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A·IPO 주관사 선정 경쟁대우조선·산업은행 등 봇물… 국내 금융사는 외국계와 연합전선 구축회계법인은 가치평가 장점 앞세워 경쟁 가세

산은금융지주(오른쪽)와 교보생명 지분은 인수합병(M&A)과 기업공개(IPO) 주관사들이 눈독을 들이는 물건들이다. 주간한국 자료사진
#지난 2월 하순과 3월 초에 걸쳐 진행된 산은금융지주의 기업공개(IPO) 주관사 선정은 금융계에 큰 이벤트였다.

IPO 규모만 2조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돼 주관사 자리를 꿰차면 '수익과 명성'을 한꺼번에 얻게 돼 말 그대로 '총성 없는 전쟁'이었다. 한 금융회사의 임원은 "국내외의 내로라하는 금융회사 간에 자존심을 건 싸움이었다"고 토로했을 정도였다.

결국 15곳이 참여해 삼성증권과 골드만삭스가 IPO 대표주관사로 낙점을 받았고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이 직접 낙점을 하는 과정에서 해프닝도 적지 않았다.

#올해 인수합병(M&A) 가운데 대어로 분류되는 한국항공우주(KAI)의 매각작업이 본격화되자 시선은 정책금융공사로 쏠려 있다. 정책공사는 최소 40%의 지분을 연내에 팔기 위해 이달 말까지 매각주관사 선정을 마칠 예정.

프리미엄 등을 감안할 때 1조5,000억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 국내외 IB의 한판 싸움은 지난해 현대건설과 하이닉스 매각 때처럼 불가피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1ㆍ4분기 국내 M&A는 196건에 85억5,000만달러 규모로 지난해 같은 기간(212건ㆍ168억5,000만달러)에 비해서는 주춤했다.

하지만 추진 중인 M&A는 굵직한 게 많다. KAI에서부터 대우조선해양ㆍ웅진코웨이ㆍ쌍용건설ㆍ동양생명 등 대형 매물과 저축은행 등 소규모 M&A가 예정돼 있다.

때문인지 주관사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M&A뿐 아니다. 대형 IPO도 본격화되고 있다. 산은금융과 포스코 계열의 포스코특수강 IPO가 대표적이다.

외국계와 연합전선

아무래도 국내 금융회사는 아직 M&A나 IPO 시장에서의 '트랙레코드(실적)'가 많지 않다. 때문인지 M&A나 IPO를 추진하는 기업들이 외국계 금융기관을 공동주관사로 포함시킨다. 산은금융이 IPO를 위해 골드만삭스를 포함시켰고 지난해 현대건설이나 하이닉스 매각에도 외국계 IB가 포함됐다.

그래서인지 국내 금융회사는 외국계와의 연합전선을 구축하기도 한다. 금융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제휴를 맺으면 아무래도 주관사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아져 나름의 승리의 방정식 중 하나"라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유럽의 로스차일드와 제휴했고 우리투자증권이나 대우증권도 등도 외국계와 전략적 제휴를 맺어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물론 이 같은 전략적 제휴는 외국계에도 득이다. 지난해 국내 M&A 시장에서 별다른 실적이 없던 로스차일드가 삼성증권과 제휴한 뒤 1ㆍ4분기에는 2건의 M&A를 성사시켜 국내시장 점유율 21.8%를 장악하면서 1위를 기록했다.

외국계와의 제휴는 외국시장의 진출까지 노리는 포석도 깔려 있다. 국내의 물건을 외국계 회사가 사는 경우도 많은데 국제적인 M&A를 주선하면서 실적도 쌓아 점차 해외 M&A 시장으로 나가겠다는 것이다.

최근 강자로 부상하고 있는 국내 IB의 본부장은 "국내 금융계가 국제 M&A의 실적이 없다 보니 주관사 입찰에도 제약이 따르는 게 현실인데 외국계와의 제휴를 통해 실적이 쌓이면 점차 국제 M&A 시장 진출도 가능하게 된다"고 말했다.

국내ㆍ국외IB 무한경쟁

업계는 IPO나 M&A 주관사 선정 과정이 정치의 선거전을 방불케 한다고 한다. 선거에서 낙선을 '절반의 승리'라고 치켜세우기도 하지만 '선거낙선=패배'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인 만큼 주관사로 선정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세태에 대한 안타까움이다.

최근 대형 M&A를 끝낸 한 기관의 관계자는 "공정절차를 밟아가면서 진행하는 과정임에도 주관사 선정까지 이곳 저곳에서 많은 연락을 받았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주관사 선정까지 엄청난 경쟁이 진행된다는 얘기다.

더구나 최근에는 증권 IB 외에 회계법인까지 주관사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경쟁의 구도가 기존의 국내 IB 간의 경쟁, 국내외 IB 간의 경쟁에다 회계법인까지 뛰어는 셈인데 지난해 국내 M&A 시장의 2.3%를 점유한 삼정KPMG는 올해 1ㆍ4분기에 330만달러 규모의 M&A딜을 성사시키면서 9위를 기록하고 있다.

경쟁이 다각화되자 금융계나 회계법인은 각자의 강점을 최대한 강조하는 특화전략을 내세우기도 한다. 외국계는 풍부한 해외 네트워크와 자금동원력 등을 부각해 대형 M&A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반면 국내 IB는 국내의 네트워크 강점, 인수자금 조달 등 금융 서비스를 한꺼번에 제공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내세워 소규모 M&A나 IPO 시장에 집중하고 있고 점차 대상도 커지고 있다.

회계법인은 가치평가의 강점을 살리고 있다. 부실기업이나 저축은행 등 부채와 기업가치 평가가 중요한 M&A를 공략하는 게 대표적. 삼정KPMG가 W저축은행이나 금호종금 매각주관사로 선정된 것도 이런 강점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부실기업이나 금융업은 회계법인이 관심을 보이는 반면 기업 구조조정 등과 관련된 대규모 M&A는 국내외 IB들이 강점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철균기자 fusioncj@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