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내현 당선자는 "당 법률위원장을 6년이나 지냈기에 대선 정국에서 할 일이 있을 것 같다"며 "상대의 부당한 공격에서 우리 당 후보를 방어하고, 상대의 부당 행위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공격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윤관식기자
광주는 민주통합당의 아성이다. 예전보다는 바람이 많이 약해졌다고 하지만 그래도 민주통합당의 공천을 받으면 당선의 9부 능선을 넘는다. 반대로 민주통합당의 공천을 받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이야기다.

19대 총선에서도 광주지역 현역 8명 가운데 4명(무공천 지역 1곳 포함)이 공천을 받지 못했다. 반면 임내현(60) 전 광주고검장과 박혜자 호남대 교수는 본선보다 치열했던 당내 예선전을 뚫고 공천을 받은 뒤 금배지를 거머쥐었다.

특히 구청장 출신의 김재균 현역 의원, 최경환 전 김대중 대통령 비서관, 최경주 전 조선대 총학생회장 등이 예비후보로 나선 광주 북 을은 경쟁을 넘어 전쟁이었다. 임 당선자는 "언론에서 격전지라고 하기에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아주 치열했다. 정말 격전지였다"고 말했다.

오는 30일 국회 개원을 앞둔 가운데 준비에 한창인 임 당선자를 지난 23일 오전 서울 강남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임 당선자는 1시간가량의 인터뷰를 마무리하자 곧바로 김포공항으로 향했다. 임 당선자는 "요즘에는 거의 격일로 서울과 광주를 오가고 있다. 몸은 피곤하지만 그래도 보람은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총선 때 당내 경쟁이 정말 치열했다. 때문에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사실 사회적 경험이나 경륜을 생각하면 내가 나름대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현실 정치라는 게 그런 것들만 갖고 되는 것은 아니었다. 기득권의 벽, 조직, 자금 등을 깨기가 무척 힘들었다. 그렇지만 내가 갖고 있는 비전이나 능력이 시민들에게 잘 전달된 것 같다. 지면을 빌려서 시민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인사를 올린다."

-고검장 출신이라는 것 말고는 대중적으로 알려진 게 많지 않다.

"호남 출신 최초의 대구고검장이자 보기 드물게 지청장(제천 김천 순천)도 3차례나 지냈다. 또 명문고인 경북고의 명예동문이기도 하다. 얼마 전에도 경북고의 동문 체육대회에 참석했는데 10년 동안 이 행사에 한 번도 빠지지 않았다. 나는 광주에서 태어났지만 고등학교는 서울에서 나왔고 공직생활은 서울 충청 경상 전라 등 전국을 두루 거쳤다. 전국적인 인맥을 갖춘 화합 전도사라고 자부한다."

-대학입학 예비고사 전국 수석, 제16회 사법시험 최연소(만 21세) 합격 등의 경력이 있다.

"집중과 반복 학습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던 것 같다. 수업시간에 집중하고, 수업이 끝나면 곧바로 2, 3분간 복습했다. 또 하루 일과가 끝나면 30분간 그날 배운 것을 다시 한 번 복습했다. 고2때까지는 이과였는데 사회 개혁에 참여하기 위해 고3때 문과로 전환했다. 사법시험에 도전해서 검사가 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당 법률위원장으로 6년이나 활동했다. 향후 대선 정국에서 임 당선자의 역할이 클 것으로 보인다.

"법률적 측면에서 상대편의 부당한 공격에서 우리 당 후보를 확실하게 보호하고, 상대방의 불법ㆍ부당 행위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공격하는 게 내 소임이라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4대강 사업 등 MB 정권의 무리한 토건사업 추진 등과 관련해서도 목소리를 낼 것이다. 이 정권은 쓸데없는 토건사업에 수십 조원을 쏟아 부었다."

-총선 운동 기간 재벌 개혁을 강조했다. 여러 정치인들이 이 부분을 거론하고 있으나 추상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임 당선자가 생각하는 재벌 개혁의 핵심은 뭔가.

"재벌 개혁의 핵심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이익을 지켜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출자총액제한제도와 금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금지하는 것)를 강화해야 한다. 또 담합, 납품 단가 부당 인하, 일감 몰아주기 등과 관련한 규제도 필요하다."

-의정활동은 처음이다. 앞으로 어떤 포부를 갖고 있나.

"검사가 되기 위해 검사가 된 것은 아니다. 중고 시절 꿈의 연장선상에서 사법시험에 도전해 검사가 됐고, 이번 총선을 통해 여의도에 입성했다. 검사 시절 주위에서 '검사보다 사회운동가에 더 잘 어울린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동서 화합, 노사 화합, 기관 화합, 계층 화합을 위해 노력했다. 국회에서도 화합을 위한 전도사가 되겠다. 환갑이 돼서야 현실정치에 뛰어들었지만 결코 늦었다고 보지는 않는다."

-정치적 비전은 무엇인가?

"앞서 말했듯이 나는 전국적인 인맥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다. 정치를 하는 데도 그런 부분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12월 대선뿐 아니라 그 이후로도 당이 전국 정당화되는 데 기여하고 싶다. 우리 정치 현실은 여전히 지역주의가 강하다. 작지만 당에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끝으로 임 당선자의 정책적 비전을 소개해달라.

"성장 만능주의에서 벗어나 고용 확대, 보편적 복지 구현을 위해 일하겠다. 복지는 단순한 소비나 낭비가 아니라 생산적인 것이다. 필요한 부분에서 약간의 증세와 함께 쓸모 없는 토건사업에 들어가는 수십 조원 그리고 남북화해를 통해 국방비를 절감한다면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복지 인프라를 튼튼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