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양아치니?"란 유행어로 재기에 성공한 연예인 고영욱(36)씨가 '연예인을 시켜주겠다'며 미성년자를 꼬여서 성폭행한 혐의로 비난을 받고 있다.

경찰은 연예인 지망생 김모(18)양에게 술을 마시게 한 뒤 성폭행한 혐의로 1990년대 인기 혼성 그룹 룰라에서 활동했던 고씨를 수사하고 있다. 그러나 고씨는 소속사 제이에프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를 통해 "현재 공론화되고 있는 만큼 부도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누구 말이 사실일까? 일단 고씨와 김양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어 성폭행 여부에 관한 한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고씨에 대해 성폭행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서울 서부지검은 보강 수사를 지시했다.

하지만 고씨와 김양 모두 두 차례 성관계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김양이 미성년자만 아니라면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졌을 수도 있다. 문제는 김양이미성년자라는 사실이다. 형법 302조는 미년성자 또는 심신미약자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고씨 주장대로 합의에 따른 성관계였더라도 연예인이 미성년자에게 연예계 데뷔를 미끼로 잠자리를 가졌다는 사실은 사회 통념상 묵인될 수 없다. 고씨의 도덕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사안이다. 고씨는 최근 '양아치니?'란 유행어를 앞세워 MBC 세상을바꾸는퀴즈(일명 세바퀴), 케이블 채널 스토리온 '김원희의 맞수다' 등에 출연해왔다.

고영욱은 잘못을 저질렀지만 억울한 구석이 많다는 태도다. 고씨 측근은 "고영욱이 현재 속죄하고 있다"면서도 "잘못 알려진 부분이 많다"고 주장했다. 카카오톡 대화에 관한 소문은 사실이 아니라는 뜻이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김양과 고씨는 카카오톡으로 '우리가 연인인지 확실히 해줬으면 좋겠다'와 '서로 호감이 있으니 좋은 관계로 지내자'는 대화를 주고받았다고 알려졌다. 나중에 김양이 '날 갖고 논 것은 잘못이니 고소하겠다'며 항의하자 고씨가 '신고하면 너는 잘될 줄 아느냐'고 협박했다는 소문도 퍼졌다. 그러나 고씨 측근은 김양이 먼저 조용한 곳에서 만나자고 제의했다고 주장했다.

그날 밤 무슨 일이?

경찰 수사를 토대로 고영욱 성폭행 의혹 사건을 재구성해보자. 용산경찰서는 학교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관련 첩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김양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고교를 중퇴하고 모델로 활동하는 김양은 올해 '김원희의 맞수다'에 출연했다. 고씨는 아직 방송되지 않았지만 방송용으로 편집된 동영상에서 김양을 발견했다. 첫눈에 호감을 느낀 고씨는 제작진에게 부탁해 김양의 휴대전화 번호를 알아냈다.

고씨는 지난 3월 30일 오후 3시 김양에게 전화를 걸어 '연예인이 될 생각이 없느냐'고 물은 뒤 '기획사에 다리를 놓아 주겠다'고 말했다. 김양을 지하철 역에서 만난 고씨는 '연예인이라 남들이 알아보면 곤란하니 조용한 곳으로 가자'며 김양을 차에 타워 자신의 오피스텔로 데리고 갔다. 오피스텔에 도착하자 고씨는 미리 준비된 술을 권했다. 김양이 '술을 마실 줄 모른다'고 거절했으나 고씨는 와인과 양주, 매실주 등을 거듭 권했다.

김양은 경찰 조사에서 고씨가 자신의 옷을 벗기고 강제로 성폭행했다고 진술했다. 술기운에 어지러워 침대에 누웠는데 고씨가 몸을 더듬었고, 저항했지만 힘으로 고씨에게 제압당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씨는 수사 과정에서 "합의에 의한 성관계였다"면서 "강제로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이 사건 때문에 여배우 이민정(30)도 화제가 됐다. 고영욱이 그룹 플레이어에서 활동하던 시절, 여고생이었던 이민정을 길거리에서 만나 뮤직비디오에 출연시켰기 때문이다. 고영욱은 2009년부터 "여고생 이민정을 길거리에서 캐스팅했다"는 이야기를 각종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밝혀왔다.

고씨와 김양은 4월 5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성관계를 가졌다고 했다. 경찰은 고씨가 김양과 연인으로 지낼 생각이 없음에도 연인으로 지내자고 말했기 때문에 김양을 간음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앞으로 어떻게 되나?

경찰은 성폭행 정황 포착에 집중하고 있다. 경찰은 3월 30일에는 성폭행, 4월 5일엔 간음이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성폭행을 목적으로 피해자를 유혹했는지 알아내는 일이 (수사의)핵심이다"고 밝혔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성폭행으로 판명되면 고씨는 연예계 데뷔를 미끼로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파렴치한이 된다.

고씨 주장대로 합의에 의한 성관계였다고 하더라도 미성년자를 간음했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고씨는 경찰에 "미성년자인지 몰랐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김양은 "처음 만났을 때 나이를 밝혔다"고 주장했다. 연예계 진출의 한 방법인 길거리 캐스팅에서 나이를 묻는 건 기본. 만약 미성년자였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고씨는 법적인 책임보다 큰 도덕적인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경찰은 고씨 주장대로 김양이 미성년자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하더라도 미성년자 성폭행 혹은 간음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처벌 수위는 얼마쯤일까? 법조계 인사는 "성폭행이라면 처벌 수위가 높아지겠지만 간음이라면 처벌 수위가 높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고씨는 출연하던 TV 프로그램에서 쫓겨났다.



이상준기자 ju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