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김경준 기획입국설, 박근혜 역할설 등에 정치권 촉각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박지만씨, 박근령씨(오른쪽부터) 3남매가 2004년 8월 15일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고 육영수 여사 30주년 추도식에서 추도사를 듣고 있다. 주간한국 자료사진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가 지난 11일 제기한 '김경준 기획입국설'과 관련해 정치권에 여러 소문이 난무하고 있다. 이 중 주목을 끄는 또 하나의 설(說)이 있다. 바로 '박근령-반 박근혜파 물밑 접촉설'이다.

일단 총선 정국인 관계로 김씨의 기획입국설과 박근령씨의 물밑 접촉설에 대한 논란은 아직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내달 11일 총선이 끝나고 대선 정국으로 바뀌면 이 두 가지 소문이 정치권의 주요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두 소문 모두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겨냥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야권에서 꾸준한 접촉

나꼼수에서 박 위원장을 겨냥해 의혹을 제기하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근령씨가 언니인 박 위장과 완전히 등질 것"이라는 추측들이 나오고 있다.

동시에 "박근령씨가 최근 박 위원장에게 적개심을 갖고 있는 인사들과 접촉하고 있다"는 소문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런 루머가 나도는 배경에는 지난 2월 16일 박근령씨의 남편 신동욱(44) 전 백석문화대 교수가 실형을 선고받은 것이 작용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권기만 판사는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남 박지만씨 등에 대해 명예를 훼손하고 무고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신 교수에게 징역 1년 6월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신씨가 박근혜 위원장의 동생 박지만씨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담은 내용의 글을 지속적으로 인터넷에 올려 괴롭힌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 이후 정치권에서는 박근령씨와 관련, 심상치 않은 말들이 나돌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야권에서 신동욱 교수를 통해 박 위원장의 비리 정보를 입수하려고 시도했다"는 말이 공공연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미 야권의 모 인사가 신 교수로부터 상당한 정보를 입수했다. 이 때문에 박 위원장이 신 교수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정치권 소식통들에 따르면 야권 인사들은 신 교수 측으로부터 육영재단 등에 관계된 박 위원장 비리 정보를 입수하기 위해 재판 과정에서 꾸준히 신 교수와 접촉해 왔다. 박 위원장 측에서는 양측의 접촉 여부와 주고받은 대화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이모씨에게 신 교수를 밀착 감시하도록 지시했다는 말까지 들린다.

친박계 주변에서는 신 교수가 자신의 구명을 위해 야권의 '사탕발림'에 협조했던 만큼, 향후 파장이 만만치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구나 박 위원장은 한때 육영재단 경영권을 놓고 박근령씨 측과 심각하게 대립했고, 그로 인해 2억 원의 배상금까지 물게 됐던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소문만은 아닐 거라는 전망도 있다.

이에 대해 친박계의 한 인사는 "박근령씨가 대선을 앞두고 여러 면에서 걱정되는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자매간에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근령씨 측은 항간에 떠도는 소문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박근령씨의 한 측근은 "사람들은 박 위원장과 박근령씨와의 관계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많다"며 "여러 가지 법적인 문제로 갈등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지금까지는 두 사람이 감정적으로 대립각을 드러낸 적은 없었다. 또 앞으로도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측근은 또 "신 교수 문제는 양쪽에서 풀어야 할 부분이 좀 남아 있는 것으로 안다"며 "그 부분에 대해서는 따로 할 말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럼에도 정치권의 시각은 좀 다르다. 정치권에선 박근령씨가 대선정국 주요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보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고위 관계자는 "그 사람(박근령)이 나중에 무슨 소리를 할지는 누구도 모르는 일"이라며 "야권에서 그쪽(박근령과 신 교수)을 통해 여러 가지를 알아내려고 접촉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무슨 대화가 오가고 있는지도 대충 들었는데 사실을 확인할 길이 없다. 지금으로서는 그들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박근령씨와 신 교수는 지난해 '주간한국'과 전화통화에서 짤막하게 심경을 피력한 적이 있다. 당시 박근령씨는 "여러 가지 밝히지 못하는 내용들이 많이 있다. 나중에 때가 되면 필요한 내용을 말할 것"이라며 "자매간에 감정이 상할 때도 있고 좋을 때도 있는 것 아니겠나. 여러 오해들은 나중에 다 풀릴 것으로 기대한다. 언니와 동생도 나를 이해해 줄 때가 올 것"이라고만 말했다.

신 교수는 "사람들은 내가 아내를 이용해서 야심을 이루려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며 "아내를 통해 내가 처형(박 위원장)에 대해 알게 된 부분이나 정치적인 내용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격앙된 검찰 대응 우려

나꼼수는 11일 방송에서 "지난 2007년 대선을 앞두고 BBK 논란이 한창일 당시 박근혜 위원장이 김씨의 국내 입국을 종용했다"며 검찰의 편파수사 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이에 검찰은 바로 다음날 '나꼼수 주장에 대한 검찰 입장'이라는 자료를 내고 "나꼼수의 주장은 어처구니없는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반박했다.

검찰은 "방송 내용은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이미 공개된 것들이고 그 내용을 마치 새로운 것인 양 밝힌 것은 정치적 목적이 깔려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또 '나는 꼼수다'의 주장에 대해 "거짓 선동"이라며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소한의 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고 이미 유죄가 확정돼 복역 중인 범죄자의 말만을 좇아, 총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선동하는 행위에는 엄격한 법적 책임이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이 풍자 미디어를 상대로 이례적인 반응을 보이자 정치권에서는 "검찰이 과민반응을 보이는 게 수상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나꼼수에서 나온 내용이 이미 검찰 수사 결과를 통해 모두 드러난 내용이라면 논란이 일어도 결국 모든 것은 대중이 판단할 몫이다. 그런데도 법적 문제로 걸고 넘어지는 것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는 것이다. 정치적인 선동에 잘못 대응하다가는 '정치적인' 검찰로 낙인 찍힐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미 이 같은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시중에서는 박 위원장의 BBK 사건 '역할론'뿐 아니라 검찰 기획수사설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에 정치권과 검찰 주변에서는 시쳇말로 "검찰이 나꼼수에 낚였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오히려 나꼼수의 주장을 주목 받게 하고 있는 모양이 되고 말았다"는 비판이 우세하다.

나꼼수의 정국 노림수는

나꼼수는 방송을 통해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과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가 BBK 사건에 연루됐는지 여부가 최대 화두로 부상하자, 정치권을 중심으로 대통합민주신당 및 박 후보 측이 미국에 수감 중인 김씨의 국내 송환을 추진했다"며 기획입국 의혹을 다시 끄집어냈다.

검찰이 발끈한 내용을 살펴보면 이렇다. 나꼼수는 이 방송에서 "BBK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입국을 요청한 이들은 박근혜 당시 후보 측이었다. 검찰이 그걸 다 알고도 관심 없어 했다"며 그 증거로 김씨의 육성 녹음을 공개했다. 나꼼수는 김씨에게 처음으로 입국을 요청한 인사로 친박계인 이혜훈 의원을 거론했다.

또 나꼼수는 "김경준의 기획입국은 한나라당 쪽에서 시도했지만, 검찰이 김씨에게 민주당 쪽 인사 이름만 대라고 압박했다"는 유원일 전 창조한국당 의원과의 인터뷰 내용도 공개하며 검찰의 편파수사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이혜훈 의원은 나꼼수의 이런 발언에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이 의원 측은 "그 사안에 대해서는 따로 할 말이 없다. 검찰에서 이미 다 말했는데 더 무슨 말이 필요하겠냐"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실제로 2008년 6월 13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수사결과 발표에서 "통합민주당 정봉주 전 의원과 박영선 의원 보좌관 김모씨, 서혜석 전 의원 등과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 유모 변호사가 김씨 가족과 변호인 등을 접촉해 자료를 건네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에 따르면 당시 특수부는 김씨와 접촉한 정치권 인사들은 모두 수사했고, 박 위원장(당시 후보) 측 인사들이 김씨를 접촉했다는 사실도 이때 이미 나온 이야기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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