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간인 불법사찰 급물살 타나자취 감춘 핵심 인물 "살기위해 자백 고민" 체포영장 전 측근에 토로양심선언땐 '일파만파'… '극단적 선택' 우려도

한국청년연대 등 청년학생단체는 지난 4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민간인 불법사찰과 관련한 모든 사실을 공개하고 관련자를 사법처리하라고 촉구했다. 주간한국 자료사진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 사건이 진경락(45)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의 양심선언으로 급물살을 탈수 있을지 정치권과 청와대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불법사찰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박윤해 부장검사)은 이번 사건의 핵심인물로 진 전 과장을 지목하고 있다. 지난 11일 체포영장을 발부 받은 검찰은 진 전 과장 체포에 나섰다.

하지만 진 전 과장은 현재 자취를 감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의 행방을 추적하기 위해 진 전 과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고 추적하고 있다.

진 전 과장이 자취를 감추면서 정치권과 청와대 그리고 검찰 주변에서 여러 추측들이 쏟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진 전 과장이 여권 핵심 인사들과 극비리에 접촉하며 검찰 수사에 대한 대응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처럼 진 전 과장과 불법사찰 사건에 대한 소문이 난무하는 가운데 최근 <주간한국>이 입수한 소식에 따르면 진 전 과장이 장진수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처럼 '양심선언'을 할지 고민하고 있다. 이 같은 진 전 과장의 심경은 그와 가까운 인사의 전언이어서 향후 사건의 흐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충격적 양심선언 나오나

진 전 과장에 대해 국무총리실 특수활동비 중 280만원을 매월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에 상납한 업무상횡령 혐의로 체포에 나선 검찰은 "가족이나 변호인과는 연락이 되지만 진 전 과장은 연락이 안 닿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검찰은 수사반경을 넓혀갈 만한 곳을 위주로 진 전 과장을 찾고 있다.

검찰이 진 전 과장에 대해 수사망을 좁혀 들어가면서 향후 진 전 과장의 행보를 두고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수사에 두려움을 느낀 나머지 진 전 과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다"며 무조건적인 추적보다 회유책을 써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아 보인다. 검찰로서는 사건의 핵심인 진 전 과장을 통해 사건의 전말을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되는 입장이다. 그러나 진 전 과장이 입을 열 경우 그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짐작조차 힘든 상태다.

진 전 과장도 절박하기는 마찬가지다. 살 길을 도모해야 하지만 사건의 내막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 더 이상 감출 수도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그렇다고 무작정 검찰에 자진 출두해 모든 것을 밝힐 수도 없다. 따라서 검찰 수사와 관련해 청와대와 여러 가지 내용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검찰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 전 과장과 논의하기 위해 섣불리 나서는 사람도 없고 접촉 통로도 차단돼 있다는 점이다. 또 진 전 과장과 함께 손발을 맞췄던 여러 총리실 인사들이 이미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것도 진 전 과장에게는 큰 부담이다. 검찰이 어느 선까지 파악하고 있는지 진 전 과장으로서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진 전 과장은 최근 지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양심선언'을 고민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고, 검찰 청와대 정치권은 '안테나'를 바싹 곤두세우고 있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

진 전 과장과 검찰 주변에서는 이달 초부터 심상치 않은 소문이 확산됐다. 민간인 불법사찰 관련 증거인멸의 핵심인물로 주목받고 있는 진 전 과장이 체포영장이 발부되기 전 모교 동창회에 나가 지인들에게 복잡한 심경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진 전 과장은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지인 등에게 "검찰의 소환에 응하지 않고 있는데 분위기가 좋지 않다.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온 것 같다"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

진 전 과장의 근황에 대해 잘 아는 한 정치권 소식통에 따르면 진 전 과장은 더 이상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고 판단하고 '양심선언'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진 전 과장은 지인에게 "혹시 친노 쪽과 친분이 있냐, 민주당 쪽에 아는 사람이 있냐, 이강철(전 시민사회수석)을 잘 아느냐"며 "나는 민간인 사찰 건으로 이제 모든 게 끝났다"고 참담한 심경을 털어놨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 등의 소식을 종합하면 진 전 과장은 지금 검찰에 모든 것을 다 털어놓는 '양심선언'을 하면 정상참작은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으로 여러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정치권 일부에서는 "정치적으로 살 길을 모색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야권에서는 "진 전 과장이 '양심선언'을 한다 해도 그것을 대가로 그의 우산이 돼 줄 수는 없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진 전 과장의 사정에 대해 잘 아는 한 정치권 인사는 "진 전 과장은 현재 정신적으로 매우 지친 상태"라며 "그는 최종석 행정관과 같은 행정고시 39회 출신으로 사실상 출세길이 보장돼 있었지만 한 순간에 모든 게 물거품이 돼 버렸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인사는 이어 "진 전 과장이 극단적인 생각을 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진 전 과장의 부인은 수개월 전 말기암 판정을 받았다. 그래서 그는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하루빨리 그가 현명한 판단을 내리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검찰 내부에서는 진 전 과장이 기획총괄과장을 맡았었기 때문에 입을 열기 시작하면 모든 의문이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여권을 중심으로 정치권 일각에서는 진 전 과장이 실제로 '양심선언'을 할 경우 일이 일파만파로 확대될 수 있고 수사가 어디 선까지 진행될지 모르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승진 때문에 증거인멸 적극 가담"

윗선 '토사구팽' 행각에 양심선언 가능성 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의 '키맨'인 진경락(45ㆍ지명수배)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이 승진 때문에 불법을 무릅쓰고 증거인멸 등에 적극 가담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증거인멸 사건이 불거진 2010년 7월, 진 전 과장이 특진을 불과 1~2주 앞두고 있었다는 것이다.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 A씨는 지난 12일 한국일보와 전화통화에서 "노동부 출신인 진 전 과장은 총리실에 파견 나와 있는 동안 3급으로 승진하기 위해 당시 총리실 실세였던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당시 총리실 국무차장)과 수시로 접촉하며 이들이 내린 지시에는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며 "신설 부서였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체계가 허술해 윗선의 인사 개입이 비교적 쉬웠던 점을 노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A씨에 따르면 진 전 과장이 증거인멸 사건으로 기소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뒤 "청와대, 이영호, 한나라당을 모두 불살라버리겠다" "청와대 수석들을 법정에 증인으로 세우겠다"는 등 강경 발언을 한 것도 승진을 목전에 둔 상태에서 '꼬리 자르기'를 당함으로써 생긴 박탈감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비선 라인에 줄을 댄 진 전 과장이 비교적 일찍 승진 기회를 잡은 셈이었는데, 증거인멸 사건으로 사법 처리되면서 물거품이 되자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내용이 드러나면서 최근 그가 윗선의 토사구팽 행각에 상당한 배신감을 느껴 '양심선언'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윤지환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