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벽'에 막힌 민간인 불법사찰 수사결정적 열쇠 쥔 핵심 조사 내내 묵비권 행사검찰 "…" 무력감… 실세와 사전 교감설 증폭

진경락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박윤해 부장검사)이 등 핵심 관계자 3명을 구속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실질적인 수사의 '속도'는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검찰 수사의 가장 큰 장애는 구속된 핵심들의 '침묵'이다. 이들은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어 검찰의 '윗선'규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진 전 과장은 조사 내내 묵비권 행사 등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고, 이 전 비서관도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진 전 과장의 침묵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불법사찰의 보고라인으로 추정되는 '윗선'과 진 전 과장이 검찰에 자수하기 전 사전 조율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것이다.

당초 진 전 과장은 불법사찰 의혹의 핵심으로 지목됐으나 줄곧 행방을 감춰오다 최근 모습을 드러냈다. 이 과정에서 그를 둘러싸고 여러 말들이 나왔다.

특히 지난달 말과 이달 초쯤에는 검찰, 정치권 그리고 진 전 과장 주변에서 "진 전 과장이 '양심선언'을 고심하고 있다" "진 전 과장이 검찰에 붙잡히기에 앞서 '윗선'과 은밀히 살 길을 논의 중"이라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이영호
진 전 과장이 만난 사람은

검찰은 지난 16일 국가 예산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진 전 과장을 구속했다. 법원은 "범죄 혐의가 입증되고,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며 진 전 과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어 검찰은 이날 장진수 전 총리실 주무관에게 5,000만원을 준 류충렬 전 공직복무관리관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 수색했다.

진 전 과장이 구속되자 검찰 내부는 그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기대 반 걱정 반이면서도 "진 전 과장이 묵비권으로 일관할 것"이라는 예상이 적지 않았다. 이미 진 전 과장이 '윗선'과 충분히 논의한 뒤 검찰에 모습을 드러냈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검찰 관계자는 "우리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진 전 과장은 잠적해 있는 동안 여러 사람과 극비리에 접촉을 시도한 정황이 있다"며 "이미 충분한 법리적 검토를 거쳐 묵비권으로 일관한다는 계획을 세웠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귀띔했다.

최종석
최근 진 전 과장 주변에서 들린 진 전 과장의'양심선언'계획과 관련해 검찰은 "양심선언은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진 전 과장이 검찰의 어떤 설득에도 흔들리지 않고 묵비권으로 일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서다.

하지만 진 전 과장은 검찰에 모습을 드러내기 전, 주변인들에게 절망적인 태도를 보이며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그가 왜 심경의 변화를 일으켰는지 그 배경에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한 정치권 소식통에 따르면 경주 출신인 진 전 과장은 도피 기간 중 경주 지역 출신 인사들과 접촉해 자신의 행동 방향 등을 논의했다. 또 검찰의 포위망이 좁혀오자 가장 가까운 주변 인사 A씨와 긴밀히 연락을 주고받으며 자신의 뜻을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모 알고 있는 핵심인물

검찰에 구속된 불법사찰 핵심 인사들의 침묵에 대해 검찰 주변에서는 "진 전 과장의 묵비권은 다른 이들과는 의미가 다르다"는 말이 나온다.

진 전 과장은 불법사찰의 전모를 알고 있는 핵심 인물로 꼽히고 있으며, 그가 처리한 업무내용만 보더라도 진 전 과장은 불법사찰의'윗선'규명을 위한 결정적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임이 확실하다는 것이다.

도피행각 끝에 나타난 진 전 과장이 검찰의 뚜렷한 정황증거 제시에도 불구하고 묵비권을 행사하자 검찰과 정치권 주변에서는 "배후 없이는 불가능한 태도"라고 입을 모은다.

이와 관련, 정치권에서는 진 전 과장이 MB정부 실세인 B씨의 최측근과 이 문제를 논의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또 검찰도 "진 전 과장이 B씨 측과 접촉한다"는 첩보를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 전 과장이 B씨 측과 접촉해 검찰 조사에 앞서 여러 가지를 논의한 것이 사실이라면,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진 전 과장 등은 결정적인 내용은 단 한마디도 꺼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검찰 주변에서는 "사건은 이대로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진 전 과장이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도피 행각 중에 우리 측에서 간접적으로 접촉했을 때와는 약간 다른 자세"라며 "아마도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윗선에서 진 전 과장에게 입을 다물도록 설득한 것 같다. 정치권에서는 '빅딜설'도 파다한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런 정보가 없다"고 말했다.

진 전 과장을 비롯해 구속된 핵심 인사들이 계속 침묵할 경우 검찰의 수사는 사실상 진척되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불법사찰을 입증할 만한 구체적인 증거가 부족한 데다 지금까지 드러난 여러 자료들도 정황상 뒷받침 정도는 가능하지만 결정적으로 진실을 규명할 만한 정도는 아니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또 검찰에 따르면 언론 등을 통해 보도되고 있는 내용은 이미 대부분 검찰이 조사했던 내용이기 때문에 새로 들춰낼 게 없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검찰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를 향해 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윤지환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