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연씨와 거래한 전 삼성화학 회장의 딸 경연희 비리 공개한 것,노무현 비자금 관련된 증거 자료도 가지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가 계약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 뉴저지주 웨스트뉴욕의 고급 아파트 단지인 허드슨 클럽. 허드슨강에 바로 접해있는 이 단지는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등 맨해튼 마천루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고, 수영과 스파를 즐길 수 있는 야외 풀장과 자쿠지, 헬스클럽, 소극장과 클럽 라운지 등을 갖추고 있다. 단지내에 깔끔하게 정돈된 산책로를 따라 허드슨 강변을 거닐 수 있도록 조성돼 있다. 사진은 단지 전경(왼쪽 사진)과 단지에서 보이는 맨해튼 전경. 주간한국 자료사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37)씨는 미국 뉴욕 허드슨클럽 400호의 현 소유주인 왕모씨와 중개한 미국 변호사인 경연희(43)씨를 통해 자금을 한국에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연씨의 의혹을 검찰에 제보한 이달호(45)씨는 경주현 전 삼성화학 회장의 딸 경연희씨가 "F카지노 호텔 객실 23XX호에서 돈 송금 문제를 놓고 노정연씨와 통화했다"며 "달러로 바꿔 미국으로 보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진실 규명을 위해 검찰이 귀국을 종용하고 있는 경씨는 부동산투자회사인 EV(eventure investment)를 통해 허드슨클럽 435호의 매매를 중개했으며 이달호씨는 경씨와 가까웠던 카지노 전직 매니저다.

이씨는 "경씨가 거의 매일 도박을 했다"며 "돈이 떨어지면 여기저기에 전화해 돈을 끌어다 썼다. 늘 같이 다니는 이가 왕씨인데, 왕씨를 통해 필요한 돈을 조달하기도 하고 왕씨의 계좌를 통해 어디선가 돈을 송금받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아직도 한 당사자인 경씨가 부인하면 미궁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이씨가 '노정연씨 돈'이라고 한 13억원 출처를 둘러싼 의심은 더 짙어질 수밖에 없다.

주간한국이 이씨와 처음 접촉한 것은 2010년 9월쯤이었다. 당시 미국에 있는 이씨와 수차례 전화통화를 했는데, 이씨는 자신의 신분 노출을 극도로 꺼렸을 뿐 아니라 전화 통화 내용을 기사화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실제로 그는 당시 일부 정치인 홈페이지 등에 경씨의 비리 의혹을 제기하는 글을 올려 파장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이때도 자신의 신분 노출을 극도로 꺼렸다. 어렵사리 연결된 그는 전화통화에서 "내가 알고 있는 경씨의 비리 의혹과 충격적인 사생활 등을 한국에 알려 경씨를 심판받게 하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그때만 해도 그는 노정연씨를 겨냥한 것이 아니었다.

그가 다시 심경을 바꿔 검찰에 '노정연씨 돈'을 제보한 것은 노씨 수사를 통해 경씨의 비리를 세상에 까발리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도 가능하다.

그가 경씨에 대해 분노하는 것은 단순했다. "그동안 경연희씨를 위해 여러 가지 편의를 봐주고 일도 도와주었으나 경씨로부터 심한 모멸감을 느껴 경씨의 여러 비리 의혹을 세상에 공개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가 경씨와 연인관계였다는 설도 있어 '결별에 따른 보복'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이씨는 경씨를 카지노 매니저와 고객으로 만나 나중에는 친구처럼 지냈다고 주장한다. 다만 경씨는 자신을 필요로 할 때는 친구로 이용하고, 그외에는 아랫사람 대하듯 해 모멸감을 느꼈다고 했다. 또 경씨와 금전적인 문제도 얽혀 있다고 한다.

그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경씨의 막강한 주변 인맥과 금전적 파워에 막혔다"며 "그래서 한국 수사 기관에 억울함을 호소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경씨 미국생활 미스터리

이씨는 "경씨를 조사하면 노 전 대통령과 정연씨의 돈 내용이 나올 것"이라며 "경씨의 도박 자금도 일부 정연씨를 통해 조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의 한 소식통에 따르면 대검 중수부는 노 대통령 비자금 수사 당시 박연차 태광산업회장과 경연희, 왕모씨 간에 수상한 돈거래가 있었다는 사실을 계좌 추적을 통해 확인했다고 한다. 그래서 검찰도 이씨의 주장을 상당히 믿을 만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씨는 "2009년 1월 경연희씨와 허드슨클럽 콘도 400호의 현소유주로 등기된 왕모씨 그리고 자신 등 3명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경씨가 노정연씨와 통화해 13억 원을 100만 달러로 바꿔 미국으로 보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 돈은 왕씨 계좌로 전달됐고 이를 다시 카지노에서 세탁해 경씨가 수령했다는 것이 이씨의 주장이다.

노 대통령 미국방문 때의 일

이씨는 또 "경씨가 노 전 대통령 미국방문 때 백만 달러를 받았다고 하는 말을 수차례나 직접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대검 중수부는 노 대통령 비자금 수사 당시 노 전 대통령의 미국방문 때 권 여사가 돈을 가지고 나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당시 샌프란시스코총영사관 영사, 청와대 부속실 직원 등을 소환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또 "경씨가 카지노에서 60만 달러 정도 빚졌을 때 40만 달러는 뉴저지의 한 한국계은행을 통해 카지노로 돈을 송금했으나 나머지 20만 달러는 왕씨의 홍콩계좌를 통해 송금됐다"며 "왕씨가 홍콩의 한 은행에 계좌를 가지고 있으며 이 계좌가 비자금 통로와 관련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도 노 대통령 비자금 수사 당시 박연차 회장이 왕의 홍콩계좌에 40만 달러를 송금하고, 왕이 다시 이 돈을 경에게 송금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 있는 블로거 안치용씨는 노정연씨 돈 사건과 관련, "미국 F 카지노가 최근 모처로부터 공문을 접수받은 것으로 알려지는 등 검찰 수사가 깊숙이 진행되고 있다는 정황이 감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안씨는 "F 카지노측도 사건이 공식화된 이상 이를 덮고 갈 수 없어 일단 이 카지노의 한국인 직원 2명에 대해 인사조치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윤지환 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