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목받는 야권 '차차기 잠룡' 6인방송영길·안희정·이인영 486역할론으로 "세대교체" 김부겸, 경기지사 도전 예고… 박영선, 여성 대표주자 부상조국, 직접 참여 대신 훈수

7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 승리를 위한 여야의 각축이 치열하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나 제1야당인 민주통합당이나 아직 본선에 나갈 후보를 선출하지 않았지만, 예비주자들의 발걸음은 분주하기만 하다. 양당은 8, 9월쯤 당내 대선 후보를 선출한다는 계획이다.

그런 가운데 '정권 탈환'이 지상과제인 야권에서는 문재인 손학규 상임고문, 김두관 경남지사 그리고 링 밖에 머물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등 차기 예비주자들과 함께 5년 뒤를 구상하는 '차차기 주자'들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정치는 생물'이라는 진부한 격언이 아니더라도, 18대 대선 후보도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19대 후보를 논한다는 것은 성급한 일인지도 모른다.

대선 결과에 따라 어떤 인물이 부상하고, 또 어떤 인물이 쇄락할지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 18대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 중 일부는 '차차기'를 노릴 수도 있다.

현재까지의 정치 지형, 야권의 역학 구도 등을 감안하면 송영길(49) 인천시장, 안희정(47) 충남지사, 이인영(48) 김부겸(54) 박영선(52) 전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조국(47)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도를 야권의 차차기 예비 주자로 거론할 만하다.

486 또는 비슷한 성향

야권의 차차기 잠룡들은 과거 학생운동으로 대변되는 486 그룹(40대, 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이거나 그와 비슷한 개혁 성향을 가진 인사들이 대부분이다. 5년 뒤면 이들 모두 50대에 진입하게 된다는 공통분모도 안고 있다.

송 시장은 수도권 단체장이라는 '상징성'이 강하고, 안 지사는 친노(친 노무현)의 적자로 꼽힌다. 송 시장과 안 지사는 2년 전 지방선거 때 야권 연대 승리의 주역이었다.

이인영 전 최고위원은 GT(김근태)계의 적통을 잇고 있다. 고(故) 김근태 전 의원의 부인인 인재근씨가 남편의 지역구였던 도봉 갑에서 당선된 것도 이 전 최고위원에게는 힘이다.

유신 반대시위 등 민주화 운동으로 옥고를 치른 경험이 있는 김부겸 전 최고위원은 지난 총선에서 당선이 유력한 안방(경기 군포)을 버리고 적지(대구 수성 갑)에 출마해 장렬하게 산화했다.

내리 3선에 성공하며 중진으로 자리매김한 박영선 전 최고위원은 여성 정치인의 대표주자로 각광받고 있다. 박 전 최고위원은 특정 계파에 몸을 의탁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몸집을 키워가고 있다.

조국 교수는 현실 정치에 직접 발을 들여놓고 있지는 않으나 선거 때만 되면 야권의 구애를 받을 정도로 잠재력을 인정받는다. 조 교수는 원희룡 의원, 나경원 전 의원, 김난도 서울대 교수 등과 서울대 법대 82학번 동기이자 진보 성향의 학자다.

일단은 현재에 충실

지난 11일에 열린 2012 여수국제박람회(엑스포) 개막 전야제에는 전국 16개 시도 지사가 참석했다. 이들은 지방 재정의 열악한 현실에 공감하는 한편 이명박 대통령과 각 부처 장관들에게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특히 차차기 주자로 꼽히는 송 시장, 안 지사 등은 정치적 언급은 자제한 채 지방 행정과 관련된 이야기만 나눴다. 송 시장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은 상대적으로 홀대 받고 있다. 근본적인 국고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총선 승리를 통해 원내에 다시 진입한 이 전 최고위원도 일단은 현재에 충실하기로 했다. 2010년과 올해 초 2차례 연속 최고위원에 선출됐던 이 전 최고위원이지만 4ㆍ11 총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느끼고 내달 9일 전당대회에는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

총선에서 선전하고도 아쉽게 고배를 들었던 김 전 최고위원은 대선 승리를 위해 어떤 역할이든 하겠다는 각오다. 김 전 최고위원은 서울대 정치학과 선배인 손학규 전 대표와 가깝다.

원내대표와 당대표 경선에 잇달아 불출마한 박 전 최고위원은 19대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중요한 자리를 맡아 여권 저격수로 활약할 것으로 보인다. 조 교수는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 등 야권에 꾸준히 훈수를 두는 것으로 자신의 역할을 하고 있다.

향후 밑그림은?

광역단체장의 임기는 4년이다. 2010년 6ㆍ2 지방선거를 통해 각각 인천시와 충남도의 수장에 오른 송 시장과 안 지사의 임기는 2014년 6월 말로 끝난다.

19대 대선이 2017년에 치러지는 만큼 이들이 한 번 더 '지방 대통령'에 도전한 뒤 대선에 나설지, 아니면 임기가 끝난 뒤 곧바로 대선 준비에 들어갈지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렵다.

민주통합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4ㆍ11 총선을 기점으로 486 그룹이 '도우미'에서 주인공으로 발돋움했다. 이들 중 대선에 뜻이 있는 인사라면 486 역할론으로 세대 교체를 외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486 역할론은 1970년대 초 신민당의 김영삼 김대중 이철승이 내세웠던 '40대 기수론'과 흡사한 시나리오다.

이번 대선과는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는 듯한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는 이 전 최고위원을 차세대 간판으로 꼽고 있다. 민평련은 여러 면에서 고 김근태 전 의원과 꼭 닮은 이 전 최고위원을 밀겠다는 의지다.

여의도를 떠나게 되는 김 전 최고위원은 기회가 된다면 2014년 지방선거에서 경기지사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최고위원의 이전 지역구가 경기 군포일 뿐 아니라 수도권에서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호감도가 높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무게를 싣는다.

박 전 최고위원은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번 대선을 통해 어떤 형태로든 '거취'가 결정된다. 또 '진보의 아이콘'이라던 이정희 통합진보당 의원은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박 전 최고위원이 향후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여성 주자로서 상품성이 극대화될 수도, 매력이 반감될 수도 있다.

조 교수는 직접 참여 대신 훈수와 조언 등으로 실물 정치와의 '끈'을 이어가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배우 문성근이 정치인 문성근으로 변신하자 마자 단숨에 제1야당 당대표 경선에서 2위에 올랐다"며 "야권이 앞으로도 모바일 방식으로 주요 선거를 치른다면 조 교수 등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 많은 인물들의 경쟁력이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