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막판 민간인 사찰 문제가 야권에 호재

부재자투표가 시작된 5일 오전 인천시 중구 중구선거관리위원회에 설치된 부재자투표소에서 해군장병들이 투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제19대 총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많은 전문가들은 "전국적으로 박빙지역이 워낙 많다 보니 여야가 접전을 펼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우세는 없을 거라는 얘기다.

17대 때는 민주통합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이 152석, 18대 때는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153석을 얻어 과반의석을 달성했다.

전문가들은 또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이나 단독으로 과반의석은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을 합친 야권 전체의 과반의석 확보는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주간한국>은 총선 6일 전인 지난 5일 선거 전문가 7명에게 "이번 총선에서 어느 당이 1당을 차지할 것으로 보느냐"고 물었다. 7명 중 1명은 대답을 유보했고, 5명은 민주통합당의 1당을 예상했다. 새누리당이 1당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한 전문가는 1명이었다.

수도권 싸움이 1당 좌우

서울특별시 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참여 홍보를 위해 4일 청계천에 서울지역에 출마한 174명 후보자의 선거벽보를 전시했다. 연합뉴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단정지어서 말하기는 어렵지만 수도권에서 승패가 1당을 좌우할 것으로 본다. 전국을 종합해보면 민주통합당이 140~145석, 새누리당이 130석 정도를 얻을 것으로 전망한다. 통합진보당은 12, 13석, 자유선진당은 7, 8석 정도가 되지 않을까.

유권자의 4분의 1은 선거 6개월 전에, 4분의 1은 3개월 전에, 4분의 1은 1개월 전에 어느 당에 표를 줄 것인지 결정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전체 유권자의 4분의 1이 막판에 표심을 굳힌다는 것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민간인 불법 사찰 문제는 '이슈 쓰나미'가 되긴 어렵겠지만 MB 정부 심판론을 강화시켜줬다는 측면에서 젊은 층의 투표율에는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혼전 지역 많아 예측 무의미

▲심재웅 한국리서치 상무=정말 전망 못한다. 혼전 지역이 너무 많아서 아무도 예측 못한다. 예상이라는 것 자체가 무모하고 무의미하다. 이번 선거는 커다란 흐름보다는 작은 흐름이 여러 번 부딪쳐 난기류를 형성했기에 바람이 어느 쪽으로 불지 모른다.

다만 정권 말기인 만큼 야권이 다소 앞설 것으로는 본다. 야권 입장에서 본다면 관건은 영남(67석)과 호남(30석)의 차이를 극복하느냐인데, 그렇다면 결국은 수도권(112석) 싸움이 중요하다.

통합진보당 캐스팅보트 역할

▲이근형 윈지코리아 대표=민주당이 1당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민주통합당은 141, 142석 정도, 새누리당은 137, 138석을 얻지 않지 않겠나.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치러졌던 2004년 17대 총선과 비교하면 야권이 서울 경기에서는 그때와 비슷하게 선전하는 것 같다. 다만 인천과 충북이 8년 전보다 못하는 것 같다.

이번 선거의 핵심은 MB 정부 심판론인데 민간인 사찰은 그런 정서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고 강화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통합진보당은 12, 13석 정도. 자유선진당은 5, 6석을 예상한다. 민주통합당의 단독 과반의석이 어려운 만큼 통합진보당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새누리당 135석 제1당 유력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이나 130석은 얻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민주통합당보다는 새누리당이 135석에 좀더 가까울 것으로 본다. 그 이유는 동부 벨트, 충청권 등에서 새누리당이 선전하기 때문이다. 그 지역들은 고령 유권자들이 많기 때문에 수도권과는 분위기가 확연하게 다르다.

반면 민주통합당은 영남에서 의외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데다 충청에서도 고전하고 있다. 그렇다면 결국 수도권인데, 통합진보당에 많이 양보했기 때문에 생각만큼 수확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여러 이슈가 민주통합당에 유리하게 작용했지만, 잇단 헛발질과 오버로 스스로 기회를 날렸다. 과거처럼 야당다운 신선한 전략이 없다는 것도 아쉽다.

새누리·민주당 격차 매우 작을 듯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실장=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이나 130~140석을 얻을 것으로 본다. 따라서 양당 간 격차는 매우 작을 것이다. 정권말기의 선거는 통상 여당 성향의 지지가 붕괴되거나 와해된 상황에서 치러진다. 때문에 야당의 싱거운 승리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미자유무역협정(TFA), 제주해군기지 등 보수층이 원하는 가치가 완벽하게 구비되면서 세 결집으로 이어졌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전면에 나섬으로써 대권과 연계시킨 전략도 보수층의 결집을 유도했다.

야권은 통합 과정에서 기대감을 높였지만 공천 과정에서 보여준 실망, 야권 연대 과정에서 터진 잡음 등으로 중도층, 무당파들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했다. 정권에 거부감이 큰 유권자들을 잘 흡수했다면 야당이 압도적으로 우세했을 것이다. 민간인 불법 사찰 문제는 야당에 호재였으나 가시적 효과를 누릴 만한 대중적 신뢰를 회복하지는 못한 것 같다.

박빙 승부… 야당 다소 유리

▲황인상 P&C 정책개발원 대표=상당한 박빙승부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야당이 다소 유리한 국면이다. 민주당은 140~145석, 새누리는 130석 정도. 통합진보당은 10석 정도를 얻을 것으로 전망한다.

민간인 불법 사찰 문제는 수도권에서는 상당한 영향이 있는 반면, 영남에서는 큰 영향을 주기 어렵다. 서울은 여야 간 편차가 다소 크겠지만 인천 경기는 팽팽할 것으로 예상한다. 경기 북부는 박빙승부, 남부는 야권에 유리한 흐름인 것 같다.

무소속들은 18대 총선에 비하면 위력이 덜할 것 같은데, 이는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의 당 잔류가 전체적으로 흐름을 끊었기 때문이다. 18대 때는 영남지역에서 대안을 찾는 과정에서 여당 성향의 무소속들이 반사이익을 얻었다.

한 당이 단독 과반의석은 힘들어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부소장=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 어느 쪽도 단독 과반의석은 어렵다. 다만 최근 민간인 사찰 문제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야당에 어느 정도 호재가 되고 있다는 것은 주목해야 한다. 2004, 2008년 총선 때처럼 한 쪽으로 쏠리는 현상은 없겠지만, 민주통합당이 135~145석으로 새누리당(125~130석)에 조금 앞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만 보수층의 결집으로 야권의 영남 공략은 생각만큼 쉽지 않을 것 같다. 통합진보당은 이정희 의원의 여론조사 조작 의혹 사건이 없었다면 탄력을 받았을 것이다. 자유선진당은 두 자릿수 의석 유지가 쉽지 않아 보인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