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9일까지 비상대책위원장도 맡아 당 리드

박지원 의원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의원총회에서 당 원내대표로 선출된 후 손을 들어 답례하고 있다. 류효진기자
대여(對與) 전쟁이 시작됐다. ‘저격수’ 박지원(70) 의원(3선)이 민주통합당의 제19대 국회 초대 원내대표에 선출되면서 다시 한 번 당 전면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7개월 뒤에는 제18대 대선이 치러지는 만큼, ‘저격수’ 박지원의 원내대표 복귀를 두고 여권에서도 긴장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임시전당대회가 치러지는 내달 9일까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당을 이끈다. 또 새누리당과의 국회 개원 협상에서는 상임위원장 배분, 청문회 등을 두고 치열한 샅바싸움을 벌인다.

박 의원은 지난 4일 국회에서 소속의원 127명 전원 참가 속에서 치러진 신임 원내대표 선거에서 2차 결선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67표를 얻어 60표에 그친 유인태 의원을 제쳤다.

1차 투표에서는 박 의원이 49표, 유 의원이 35표, 전병헌 의원이 28표, 이낙연 의원이 14표를 얻었다. 1표는 무효로 처리됐다. 일각에서는 박 의원이 1차 투표에서 70표 이상을 얻을 것으로 관측하기도 했으나, ‘이해찬 당대표-박지원 원내대표 연대론(論)’에 대한 반발 기류가 예상보다 강했다는 후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지휘봉을 잡게 된 박 의원의 원내대표 등극은 2번째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2010년 5월에도 원내대표에 선임돼 1년 동안 인사청문회 등 각종 현안을 둘러싸고 여당에 맞서 당을 진두지휘했다.

박 원내대표는 당선 인사에서 “여러분이 67표로 황금분할의 표를 주셨다”면서 “이것은 앞으로 원내대표나 비대위원장으로서 어떠한 경우에도 독주하지 말고 세력균형을 유지하라는 국민의 명령이자 의원 여러분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낙마 5관왕’ 박지원

현정권 들어 박 원내대표의 ‘칼’에 쓰러진 거물급 인사만도 최소 5명이다. 박 원내대표가 자신에 대해 “나는 청문회 (낙마) 5관왕이자 청와대도 두려워하는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박 원내대표는 MB 정권 2년째이던 2009년 7월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의 인사청문회 때 ‘스폰서 의혹’을 제기했고, 결정타를 얻어맞은 천 후보는 결국 낙마하고 말았다.

2010년과 지난해에도 박 원내대표의 활약은 눈부셨다. 그는 2010년 8월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 인사청문회 때도 단칼에 상대를 쓰러뜨렸다.

지난해 1월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 청문회 때 박 원내대표의 활약은 압권이었다. 정 후보에 대해 각종 의혹을 제기하던 박 원내대표는 “사퇴하지 않으면 매일 1건씩 추가로 폭로하겠다”고 여권을 압박했다. 결국 정 후보는 청문회가 열리기도 전에 자진 사퇴할 수밖에 없었다.

민주통합당의 한 관계자는 “개인적인 호불호를 떠나 박 의원의 전투력만은 인정해주지 않을 수 없다”며 “아마도 역대 원내대표 중 가장 눈부신 활약을 펼친 인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 그리고 준비

국민의 정부 시절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대통령 비서실장 등을 지낸 박 원내대표의 폭넓은 정보력은 청와대 국가정보원 감사원 등에서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정계에 입문하기 전 박 원내대표는 미국에서 가발 사업으로 크게 성공했고, 망명 중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만남을 계기로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국회 입성은 14, 18대에 이어 이번이 3번째다.

한 정치권 인사는 “박 원내대표의 정보력은 실로 무궁무진하다. 당내에서 동료 의원들이 갖고 있는 정보 중 상당 부분이 박 원내대표에게서 나온 것이라는 말도 있다”고 귀띔했다.

정보력으로 무장한 박 원내대표는 준비도 치밀하기 그지없다. 그는 2010년 12월 31일 개각이 발표되자 즉각 전투력 높은 의원들로 청문회 특별위원회를 구성했고, 이들과 치밀한 사전 리허설을 통해 청문회를 준비했다.

정동기 후보 낙마 때는 유선호 전병헌 조영택 박선숙 의원 등이 박 원내대표와 손발을 맞췄다. 이들은 정 후보가 법무법인에서 받은 월급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간사 취임 직후 2배 이상 인상됐다고 폭로하는 등 여권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민주통합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박 원내대표는 동료 의원들의 개인일정까지도 꿰뚫고 있을 만큼 정보력이 대단하다. 원내사령탑으로서 당이 야성(野性)을 회복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여 투쟁의 선봉장

박 원내대표의 당 전면 부상에 대해 탐탁지 않은 시선도 많다.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도 유인태 전병헌 이낙연 의원 등 다른 주자들은 ‘이해찬 당대표-박지원 원내대표’ 연대를 향해 “단합이 아닌 담합이자 꼼수”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 같은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박 원내대표는 경선 기간 내내 최대한 몸을 낮췄다. 그는 ‘이해찬-박지원 역할 분담론’에 대한 비판과 관련해 “혼선을 드린 데 대해 진심으로 사죄한다. 먼저 출발한 세 분의 원내대표 후보에게 사과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그러나 “원내대표가 되면 (본선에서) 이기는 대통령 후보를 만들겠다”며 “대여 투쟁에서 선봉장으로서, 대선 경선에서는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공정한 관리자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거센 반대 기류를 뚫고 당의 전면에 등장한 박 원내대표는 주특기인 카리스마와 정보력을 내세워 당장 청와대와 여권 압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박 원내대표 개인적으로 보면 지난해 12월 야권 통합 과정에서 기득권 수성을 위해 반대를 일삼는 ‘구태’로 몰렸던 만큼, 이미지 만회를 위한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박 원내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한국노총, 시민사회 세력, 노무현, 김대중 세력이 화학적으로 결합할 때 대선 승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대여 투쟁이 시작됐음을 알렸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출생: 1942년 6월 5일

출생지: 전남 진도

학력: 목포 문태고-단국대 경영학과

주요경력: 뉴욕 한인회장, 새정치국민회의 대변인,

청와대 공보수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대통령 비서실장, 민주당 정책위의장,

민주당 원내대표, 3선 의원(14, 18, 19대)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