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해찬-김한길 민주통합당 당권대결이,박지원과 연합 대세론… 친노그룹 좌장 우세 예고김 "구시대 밀실합의" 공세… 범 비노 지원땐 "역전 가능"전략가·강성 이미지 비슷

이해찬 김한길
친구다. 또 한편으로는 라이벌이다. 그래서 더 흥미롭다.

이해찬(60) 민주통합당 상임고문과 김한길(59) 인재영입위원이 내달 9일 치러지는 임시전당대회에서 정면충돌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불출마 선언과 함께 18대를 건너뛰었다 19대를 통해 여의도에 입성한 두 사람은 '내가 당대표로 적임자'라며 당권 도전 의지를 다지고 있다.

현재까지 분위기를 보면 친노(친 노무현) 그룹의 좌장인 이 당선자의 우세가 예상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범 비노(非盧) 진영의 고른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과 친노에 대한 견제 심리가 크다는 점을 주목하면 김 당선자의 역전승이 아주 불가능해 보이지만은 않는다.

71학번 동기인 두 사람은 라이벌일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지녔다고 해도 무방하다. '전공'분야가 같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 관계자는 "이 당선자나 김 당선자나 서로 선거 전략 분야에서는 자신이 한 수 위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두 사람은 자타가 공인하는 '선거의 달인'이자 전략가다.

친구 그러나 다른 정치색

이 당선자와 김 당선자의 인연은 깊다. 김 당선자가 정계에 입문하기 전부터 그의 부친인 김철 전 통일사회당 당수의 소개로 두 사람은 친분을 쌓았다. 1995년 김 당선자가 탤런트 최명길씨와 결혼식을 올릴 때, 이 당선자는 하객으로 참석해 축하 박수를 보냈다.

국회 입성은 이 당선자가 빨랐다. 이 당선자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끌었던 평화민주당 간판으로 1988년 13대 총선 때 처음으로 배지를 달았다. 인기 소설가로 명성을 쌓았던 김 당선자는 1996년 15대 총선(전국구)을 통해 국회에 입성했다.

이후 두 사람 사이에는 '정치적 라이벌' 관계가 형성됐다. 1997년 대선 때 이 당선자는 대선기획본부장, 김 당선자는 방송총괄팀장을 맡아 경쟁적으로 활약했다. 두 사람은 김대중 후보 승리의 일등공신이었다.

둘은 2002년 대선 때도 맹활약했다. 이 당선자는 선거대책위원회 기획본부장, 김 당선자는 미디어특별본부장으로 전선에 나섰다. 노무현 후보의 승리에 두 사람의 힘이 절대적이었음은 두말할 필요 없다.

친구이자 라이벌로 선의의 경쟁을 펼치던 두 사람은 2004년 열린우리당 창당을 계기로 갈등을 빚기 시작했다. 이 당선자는 창당 기획단장, 김 당선자는 전략기획단장에 임명됐는데, 두 사람은 각종 사안을 놓고 자주 부딪혔다.

2007년 대선 후보 경선은 두 사람이 등을 돌리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 당선자는 친노 진영의 단일후보로 나섰지만, 김 당선자는 비노 진영을 대표하는 정동영 의원을 지지하고 나섰다.

기획 전문가-대중과 친숙

운동권 출신인 이 당선자는 김대중 전 대통령 밑에서 성장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 집권 때 정치적으로 만개했다. 5선 의원, 장관, 국무총리 등 정치인으로 다양한 경력을 갖춘 게 이 당선자의 강점이다.

이 당선자는 당내에서 으뜸가는 기획 전문가다. 1992년 이후 3차례 대선에서 그는 전략기획 업무를 맡았다. 이 당선자에게 전략가라는 애칭이 붙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면 친노 색채가 너무 진하다는 것과 강성 이미지는 이 당선자에게 달갑지 않은 대목이다. 이 당선자는 교육부 장관과 총리 시절에도 강공을 즐겼다. 그러다 보니 반발도 적지 않았다.

김 당선자는 1992년 14대 대선 때 정주영 국민당 후보의 공보특보로 정계에 입문했다. 다소 어눌한 것 같으면서도 상대를 설복시키고 감동시키는 화술은 김 당선자만의 전매특허다.

책과 방송 진행을 통해 대중과 친숙해진 김 당선자는 국민의 정부에서 대통령 정책기획수석비서관과 문화부장관을 거치며 몸집을 키웠다. 전략가라는 애칭을 얻은 것도 이때부터다. 한명숙 전 민주통합당 대표가 4ㆍ11 총선을 앞두고 김 당선자를 영입한 것도 '전공'이 겹치는 이 당선자를 견제하기 위한 장치였다.

조용한 대화식 화법을 즐기는 김 당선자이지만 강성으로 분류된다. 한 의원은 김 당선자에 대해 "나지막이 읊조리는 듯한 말투지만, 듣기에 따라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게 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내가 적임자"

한국갤럽 데일리 정치지표가 실시한 4월 넷째 주 여론조사 '차기 민주통합당 당대표로 적합한 인물'을 묻는 질문에서 이 당선자가 김 당선자를 앞섰다. 일반 국민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는 이 당선자가 20%, 김 당선자가 15%, 민주통합당 지지자를 대상으로 했을 때는 이 당선자가 31%, 김 당선자가 17%의 지지율을 얻었다.

'담합'이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호남의 대표 격인 박지원 의원과 손을 잡은 이 당선자는 대세론을 앞세우고 있다. 이 당선자가 당의 전면에 나서야 전투력을 극대화할 수 있고, 나아가 영남 호남 충청 수도권 등 전국적 지역 연대를 완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당선자는 '이-박 연대'를 성사시킴으로써 사실상 당권 도전을 선언한 상태다.

'이-박 연대'에 공개적, 노골적으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는 김 당선자는 지난 27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계파 공천이 문제였기 때문에 총선에서 패했고,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지금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하고자 하는데 계파 간 밀실합의는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김 당선자는 당대표 출마와 관련해서는 "대선 승리와 정권 교체를 위해 김한길의 역할이 있다고 많은 분들이 생각해서 이런 얘기가 나오는 거라면, 저도 심각하게 고민해 보겠다"며 당권 도전 의사를 우회적으로 피력했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