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저축은행의 부실 심화에 따른 영업정지가 잇따른 가운데 '저축은행 피해자 지원 특별법' 제정이 추진됐다. 더불어 예금자 보호제도와 그 업무를 주관하는 예금보험공사(예보ㆍ사장 이승우)에도 큰 관심이 집중됐다.

1996년에 설립된 예보는 금융기관이 파산 등으로 예산을 지급할 수 없는 경우, 예금의 지급을 보장함으로써 예금자를 보호하는 기관이다. 예보는 예금자 1인당 원금과 이자를 합쳐 5,000만 원을 지급하고 있다.

이와 관련 예보는 "예보의 기본 역할이 예금자를 보호하는 것은 맞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라며 "예보는 금융시스템의 안정적 유지를 위해 여러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기관"이라고 설명했다.

저축은행 사태의 원인은 3가지

예보는 지난해 온 나라를 강타했던 저축은행 사태의 근본적 원인을 저축은행들이 처한 환경에서 찾고 있다.

이승우 예금보험공사 사장
첫째, 은행 등 기존 금융기관들과의 경쟁 심화로 서민 대출 등 저축은행 고유의 수익원인 고금리 대출시장이 위협받았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들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고수익, 고위험 자산에 편중해 회사를 운영하던 중 글로벌 금융위기와 부동산 경기 하락 등의 악재에 발목을 잡혔다는 것이다.

둘째, 저축은행은 개인 대주주 위주의 지배구조의 취약성으로 인해 대주주의 변칙적인 경영 관여, 전횡 등에 의한 경영부실이 누적돼왔다.

셋째, 독점적인 금융감독 시스템에도 문제가 발견됐다. 감독당국 임직원들이 저축은행 대주주들과 유착관계를 통해 각종 비리에 연루된 사례들은 독점적인 감독권한에 따른 재량권 남용의 폐해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예보의 견제 기능 필요

금융감독원(금감원)은 금융회사에 대한 건전성 규제 및 금융 감독, 검사 업무를 수행한다. 반면 예보는 보험의 원리를 이용해 평소 금융기관에서 보험료를 받아 재원(예금보험기금)을 마련한 뒤 금융기관이 부실 등으로 예금을 지급할 수 없을 때, 대신 예금을 지급한다.

이창섭 제5·6대 예보 노조위원장
이외에도 예보는 부실 금융기관을 정리하고 금융회사의 부실 방지를 위한 리스크 감시, 금융기관 부실 관련자에 대한 위법행위 조사 등의 업무도 수행한다. 따라서 금감원과 예보는 금융회사의 부실 방지를 위해 상호 협력과 견제를 통한 균형을 이루는 게 이상적이다.

그런데 최근 저축은행 사태에서 금융감독기구(금감원)와 예금보험기구(예보) 간의 유기적인 협력과 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높았다. 금융감독기구가 감독에 관한 독점적인 권한을 행사한 반면, 예금보험기구는 이미 부실이 확인된 뒤 기금을 투입했다.

이처럼 견제가 결여된 감독 구조는 검찰의 저축은행 부실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감독당국의 감독 소홀, 비리 등에 기인한 감독 실패로 이어졌다. 그리고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예금자의 몫이 되고 말았다.

저축은행 사태를 계기로 정부는 금융감독혁신방안을 마련했다. 혁신방안에서 논의된 예보와 금감원의 저축은행 공동 검사 의무화, 예보의 단독 조사 대상 저축은행 범위 확대 등은 바람직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일부에서는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공동 검사를 실시할 때, 예보가 금감원의 검사 계획에 수동적으로 참여하는 의사결정구조에는 변함이 없다는 게 대표적인 취약점이라고 할 수 있다.

예보와 금감원 간의 상호 견제와 균형을 통한 감독권한과 관련,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부조리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근본적인 장치 마련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예보와 금감원은 금융위원회 산하 기관이다. 그러다 보니 기관 간 견제와 균형의 시너지효과를 내는 데 한계가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이 금융기관 감독 및 적기시정조치 발동 등 정리절차를 주도하고, 예보는 금융기관 영업정지 결정에 따라 사후 예금 대(代)지급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감독 실패와 예금보험기금 손실 예방 등의 책임을 명확히 구분하기 위해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행정부 산하가 아닌 국회 산하로 편제해 상호 견제와 균형을 이루고 있다.

차등보험료율제도 도입 앞둬

예보는 2014년 차등보험료율제도 도입을 앞두고 발걸음이 분주하기만 하다. 차등보험료율제도는 은행, 보험회사, 저축은행 등 금융사별로 예보의 자체적인 경영 및 재무상황 평가지표를 통해 위험도를 측정하고, 그 위험 수준에 따라 보험료율을 차등 적용하는 것이다.

미국 캐나다가 90년대에 도입한 것을 감안하면 늦은 감이 있지만, 이 제도를 통해 예보는 사후적(事後的) 정리 등으로 국한돼 있던 영역에서 벗어나 사전적(事前的)인 위험 관리기능을 갖게 됐다.

이로써 예보는 금융회사의 건전 경영을 유도하고, 금융기관의 보험료 부담의 공정성 및 예금보험기금의 건전성 제고를 통해 금융시스템 안정성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역할 비해 인지도 부족… 예금자 보호에 최선 다할것"

예금보험공사는 금융감독원 등 다른 감독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떨어졌던 게 사실이다. 그러다 지난해 저축은행 사태를 겪으면서 예보의 사회적 역할이 크게 부각됐다.

지난 2월 제6대 예보 노조위원장에 취임한 이창섭(41) 위원장은 "예보가 하는 일이나 역할에 비해 국민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재임 기간 예보가 나아가야 할 올바른 길을 고민하면서 동시에 예금자 보호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2001년 예보에 입사한 이 위원장은 2, 3대 노조 부위원장을 거쳤고, 지난 2009년 제5대 위원장에 선출됐다. 3년 임기를 무난하게 마친 이 위원장은 지난 2월 조합원들의 투표를 통해 다시 한 번 신임을 얻었다.

이 위원장은 "2014년에 도입될 차등보험료율제도는 금융기관의 사전적 위험 관리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큰 제도"라면서 "금융시스템 안정을 꾀하고 금융회사의 건전 경영을 유도하기 위해 모든 조합원들과 머리를 맞대겠다. 조합원들의 관심과 참여가 있어야 예보가 국민들을 위해 보다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