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통합당 새로운 권력지형은당대표-원내대표 출마 합의… 97년 DJT연합 벤치마킹김근태계 등은 "담합" 비난원대대표 명실상부 당중심 계파별 회동 등 움직임 긴박

이해찬(오른쪽) 전 총리와 박지원 최고위원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민생공약실천특위 첫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손용석기자
민주통합당이 다시 술렁이고 있다. 오는 4일 소속 의원들의 투표로 선출되는 원내대표 자리를 두고 친노(친 노무현)와 일부 비노(非盧) 진영이 '전략적 동거'를 꾀하고 있다.

친노의 좌장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상임고문)와 옛 민주계의 얼굴 격인 박지원 최고위원은 지난 25일 연대를 전격 결정했다. 이 전 총리는 당대표 경선 출마, 박 최고위원은 원내대표 경선 출마로 양측은 교통정리를 마쳤다.

그러자 옛 민주계를 제외한 다른 비노 진영은 "단합이 아니라 담합이자 야합"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친노와 일부 비노의 '적대적' 공생관계 모색, 이에 대한 다른 진영의 반발이 거세지는 것은 그만큼 신임 원내대표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새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장을 맡는 동시에 최고위원회의 권한을 이양 받는다. 따라서 원내대표는 새로운 당대표 선출을 위해 오는 6월 9일에 치러지는 임시 전당대회에도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단순한 원내사령탑을 넘어 명실상부한 당의 중심에 서게 되는 것이다.

지난 26일 후보 등록 마감 결과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한 인사는 박지원 최고위원(3선), (4선) (3선) 의원, 당선자(3선) 총 4명이다. 박 최고위원과 이 의원은 옛 민주계, 전 의원과 유 당선자는 중립 성향으로 분류된다.

이낙연
친노, 비노의 연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완전히 등을 돌린 것으로 보였던 친노와 비노가 사실상 동거를 시작했다. 이해찬 전 총리와 박지원 최고위원이 지난 25일 가진 비공개 회동이 신호탄이었다. 회동에서 두 사람은 '이해찬 당대표 출마-박지원 원내대표 출마'로 '합의'를 봤다.

민주통합당 관계자는 "이해찬 전 총리와 박지원 최고위원이 당대표와 원내대표로 호흡을 맞춘다면 전투력은 사상 최고일 것"이라면서도 "이미 여러 주자들이 출마를 선언한 상태에서 뒤늦게 나서서 판을 흔드는 등 과정과 절차에서는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고민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던 박 최고위원은 결국 지난 26일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통합당의 모든 역량을 정권교체에 집중하는 총력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며 "정권 교체를 위해 친노와 비노, 호남과 비호남이 없는 오로지 민주당만이 존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당초 이 전 총리와 박 최고위원은 전당대회에 나갈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이 당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경우, 당은 총선 공천 과정에 이어 또 한 번 친노와 비노의 극한 대립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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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되면 패하는 쪽은 회복하기 어려운 치명상을 입게 된다. 또 친노가 총선을 통해 당내 최대 계파로 자리매김했다고는 하지만 옛 민주계, 486세대 정치인 모임인 '진보행동', GT(김근태)계, 중립성향의 그룹 등 범비노 진영의 견제를 받고 있다.

따라서 총선 공천에 이어 당대표 경선에서도 친노가 독자적으로 전면에 나선다면, 대선을 앞두고 당은 분열을 면키 어려울 수도 있다. 친노의 좌장인 이 전 총리가 옛 민주계의 대표 격인 박 최고위원에게 손을 내민 것도 이런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여론의 질타에도 불구하고 당권을 위해 손을 잡았다.

문재인 상임고문은 이 전 총리가 당대표, 박 최고위원이 원내대표에 출마하기로 합의한 것에 대해 "담합이 아니고 단합으로, 오히려 바람직한 모습"이라며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친노, 비노로 갈리지 말고 힘을 합쳐 정권교체를 이루는 것"이라고 거들었다.

호남+충청+영남 연대?

주류인 친노와 비주류인 옛 민주계의 연대는 '호남(박지원 최고위원)+충청(이해찬 전 총리)+영남(문재인 상임고문, 김두관 경남지사) 또는 수도권(손학규 전 대표)을 포괄하는 전국적 지역연대의 완성을 의미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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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의 구도를 보면 오는 12월 대선을 앞두고 민주통합당은 영남 또는 수도권에서는 후보를 배출할 가능성이 있는 반면, 호남과 충청에서는 후보조차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선 후보를 배출하지 못하는 호남과 충청을 당의 중심으로 끌어들여 영남 또는 수도권 주자의 지역기반을 다지겠다는 게 이 전 총리와 박 최고위원 등의 구상이다.

이 같은 전략은 야권의 승리로 막을 내렸던 1997년과 2002년 대선의 '벤치마킹'이라는 게 민주통합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97년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는 충청(김종필 전 자유민주연합 총재)과 영남(박태준 전 민주정의당 대표)과 손을 잡음으로써 이른바 'DJT 연합'을 완성했다.

또 2002년에는 경남 출신의 노무현 후보가 PK(부산 경남)를 기반으로 하면서 '민주당의 심장'인 호남에서도 절대적인 지지를 이끌어냄으로써 극적인 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시나리오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총선에서 전권을 행사하다시피 한 친노가 총선 참패에도 불구하고 다시 전면에 나설 경우 역풍이 거세질 거라는 예상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친노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사람들도 꽤 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면서 "실제로 호남의 경우 안철수 교수와 손학규 전 대표에 대한 지지도가 상대적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높다"고 지적했다.

민주통합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 전 총리와 박 최고위원이 정말 충청과 호남의 대표성을 가질 수 있는지부터 냉정하게 따져봐야 할 것"이라며 "두 사람의 역량을 떠나서 이미지만 보면 젊음, 참신성 등과는 거리가 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비노는 반발

옛 민주계가 비노 진영의 중심인 것은 맞지만, 비노의 전부는 아니다. 당장 호남 쪽에서도 박 최고위원이 호남의 대표인 양 나서는 데 대한 견제 심리가 적지 않다.

또 중립 성향의 당선자, DY(정동영)계와 GT계도 이 전 총리와 박 최고위원의 연대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두 사람의 비공개 회동 사실이 알려진 지난 25일 밤 민병두 김현미 최규성 이인영 당선자 등은 긴급 회동을 가졌고, '이-박 연대'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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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당권 도전이 유력시되는 당선자는 지난 26일 "당권을 몇몇이 나눠 가지려고 시도한 것이 사실이라면, 아무리 근사한 말로 포장한다 해도 국민의 지지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렇게 해서 과연 우리가 대선에서 승리를 기대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성토했다.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한 의원도 "원내대표 선거가 당권을 염두에 둔 특정 인물들의 나눠먹기식 밀실야합으로 변질되는 것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며 "이번 원내대표 선거가 또다시 친노, 비노, 호남, 비호남 등 낡고 분열적인 틀에서 치러지면 국민에게 감동은 커녕 분노와 실망만 안겨주고 그만큼 정권 교체의 길은 험난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상황이 급변하면서 계파별 움직임도 활발하다. 친노 그룹과 함께 당내 최대 계파인 진보개혁모임은 지난 26일 긴급 회동을 갖고 원내대표 경선에서 당선자를 지지하기로 뜻을 모았다. 재야 인사 의원들의 모임인 민주평화연대도 유 당선자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유럽을 순방 중인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정세균 상임고문 등은 이 전 총리와 박 최고위원의 연대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손 전 대표와 정 고문은 문재인 고문, 김두관 경남지사 등과 함께 당내 유력 대선 주자다.

손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이-박 연대는) 정의롭지 못한 일"이라고 비판했고, 정 고문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정치를 해야 한다"고 편치 않은 심기를 드러냈다. 손 고문은 오는 2일 귀국 후 구체적인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우상호

당권경쟁 전 합종연횡 시작 ?
이해찬 출마에 ··· 등 자천타천 거론


최경호기자


오는 4일 원내대표가 선출되고 나면 민주통합당은 곧바로 임시 전당대회 준비에 들어간다. 6월 9일에 치러지는 전당대회에서는 제2대 민주통합당 당대표를 선출하며, 새로운 대표는 대선 정국에서 당을 이끌게 된다.

우선 친노 진영에서는 이해찬(60) 전 총리가 사실상 출마를 선언했다. 당내 최다선(6선)인 이 전 총리는 당료, 각료 등을 두루 거친 풍부한 경험과 뛰어난 전략, 탁월한 전투력이 강점이다.

당초 당대표 경선에 나설 것으로 보였던 박 최고위원이 원내대표 쪽으로 선회함에 따라 비노 진영의 여러 계파에서도 각자 힘을 모아 독자 후보를 낼 것으로 보인다.

최재성
이해찬-박지원 연대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 (59) 당선자(4선)의 출마에도 점차 무게가 실린다. 18대 때 불출마했다가 4년 만에 원내로 돌아온 김 당선자는 이 전 총리에 버금갈 만큼 '기획력'이 뛰어난 인물로 평가된다.

486 그룹의 대표 격인 (50) 당선자도 출마가 유력시된다. 우 당선자는 얼마 전 한 인터뷰에서 "486세대 정치인 모임인 진보행동 구성원들이 당대표 출마를 권유해 함께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3선에 성공한 우 당선자는 젊음과 참신성이 무기다. 또한 친노도 옛 민주계도 아닌 중립 지대에 있는 의원들, 우 당선자와 같은 486세대인 이인영 최고위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무기다.

이 최고위원은 ▲당 지도부로서 총선 패배의 책임감 ▲2010년과 지난해 2번 연속 당권에 도전했던 데 대한 부담감 ▲ 당선자와 지지 그룹 중복 ▲4년 만의 원내 복귀 등의 이유로 이번에는 당대표 경선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전해진다.

정세균 상임고문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47) 의원(3선)도 당권 도전 가능성이 크다. 최 의원은 우 당선자 등과 마찬가지로 486 출신이면서도 색채(중립 성향)가 좀 다르다.

조정식
내리 3선에 성공하면서 당 내외에서 존재감을 키운 최 의원은 당 대변인과 원내대변인을 지내며 정치적으로 '몸집'을 키웠다. 최 의원 역시 출마할 경우 젊고 역동적인 당대표론을 역설할 것으로 보인다.

손학규 전 대표와 친분이 두터운 (49) 의원(3선)도 여건이 허락된다면 당권에 도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원내부대표, 대변인 등을 역임한 조 의원은 당내 여러 계파들과 두루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게 장점이다.

조 의원은 이해찬-박지원 연대가 공식화된 지난 26일 "인위적인 당의 권력 배분은 정도가 아니다"며 "이는 당의 분란과 갈등만 심화시켜 대선 승리에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당권 도전이 유력할 것으로 보였던 문희상 의원(5선)은 중앙당 선거관리위원장을 맡음으로써 자연스럽게 경쟁에서 발을 뺐다. 국회부의장을 지낸 문 의원은 전투보다는 관리가 '전공'이라는 평을 듣는다.

민주통합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5명 정도가 당권에 도전할 것으로 파악되나 원내대표 선거 결과에 따라 일부 주자들 간의 합종연횡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친노 진영을 대표하는 이 전 총리가 우세할 거라는 말도 있지만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다른 주자들도 파괴력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