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규 홍지만 정성근 신경민 등 공천 확정하고 본선에 진출

박선규
지난해 강원지사 보궐선거 때 회자됐던 말 하나. "정치적으로는 신인이지만 인지도 면에서는 대통령 다음이지."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했던 엄기영 전 MBC 사장을 두고 한 말이다. 엄 전 사장은 MBC 간판 뉴스인 '뉴스데스크' 앵커를 오랫동안 맡으며 친근한 이미지를 쌓았다.

오는 4월 11일에 치러지는 제19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얼굴이 무기'인 지상파 방송 3사 앵커 출신들이 앞다퉈 출사표를 밝히고 있다. 시청률 경쟁 못지않게 방송 3사의 금배지 경쟁도 치열하다.

지난 15일 현재 주요 정당의 공천이 확정된 앵커 출신 후보(신인 기준)로는 (51) 전 KBS 기자(새누리당, 영등포 갑), (44) 전 SBS 기자(새누리당, 대구 달서 갑), (57) 전 SBS 기자(새누리당, 파주 갑), (59) 전 MBC 기자(민주통합당, 영등포 을) 등이 있다.

전략공천부터 재수생까지

홍지만
현정부 들어 청와대 대변인,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을 지낸 전 기자는 지난 7일 출마지가 결정됐다. 박 전 기자는 양천 갑에 예비후보 등록을 했으나 당에서는 영등포 갑에 전략공천했다. 박 전 기자는 "서운하지만 당의 결정에 따르겠다"며 밭갈이에 들어갔다.

전 기자는 재수생이다. 홍 전 기자는 18대 때도 같은 지역구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았으나, 본선에서 친박계인 박종근 의원에게 패하는 바람에 금배지의 꿈을 4년 뒤로 미뤄야 했다. 홍 전 기자는 이번에도 박 의원을 따돌리고 공천장은 거머쥐었다.

전 기자도 새누리당 공천을 받았다. 이번에 갑과 을로 분구되긴 했으나 파주는 전통적으로 여당 후보들이 득세한 지역이다. 16~18대 총선에서 모두 한나라당 후보가 승리했다.

지난 1월 입당한 (59)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MBC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했다. 뉴스 진행 때 뼈있는 코멘트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신 대변인은 지난 15일에야 출마지역이 확정됐다. 이 지역의 현역은 새누리당의 실세인 권영세 의원이다.

(60) 전 KBS 기자는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의 지역구인 경북 포항 남구ㆍ울릉군에서 새누리당 간판을 달았다. 새누리당의 철옹성인 만큼 '확률'이 높다.

정성근
대선후보·국회부의장도

MBC 앵커 출신인 (59)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지난 17대 대선에 출마했다. 19대 총선에서 '사지(死地)'인 서울 강남 을에 출격하는 정 고문은 오는 12월 대선을 앞두고도 잠룡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이윤성(67) 새누리당 의원은 4선의 중진으로, 국회부의장까지 지냈다. 이 의원은 'KBS 뉴스'로 얼굴을 알린 전직 기자다. 이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는 공천을 받지 못했으나 무소속으로라도 출마하겠다는 각오다. 지역구는 인천 남동 갑.

KBS 앵커 출신인 류근찬(63) 자유선진당 의원은 충남 보령ㆍ서천에서 재선에 성공하며 당의 주축으로 자리매김했다. 류 의원은 19대 총선에서도 '무난하게' 공천을 받았다.

방송기자 출신 중 최근 가장 주목 받는 인물은 박영선(52)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이다. 박 최고위원은 17대 때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하더니 18대 때는 구로 을에 뿌리를 내렸다. 박 의원은 지난 1월 당대표 경선에서는 한명숙 대표, 문성근 최고위원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신경민
한편 방송기자에 비해 얼굴을 알리는 데는 절대적으로 불리하지만 신문기자 중에는 여의도 최고봉에 등극한 이들도 있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이만섭 전 의원은 16대 국회 전반기 때 국회의장에 올랐고, 중앙일보에 몸담았던 홍사덕 의원은 16대 때 부의장이었다.

이 전 의장은 지금도 정계 어른 역할을 하고 있고,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후견인인 홍 의원은 19대 총선에서 정세균 민주통합당 상임고문과 서울 종로에서 '끝장승부'를 본다.

초선 언론인 재선길 험난하네

18대 국회 10명 중 공천 합격 3명 불과해

제18대 총선에서 처음으로 출마한 언론인(방송인, 언론사 대표 포함 새내기 기준) 21명 중 10명이 금배지를 달았다. 출신 언론사별로 보면 KBS SBS 조선일보가 각 2명, 중앙일보 경향신문 YTN 헤럴드미디어가 각 1명을 배출했다. 10명 모두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간판으로 배지를 달았다.

김형태
하지만 4년이 지난 현재, 이들 10명 중 재선의 첫 관문을 무난하게 통과한 사람은 3명뿐이다. 7명은 이런저런 사유로 공천에서 멀어졌거나 아예 출마 의사를 접었다.

지난해 청와대 정무수석에 임명됐던 김효재(59) 전 의원(성북 을)은 지난달 검찰에 불려나가는 수모를 당했다. 2008년 전당대회 때 돈봉투 살포에 관여한 혐의를 받았던 김 전 의원은 19대 총선에는 나가지 않는다.

김 전 의원과 함께 조선일보 출신인 진성호(50) 의원은 18대 때 배지를 중랑 을에 재공천을 신청했으나 탈락했다. 진 의원은 핵심 친이(친 이명박)계로 분류된다.

SBS 출신인 허원제(61) 의원과 유정현(45) 의원도 입맛이 씁쓸하다. 허 의원은 부산 진 갑에서, 유 의원은 중랑 갑에서 재공천에 실패했다. 헤럴드미디어 회장인 홍정욱(42) 의원(노원 병)은 불출마를 선언했고, 경향신문 기자 출신인 강승규(49) 의원(마포 갑)은 공천장을 쥐는 데 실패했다.

KBS 기자 출신인 안형환(49) 의원(금천)과 신성범(49) 의원(산청ㆍ함양ㆍ거창)은 희비가 엇갈렸다. 안 의원은 초장에 뜻을 접어야 했던 반면, 신 의원은 다시 한 번 공천장을 거머쥐었다.

정동영
그런가 하면 중앙일보 출신인 김용태(44) 의원(양천 을)과 YTN 기자였던 김영우(45) 의원(포천ㆍ연천)은 당의 신임을 받는 데 성공했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