때는 덜하지만, 밤 시간에는 대부분 조건만남을 하려는 사용자라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 "RT 애인대행 알바 있어요. 좀 비쌈. 필요하신 분." 한 20대 여성이 트위터에 글을 올린다. 순식간에 그 글은 리트윗(복사해서 전송)되며 트위터에 퍼진다.

이 여성의 아이디는 비공개 상태. 하지만 서로 팔로우(팔로우는 친구를 맺는다는 의미, 서로 팔로우하는 것을 트위터 용어로는 '맞팔'이라 부른다)를 하면 이 여성이 올린 전체 글(멘션)을 볼 수 있다. 보다 많이 활용되는 방식은 쪽지 보내기(DM·Direct Message). 맞팔 상태 친구들과는 쪽지 보내기가 가능하다. 이 여성의 트위터 계정 팔로워는 971명이다.

음란물이 게시된 페이스북 웹페이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성매매, 음란물 유통의 온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이런 행태가 벌어지는 SNS는 트위터, 페이스북, 스마트폰 위치기반서비스(LBS) 채팅앱 등이다.

위치기반 채팅앱에서는 '조건만남'으로 성매매를 유인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관계자는 "과거 인터넷채팅을 통해 이뤄지던 성매매가 최근 스마트폰 앱으로 옮겨오고 있다.

인터넷 채팅사이트를 이용하려면 회원가입을 해야 하지만, 스마트폰 앱은 회원가입 절차가 없기 때문에 성매매가 더 쉽게 이뤄지고 단속도 어렵다.

스마트폰 앱 마켓에 접속해 '채팅' 혹은 '랜덤채팅'으로 검색하면 수십 개의 채팅앱이 나열된다. 안드로이드폰, 아이폰 모두 마찬가지다. 문제는 채팅앱이 성매매의 주요 창구로 활용된다는 점. 앱은 가입절차가 없고, 연령에 상관없이 누구나 다운로드할 수 있다.

'채팅앱' 자체가 심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대부분의 채팅앱이 GPS 기능을 활용해 상대방과 자신의 거리를 표시해준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위치 표시는 성매매를 더 쉽게 해주는 요인이다. 채팅앱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김모씨는 "어떤 사람은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에게 무작위로 '조건만남' 메시지를 보낸다"고 말했다.

트위터·페이스북도 음란물 천지

처음엔 그냥 채팅하려는 사람처럼 접근해 카카오톡 아이디를 알아낸 후 음란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 카카오톡은 휴대폰 번호 없이 아이디만 갖고도 친구를 찾고 추가할 수 있다.

호기심에 랜덤채팅 앱에 접속했던 이모씨는 "처음엔 신사적으로 접근해 카카오톡 아이디를 알려줬는데 상대방이 지속적으로 음란사진과 동영상을 보내오고 성매매를 제안해 괴로웠다"고 말했다.

성매매의 온상이 되는 채팅앱에 미성년자들이 손쉽게 접근하기도 한다. 한 사용자는 "성매매에 많이 이용되는 랜덤채팅앱이 초등학생인 동생 스마트폰에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물론 나쁜 의도로 사용하지는 않았겠지만 미성년자들이 쉽게 유혹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전한다.

음란물 유통도 심각하다. 불법적인 정보를 유통시키는 사람들은 주로 전용 아이디를 만들어 활동한다. 한 사람이 여러 아이디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한 것. 특히 본인계정 아이디로는 정상적으로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대화를 나누지만, 두 번째 아이디(세컨드 아이디)로는 익명성에 기대 음란, 불법 정보를 유통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을 로리콘(롤리타 콤플렉스의 줄임말로 아동성애자를 의미함)이라고 소개한 한 30대 남성 트위터에는 하루에도 수십 건의 외설적인 글들이 올라온다. 그의 멘션 중에는 "역겨운 얘기들을 마음껏 싸지를 수 있는 곳일 뿐, 트위터로 성적(性的) 상대를 구하는 건 아니다. 취향이 아니거나 놀라신 분은 바로 언팔로우해라"라는 내용이 있다. 그의 트위터 계정은 1,000명 이상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인터넷실명제 도움 안 돼

트위터, 페이스북, 앱 등의 SNS로 음란물 유통, 성매매 제안 등의 실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지만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 이들 업체는 국내에 지사조차 없는 외국기업이기 때문이다.

보통 국내 인터넷 업체는 음란물, 성매매에 관련된 정보는 직접 필터링을 한다. 국내 포털 사이트에서 성(性)에 관련된 검색어를 입력하면 성인인증을 거쳐야만 검색 결과가 드러난다. 하지만 트위터에서는 제한 없이 검색이 가능하다.

게시된 음란물을 신고하는 방법도 어렵다. 트위터에 신고하려면 영어로 신고내용을 직접 작성해서 관리자 계정(support.twitter.com)으로 보내야 한다. 트위터 고객센터는 '동의하지 않거나 모욕적인 내용이 있다면 아예 보지 않고 무시하는 것이 좋습니다'라고 안내하고 있다.

이 안내대로 음란물을 막는 방법은 제한적이다. 해당 아이디와 친구 관계를 끊는 '언팔로우',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글을 보내는 것을 차단하는 '블록', 트위터 고객센터에 고발하는 '스팸신고' 등이 있다.

수사당국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해당 인터넷페이지 주소(URL) 차단, IP주소와 올라온 연락처를 통한 수사 등. 하지만 인터넷 페이지를 수시로 여닫는 것이 쉽고, IP주소를 통해 신원을 파악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수사에 한계가 있다.



최근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