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자기자본·부채 양호… 한진, 68%서 88%로 유동비율 가장 많이 증가·
삼성 14개 상장계열사 중 전자 뺀 11개사 경영 불안

한화 유동비율 88%로 껑충… 롯데도 99%까지 올라… SK 자기자본비율 10%P↑
한진은 부채비율 155%P↑ 재무건전성 '꼴지' 수모

지난해 10대그룹은 유동비율, 자기자본비율, 부채비율 등 주요 재무건전성 지표에서 비교적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간한국이 공민기업을 제외한 자산순위 상위 10대그룹 소속의 83개 상장계열사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0대그룹은 평균적으로 유동비율(2.6%p)과 자기자본비율(0.9%p)이 소폭 상승한 반면, 부채비율(-3.0%p)은 하락하며 점차 양호한 재무상태로 전환되고 있었다.

10대그룹 중 유동비율이 하락한 곳은 SK, LG, 한진 등 3개사였다. 자기자본비율이 떨어진 곳은 LG, 롯데, 한진, 두산 등 4개사였고 부채비율이 올라간 곳도 마찬가지로 위의 4개사였다. 대체적으로 반비례하는 경향을 보이는 자기자본비율과 부채비율의 특성이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한진, LG 재무건전성 최악

10대그룹 중 유동비율이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은 한화였다. 한화는 2010년 68.5% 수준이었던 유동비율을 지난해 88.0%까지 끌어올렸다. 한화케미칼의 유동자산이 7,746억원에서 1조2,243억원으로 크게 늘어난 것에 영향받았다. 특히 한화는 앞서 2월 대주주의 횡령ㆍ배임 혐의로 거래정지 직전까지 갔지만 재무상태가 좋은 우량기업이라는 한국거래소의 판단으로 위기를 넘긴 바 있다.

한화에 이어 유동비율 증가폭이 컸던 곳은 롯데인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의 유동비율은 2010년 81.3%에서 지난해 98.6%까지 올랐다. 현대자동차(120.9%→127.2%), 두산(96.9%→100.9%), 현대중공업(84.0%→86.4%)이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SK의 유동비율이 가장 큰 폭으로 내렸다. SK는 2010년 103.8%의 유동비율을 기록했으나 지난해 95.1%까지 떨어졌다. 주 계열사인 SK텔레콤이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유동비율이 폭락(116.6%→88.4%)한 영향이 컸다. SK 이외에는 LG(-3.8%p), 한진(-1.6%p) 정도만이 유동비율하락을 경험했다.

지난해 유동비율이 가장 높았던 곳은 GS였다. GS는 지난해 137%의 유동비율을 기록하며 재계 1, 2위인 삼성(129.8%), 현대자동차(127.2%)를 따돌렸다. 반면 유동비율이 가장 낮았던 곳은 한진으로 58.8%에 불과했다. 대표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유동자산이 유동부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던(유동비율 46.3%) 영향을 크게 받았다.

지난해 자기자본비율이 가장 크게 증가한 그룹은 SK였다. 2010년 48.0%였던 SK의 자기자본비율은 지난해 58.0%로 올랐다. SK이노베이션(상장계열사)이 SK에너지(비상장계열사)와 분리되면서 총자산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46.4%→49.1%), 현대자동차(54.8%→56.0%), GS(52.9%→53.9%) 등이 1~3%p의 적은 폭으로 뒤를 이었다.

한진은 지난해 17.8%의 자기자본비율을 기록하며 2010년(24.5%) 대비 -6.7%p 떨어진 수준을 보였다. 대한항공이 항공기 구매를 위해 대규모 차입금을 들여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0대그룹에서는 한진을 포함해 LG(52.0%→48.6%)와 두산(35.8%→34.6%) 정도만이 자기자본비율 하락을 경험했다.

부채비율이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은 곳도 역시 한진이었다. 한진의 부채비율은 1년 동안 무려 155.5%p(307.4%→462.9%)나 치솟았다. 이로써 한진은 유동비율, 자기자본비율, 부채비율 등 재무건전성 지표들에서 모두 최하위를 기록하는 수모를 겪었다. 자기자본비율 때와 마찬가지로 LG(92.5%→105.8%)와 두산(179.0%→188.7%)이 한진의 뒤를 이었다.

전자ㆍIT 유동비율 하락

유동비율은 1년 이내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을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유동부채로 나눈 비율이다. 기업의 단기부채상환능력을 측정하는 주요 지표로 이 비율이 높을수록 현금동원력이 좋다고 해석할 수 있다. 유동자산, 유동부채를 공시하지 않는 삼성카드를 제외한 10대그룹 상장계열사 82개사 중 2010년에 비해 유동비율이 떨어진 곳은 총 29개사였다.

삼성에서는 삼성SDI의 유동비율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삼성SDI는 2010년 205.8%의 유동비율을 기록했으나 지난해에는 106.3%까지 떨어졌다. 올해 중 만기도래하는 회사채 규모가 커지면서 유동부채가 6,000억원 이상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간 유동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었던 삼성정밀화학도 유동부채가 늘어나며 큰 폭의 유동비율 하락(331.0%→249.8%)을 경험했다.

10대그룹 중 유동비율이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던 SK에서는 총 4개사의 유동비율이 하락했다. 하이닉스를 인수한 SK텔레콤 이외에도 SKC솔믹스의 유동비율이 크게 떨어졌다. 반도체, LCD부품소재 등을 생산하는 SKC솔믹스는 2010년 533억원이었던 유동부채가 지난해 1,404억원으로 크게 증가하며 유동비율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LG에서는 주 계열사인 LG디스플레이와 LG유플러스의 유동비율이 떨어졌다. LG디스플레이의 유동비율은 2010년 100.5%에서 지난해 77.2%로 낮아졌다. 유동자산은 1조원 가량 줄어들었고 반대로 유동부채는 1조원 늘어나면서 생긴 결과다. 같은 기간 LG유플러스의 유동비율도 82.1%에서 65.9%로 줄어들었다.

롯데에서는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의 유동비율이 하락했다. 지난해 6월 신동빈 롯데 회장은 전 계열사 사장들을 모아놓고 유동성 확보를 철저히 할 것을 지시했다. 그러나 그룹의 한 축인 식음료계열의 두 축을 담당하는 롯데제과(123.1%→100.2%)와 롯데칠성음료(106.0%→68.8%)의 유동성이 떨어지며 회장님의 당부가 무색하게 됐다.

그룹 상장계열사 중 유동비율이 하락한 계열사의 비중이 가장 높았던 곳은 한진이었다. 한진은 총 5개 상장계열사 중 한진해운, 한국공항, 한진해운홀딩스 등 3개사의 유동비율이 하락했다. 특히 한진해운홀딩스의 경우 유동비율이 2010년 114.1%에서 지난해 39.3%로 곤두박질쳤다.

삼성 11개 자기자본비율↓

지난해 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한 상장계열사는 83개사의 절반이 넘는 43개사다. 자기자본비율은 총자산 중에서 직접적인 금융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기업이 장기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자기자본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자기자본비율이 높을수록 경영의 안정성이 높다고 판단할 수 있다.

삼성은 14개 상장계열사 중 무려 11개사의 자기자본비율이 하락했다. 이 중 자기자본비율이 눈에 띄게 떨어진 곳은 삼성SDI와 호텔신라다. 삼성SDI와 호텔신라의 자기자본비율은 2010년과 지난해 각각 5.0%p(80.8%→75.8%), 4.6%p(48.1%→43.5%) 감소했다.

현대에서는 현대제철과 현대글로비스 단 두 곳만이 소폭의 자기자본비율 하락을 경험했다. 현대제철은 2010년(42.4%)보다 0.5%p 떨어진 41.9%를, 현대글로비스는 2010년(49.8%)보다 5%p 하락한 44.8%의 자기자본비율을 기록했다.

LG디스플레이와 LG유플러스는 유동비율에 이어 자기자본비율까지 큰 폭으로 떨어졌다. LG디스플레이와 LG유플러스의 자기자본비율은 2010년과 지난해 각각 7%p(46.9%→ 39.9%), 16.2%p(82.1%→65.9%) 떨어졌다. LED사업 침체로 지난해 큰 폭의 실적하락을 경험한 LG이노텍(36.7%→30.5%)과 LG생명과학(61.1%→49.7%)도 자기자본비율 하락을 경험했다.

유동비율과 마찬가지로 자기자본비율이 떨어진 상장계열사의 비중이 가장 높은 곳도 한진이었다. 한진은 총 5개 상장계열사 중 4개사의 자기자본비율이 떨어졌다. 특히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의 경우 자기자본비율의 절대량도 적은 편이다. 지난해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의 자기자본비율은 각각 10.8%, 20.4%에 불과했다. 일반적으로 표준비율을 50% 내외로 본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극단적으로 적은 수치다. 두산도 6개 상장계열사 중 4개사의 자기자본비율이 하락했다. (주)두산은 2010년 68.1%에서 61.9%로, 두산중공업도 38.6%에서 34.9%까지 떨어졌다.

현대중공업 재무건전성 양호

자본구성의 건전성 여부를 판단하는 대표적인 지표로 사용되는 부채비율은 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재산 중 부채가 어느 정도 차지하고 있는가를 나타낸다. 비율이 높을수록 재무구조가 불건전하므로 지불능력이 문제가 된다. 부채는 자기자본과 더불어 총자산을 구성하고 있으므로 일반적으로 부채비율과 자기자본비율은 역의 상관관계를 지닌다.

10대그룹 상장계열사 중 지난 1년간 부채비율이 높아진 곳은 자기자본비율이 떨어진 곳과 거의 일치한다. 유일한 예외는 한국공항이다. 한국공항은 지난해 자기자본비율이 2010년에 비해 대폭 상승(49.2%→67.9%)했음에도 불구 부채비율도 높아지는(44.6%→47.2%) 기현상을 보였다.

유동비율과 자기자본비율은 떨어지고 부채비율마저 높아지면서 총체적인 재무불안을 겪은 상장계열사는 10대그룹 총 83개 중 18개로 전체의 21.7%에 달했다. 삼성(4개), LG(4개)가 가장 많았고 한진(3개), 현대자동차(2개), SK(2개)가 뒤를 이었다. 현대중공업은 유동비율, 자기자본비율, 부채비율 등 모든 부문에서 양호했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