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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악재에 '反삼성 확산될라' 수습

이건희 회장, 공정위 조사방해 진노 왜?
사건 연루자 불러 질책 삼성가 유산소송에
CJ 회장 미행 등 복귀 2년 앞두고 부담
  • 이건희 회장
"아무리 삼성공화국이라지만 해도 해도 너무한다"

삼성전자의 '공정위 조사방해사건'(이하 조사방해사건)의 추이를 지켜본 한 시민단체 관계자의 말이다. 조사방해 매뉴얼까지 만들어놓고 계획적으로 실시한 공무집행 방해임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소액의(?) 과태료만을 물면 되니 이런 사태가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삼성전자 사내 게시판에는 "삼성 직원인 것이 부끄러워 회사에 다닐 수 없을 정도"라는 내용까지 올라왔다고 한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직접 사태 진화에 나섰다. 삼성의 고위관계자는 관련 보고를 받은 이 회장이 격노, 사건에 연루된 관계자들을 불러 크게 질책했다고 밝혔다. 평소 준법경영ㆍ투명경영ㆍ윤리경영을 강조했던 이 회장이었기에 복귀 2년을 앞두고 공정위의 과태료 부과가 부담스러웠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사건은 이미 1년 전에 일어난 일이고, 과태료 부과로 사실상 끝나는 일인데, 이 회장은 왜 그렇게 화를 냈을까? 또 공정위-삼성 간의 갈등은 쉽게 풀릴까?

조사방해에 허위자료 제출까지

조사방해사건은 공정위가 제조사와 이통사의 '휴대폰 값 부풀리기'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 삼성전자의 수원사업장을 방문한 1 년 전 이맘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3월 24일 오후 2시 20분 공정위 직원들은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 예고 없이 들이닥쳤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보안담당 용역업체 직원 11명에게 가로막혀 오후 3시 10분이 돼서야 사무실에 들어설 수 있었다. '경제 검찰관'인 공정위 신분을 밝혔지만 삼성전자에서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공정위 직원들이 정문에 잡혀있던 동안 핵심 자료가 들어있던 조사대상 컴퓨터 3대는 텅 빈 컴퓨터로 교체됐다. 또한 무선사업부 부서장이었던 김모 상무는 사건 당시 수원사업장에 있었으면서도 '서울 본사에 출장 중'이라는 이유로 조사를 거부했다.

공정위가 입수한 삼성전자 내부보고서에는 '사전 시나리오대로 김 상무는 서울 출장 중인 것으로 응대하고 지원팀장 지시로 공PC로 교체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나중에 공정위가 조사방해사건에 대한 경위조사를 벌이자 컴퓨터를 교체한 직원의 이름을 삭제한 허위 출입기록까지 제출, 눈속임을 시도하기도 했다.

조사방해사건 이후 삼성전자는 ▲사전연락이 없으면 정문에서 차량 차단하고 바리케이드 설치 ▲주요 파일에 대해 대외비 지정 및 영구 삭제 ▲자료는 서버로 집중할 것 등의 내용으로 보안규정을 강화했다. 앞으로도 공정위를 비롯한 국가기관을 상대로 비슷한 일을 더욱 조직적으로 벌이겠다는 내용으로 읽히는 부분이다.

공정위 "좌시하지 않겠다"

삼성전자측의 악의적인 조사방해에 공정위는 크게 분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해당 사건의 책임을 물어 삼성전자에 과태료 4억원을 부과했다. 그동안 공정위가 조사방해 행위 관련 부과했던 과태료 중 역대 최고액이지만,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소액(?)이다.

공정위는 또 "불공정행위의 적발ㆍ시정을 어렵게 하는 기업에는 가능한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현장진입 지연 등의 행위는 형사처벌할 것이며 상습 조사방해 업체는 중점감시대상으로 선정할 계획"이라고 엄중히 경고했다.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는 폭언, 폭행, 현장진입 지연ㆍ저지 등 조사방해를 할 경우 3년 이하 징역이나 2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공정위의 이같은 강력 대응은 그간 삼성측이 수차례나 조사방해를 해온 사실에 대해 공정위의 내부 불만이 폭발한 것으로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공정위가 지난 9일 휴대폰 가격을 부풀렸다는 이유로 물린 143억원의 과징금에 대한 결백을 주장하면서 법적 대응을 들먹였다고 전해진다. 해당 과징금에는 조사방해사건으로 20%의 가산금이 붙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삼성전자의 이런 대응은 기업들의 불공정행위를 막기 위해 설립된 공정위의 권위 및 존립근거 자체를 흔든 셈이다.

이건희 회장 진노, 왜?

삼성그룹측에 따르면 지난 16일 하와이에서 돌아와 20일 출근한 이 회장은 조사방해사건을 듣고 김순택 삼성 부회장(미래전략실장)을 불러 불같이 화를 내고 즉각적인 사과와 관련자 문책을 지시했다. 김 부회장은 이튿날 정례 사장단협의회에서 이같은 사실을 전하고 "철저한 자기 반성과 함께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법과 윤리를 위반하는 임직원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의 진노에 대해 "최근 반재벌 정서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삼성그룹을 둘러싼 악재들이 연달아 터지자 경각심을 느낀 이 회장의 강력한 수습책"으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로 이 회장은 경영복귀 이후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해 지속적으로 준법ㆍ투명ㆍ윤리경영을 강조해 왔다. 1995년 휴대폰 품질 문제, 2007년 반도체 기술 격차 축소, 2009년 냉장고 폭발 사건 등 예전에는 주로 품질 및 기술경쟁력의 악화에 대해 주로 화를 냈던 이 회장은 요즘 들어 투명성, 준법윤리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삼성테크윈의 내부비리, 지난 1월 가전기기 담합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이번 조사방해사건에 대해서는 지난해 6월 삼성테크윈 내부비리 때보다도 더욱 대노했다는 후문이다. 반복적으로 강조했던 사안인 만큼 이 회장의 진노도 해당 부분에 쏠린 것으로 해석된다. 이 회장은 지난해 4월 25일 '법의 날'을 맞아 전 계열사에서 준법경영을 선포했고, 올해 신년하례식 때는 "삼성이 사회로부터 믿음을 얻고 사랑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사면 후 복귀한 이 회장에게는 도덕성 문제가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삼성가의 유산소송, 이재현 CJ 회장 미행 등 복귀 2주년을 앞두고 터져나온 사건들에 대해 크게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전했다.

공정위-삼성 관계 회복될까?

일각에서는 앞으로 있을 삼성과 공정위의 갈등을 우려하고 있다. 그간 반복되어온 삼성의 행태에 많이 뒤틀려 있던 공정위 측의 심사가 쉽게 풀릴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일단 이번 사건 자체는 무난하게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거액의 과징금 및 과태료도 물었고, 그룹 총수가 나서 사과하는 형태를 띠면서 이번 사건은 일단락될 전망이다. 그러나 앞으로 공정위가 삼성그룹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할지는 미지수다. 공정위 내부 직원은 "위원회 내에는 자신의 일에 대해 자부심을 가진 사람들이 상당수"라며 "이번 사태는 이렇게 넘어간다고 하더라도 그동안 반복돼온 삼성측의 방해 때문에 벼르고 있던 이들이 상당수라 앞으로 문제될 소지가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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