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으로 떨어진 권위에 추문까지 자정 위해 진실규명 목소리도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승려들이 도박 사건과 관련해 국민과 불자들에게 참회하는 108배 참회정진을 시작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최대 불교종단인 대한불교조계종 승려들의 도박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불교계 고위 인사와 관련된 의혹들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도박사건을 검찰에 고발한 성호 스님은 검찰 수사에 앞서 기자들에게 조계종 관련 추문 여러 건을 자세히 폭로했다. 사실 여부는 차치하고서라도 출가한 불제자의 입에서 그런 추문 폭로가 나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충격적이다.

<주간한국>도 최근 믿을 만한 소식통을 통해 불교계 고위인사의 충격적인 이중생활에 대한 첩보를 입수했다. 이 인사는 고위급 A스님으로 알려졌다. 이 스님은 해외 도박으로 공금 수천만 원을 탕진하는가 하면, 여자문제로 여러 번 구설수에 오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부처님을 외면한 승려들

조계종 고위 인사들의 도박 파문이 불거지자, 불교계 일부에서는 이번 기회에 A스님의 '부적절한 행적'도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일각에서는 "A스님이 불교계 대표적 타락상"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소식통은 A스님의 은밀한 이중생활에 대해 자세히 전했다. 불교계에 깊이 몸담고 있는 이 소식통에 따르면 사정기관에서도 이 스님의 이중생활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으며 2010년 말 쯤에는 청와대에도 A스님의 이중생활에 대한 첩보 보고가 올라갔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A스님은 불제자로서 해서는 안 될 일을 많이 저지르고 있다"며 "불교계에선 A스님에 대한 문제가 불거질 경우 불교계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이명박 정부가 노골적으로 기독교로 치우쳐 있는 상황이어서 불교계는 A스님의 여러 비리를 감추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A스님의 비리를 감추는 데 앞장선 스님들 대부분은 술과 여자를 탐하고 재산을 축적하는 등 타락의 길을 걷고 있다"며 "이들과 A스님은, 말하자면 공생관계"라고 규정했다.

이 소식통이 전하는 내용은 적나라하다. "A스님은 도박을 즐긴다. 그래서 수시로 도박장을 드나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번에 수천만 원의 판돈을 걸기EH 하는데 이 돈의 출처가 어디인지는 뻔하다"는 것이다.

<주간한국>이 여러 통로를 통해 파악한 바에 따르면 A스님은 필리핀 마카오 등에 수 차례 원정 도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원정 도박에 최측근으로 알려진 D스님, B스님 등도 A스님과 동반했다고 한다. 이 같은 내용은 함께 원정도박을 했던 스님들의 주변인들을 통해 흘러나온 것이다. 믿을 만한 불교계 소식통에 따르면 A스님은 원정도박에서 한 번에 9,000만원을 잃은 적도 있다는 것이다.

A스님이 속한 이 종단의 한 인사도 비슷한 증언을 했다. 이 인사는 "A스님은 여건상 도박을 수시로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도박을 즐긴다는 것은 종단에서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라며 "도박 판돈은 상황에 따라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이다. A스님이 수억 원대의 돈을 도박으로 탕진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게 많은 돈을 탕진할 경우 꼬리가 잡힐 수 있기 때문에 (판돈이) 그 정도는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진보적 성향 불교, 정치적 표적

A스님의 문제는 이뿐 아니다. 종단 일부에서는 "A스님이 미국에 거액을 빼돌려 부정축재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A스님은 종단의 핵심 직책을 도맡으면서 막대한 부를 축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모은 재산만 수천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게 불교계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불교계의 한 관계자는 "A스님이 미국에 처자식을 두고 있는 것은 현재 종단 내부에서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별도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A스님은 미국 모처에 초호화 저택을 차명으로 소유하고 있으며 현재 이 저택에는 그의 아내와 자녀들이 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A스님의 부인은 S씨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데 상당한 미모를 갖췄다. 자녀들은 학비가 상당히 비싼 고급 학교에서 교육받고 있다"며 "여러 가지 사항을 종합해 봤을 때 정기적으로 적지 않은 돈이 미국으로 건너가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S씨는 과거 유치원 선생이라고 알고 있다. A스님에게는 다른 여자도 있다. 그 여자는 예전에 불교 관련 기관에서 일했던 박모씨"라며 "이런 것들은 상당부분 사실이고 조금만 조사해 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종단 내에서는 누구도 이를 본격적으로 조사하는 사람이 없다"고 주장했다.

A스님의 이 같은 행적에 대한 소문이 조금씩 확산되자, 불교계와 정치권 일부에서는 음모론도 제기되고 있다. 현 정권이 불교계 견제 차원에서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A스님의 정치적 성향과 그와 관련된 행적을 분석해 보면 보수보다는 진보에 가깝다. 이 때문에 대선을 앞두고 A스님의 조기낙마를 위해 정치권이나 불교계 내부의 보수파가 움직이고 있을 수도 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A스님의 행보를 살펴보면 진보진영 측과 꾸준히 접촉해 왔으며 진보 성향 활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한 정황이 보인다.

불교계의 한 유력인사는 전화통화에서 "A스님의 행적에 대해 내부적으로 수군거리는 이들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우리가 별도로 파악한 바에 따르면 정보기관과 사정기관에서 수년 전부터 A스님의 행적에 대해 여러 소문을 채집하고 조사를 했다"고 말했다.

A스님이 속한 종단의 한 관계자는 "누가 어디서 이상한 소문들을 흘리고 다니는지 모를 일이지만 종단 내부에 그런 문제를 처리하는 기관이 있고 관련법이 다 마련돼 있다"며 "그런 문제 제기를 안에서는 못하고 밖에서만 하는 이들의 의도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어 "A스님과 관련해 횡령을 했다거나 여자가 있다거나 하는 소문들이 적지 않은데 이런 부분이 사실이라면 누군가 이를 대해 해당 기관에 고발하면 된다. 그러면 모든 조사과정을 투명하게 볼 수 있다"며 "그런데도 음해 목적으로 바깥에서 이런저런 소문만 퍼뜨리고 있다. 이는 종단이나 개인이나 창피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주간한국>은 문제의 A스님과 여러 차례에 걸쳐 직접 접촉을 시도했으나 계속 부재중이라는 답변만 받았다.

성호 스님 폭로 왜?
조계종과 정치적 갈등… 몰래카메라 의혹도
불교계 일각에서는 성호 스님의 도박 사건 폭로 배경을 놓고 여러 뒷말이 나오고 있다. 이번 사건의 본질이 백양사의 주도권을 놓고 갈등을 벌이던 이 사찰 승려들간의 알력 때문이라는 말도 들린다."누군가 의도적으로 함정을 판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동영상을 찍기 위한 사전 준비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불교계 일부에서는 누군가 불순한 목적으로 도박판을 몰래카메라로 촬영하고 이를 의도적으로 외부에 흘린 것으로 보고 있다.

성호 스님의 의도에 대해서도 추측이 분분하다. 조계종 총무원 호법부에 잠시 적을 뒀던 성호 스님은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주지 토진 스님과 부주지 의연 스님을 도박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성호 스님은 고발장에서 "백양사의 고불총림 방장 49재(4월 24일)를 위해 모인 스님 8명이 4월 23일 밤 백양사 인근 호텔 스위트룸에서 술과 담배를 하며 수억원에 이르는 판돈을 걸고 포커 도박판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성호 스님이 검찰에 제출한 USB 안에는 당사자들의 도박 현장 동영상이 담겨 있었다.

문제의 동영상을 보면 반팔 차림의 스님이 호텔방에 둘러앉아 카드 패를 읽으며 술과 담배를 하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조계종에 따르면 성호 스님은 2009년 총무원장 선거 때 괴문서를 주도한 혐의로 조사를 받았으며, "내부의 일을 외부에까지 퍼뜨렸다"는 이유로 승적을 박탈당했다. 그러나 그는 선거에 당선됐던 자승 스님의 총무원장 당선 무효 소송을 내는 등 반 총무원장 노선을 견지해왔다.



윤지환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