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박지원 박영선 이인영 등 조기 전당대회 개최 때 도전 가능성

정세균 민주통합당 당선자가 지난 11일 밤 당선이 확정된 직후 지지자들의 환호 속에 승리의 V자를 그리고 있다. 연합뉴스
결국 '100일 천하'로 끝났다. 원내 단독 과반(151석) 의석 확보에 실패한 것은 물론이고, 제1당 등극에도 실패했다. 최후의 보루라 할 야권 연대(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의 과반의석마저도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에 닻을 올린 민주통합당이 4ㆍ11 총선 패배로 창당 4개월 만에 격랑 속으로 빠져들었다. 1월 15일에 출범했던 한명숙 체제는 '100일 천하'로 막을 내렸고, 총선에서 참패한 당은 새로운 진로 모색에 나서게 됐다. 한 대표는 13일 "무한책임을 느낀다"며 정확히 89일 만에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한 대표는 나머지 최고위원들의 거취는 개인적인 판단에 맡기기로 했다.

총선 전부터 민주통합당 내에서는 승패 기준이 명확하게 제시됐었다. ▲원내 1당에 오르고 통합진보당을 더한 야권의 과반의석은 완전한 승리 ▲130대 초반 의석은 만족할 수 없지만, 새누리당보다 의석이 많을 경우에는 판정승 ▲새누리당에 1당을 내준다면 무조건 패배라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패배=지도부의 책임'이라고 규정할 수는 없지만 이번의 경우는 어느 때보다 야당에 호재가 많았던 만큼 한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무능'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다.

정권심판 여론이 높은 가운데 선거가 치러졌지만 공천 과정에서 잇단 실책이 터졌다. 또 선거 막판에는 막말 파문을 일으킨 김용민 후보를 두고도 '나꼼수'의 눈치만 살피는 등 좌고우면으로 일관했다.

박지원
신율 명지대 교수는 "모바일 경선 악재, 공천 잡음 등 당내 마찰이 지속됐고 김용민 막말 파문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등 야당이 여러 악재를 자초했다"며 "선거 쟁점도 제대로 잡지 못해 심판론의 구도를 놓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민주통합당의 한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대선까지 8개월이 남아 있기 때문에 당장 체제정비를 서둘러야 할 것"이라며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통해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하는 게 순리 아니겠냐"고 말했다.

위축된 친노… 정세균이 나설까

한명숙 대표 체제 하에서 치른 선거에서 대패함에 따라 친노(친 노무현) 그룹은 다소 위축됐다. 당도 졌을 뿐 아니라 친노의 간판이라 할 주자들 중 문재인 상임고문을 제외한 문성근 김정길 후보 등도 죄다 고배를 들었다. 문 후보는 지난 1ㆍ15 전당대회 때 한 대표에 이어 2위로 최고위원에 선출됐고, 김 후보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랜 동지다.

그렇다고 해서 조기 전당대회가 열릴 경우, 친노 그룹으로서는 가만히 앉아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정치 1번지'인 서울 종로 승리로 '5선 배지'를 단 정세균 상임고문의 당권 도전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박영선
정 고문은 전북 출신으로, 호남 인사들과 두루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참여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친노 그룹이기도 하다. 친노이면서도 친노 색채가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게 정 의원의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은 어떻게…

지난 1월 당대표 경선 때 각각 3위와 5위를 차지한 의원은 비노(非盧) 진영에 속한다. 이 의원과 박 의원은 공천 과정에서 친노의 독주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특히 박 의원은 지난달 최고위원에서 사퇴하면서 "보이지 않는 손이 공천에 관여했다"며 친노 진영을 겨냥했다.

지난 1월 전당대회 때 이 의원은 김부겸 최고위원과 함께 손학규 전 대표의 지원을 받았다. 이 의원은 손 전 대표와 우호적인 486의 대표 격이고, 김 최고위원은 손 전 대표의 영남인맥 중 한 명이다.

박 의원은 지난 전당대회 때는 손 전 대표와 가까워질 '공간'이 없었다. 1인 2표제였던 만큼 손 전 대표는 이 의원, 김 최고위원과 손을 잡았다. 박 의원은 각종 청문회 때 '박 남매'로 불렸던 최고위원과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유지했다.

이인영
호남의 좌장 은

최고위원은 비노 진영의 대표 격이다. 그는 지난해 연말 야권 통합 전부터 "김대중 노무현 세력이 함께 가야지 어느 한 쪽으로 힘이 쏠려서는 안 된다"고 우회적으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이 진행되는 과정 동안 박 최고위원은 여러 차례 불만을 터뜨렸다. 다른 비노 진영 인사들이 지적했던 것처럼 친노 측의 전횡이 지나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일거에 당내 주류로 자리매김한 친노 측은 요지부동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총선 두 달여 전만 해도 민주통합당은 야권 통합 바람을 앞세워 단독 과반의석 확보를 낙관했다. 친노 측인 문성근 최고위원도 지난 1월 전당대회 직후 "2004년 열린우리당이 얻었던 152석을 넘겨서 안정적인 의석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달 전 여러 전망이나 예상과 비교하면 민주통합당은 20~25석을 빼앗긴 셈이다.

공천 과정에서 박 최고위원은 불만을 표출하긴 했지만 '폭발' 단계에까지 이르지는 않았다. 총선 후 상황을 차분하게 지켜본 뒤 움직이는 게 순리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총선이 패배로 끝나자 박 최고위원은 "국민의 기대에 부합하는 데 실패했다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고 지도부 모두 사퇴해야 한다"며 한 대표를 겨냥했다.

민주통합당의 한 관계자는 "조기 전당대회가 열릴 경우 당의 여러 중진들이 나서게 되지 않겠냐"면서 "연말에 대선을 남겨두고 있기 때문에 당권 주자들과 예비 대권주자들 간의 연대가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