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가 '일감 몰아주기'로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재벌기업도 아닌 금융사가 이런 논란에 휩싸인 건 전례에 없던 일이다. 그러나 내막을 들여다보면 신한금융의 '불편한 꼬리표'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일각에선 오히려 재벌보다 한 술 더 뜬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퇴직후 거쳐가는 자리

논란이 되고 있는 회사는 '신한서브'. 신한은행 동우회가 100% 출자해 만든 회사로 상호에서알 수 있듯 신한금융의 관계사다. 신한은행 부행장급들이 퇴직 후 둥지를 트는 회사로 현재는 신한은행 부행장보와 신한금융 부사장을 지낸 진찬희씨가 대표로 있다.

이 회사의 업무는 금융업과는 거리가 있다. 먼저 지난 2001년부터 신한금융 계열사의 콜센터 업무를 대신해오고 있다. 고객상담이나 상품가입 및 안내, 프로모션과 홍보 등이 주된 업무다. 또 전화 설문조사를 통한 고객만족도 조사와 고객불만 접수, 전화교환업무도 겸하고 있다.

인쇄사업도 벌이고 있다. 장표ㆍ전표 등 서식류와 현금자동 입출금용 명세표ㆍ저널지 등 전산품이 주요 생산 품목이다. 또 사내 문서는 물론 안내장과 포스터, 월간지, 캘린더 등 상업인쇄물부터 봉투류와 쇼핑백까지 납품하고 있다.

이외에 경비나 운전원, 파트타이머 등 인력을 파견ㆍ관리하는 사업과 신한금융 소유의 부동산을 관리하는 사업도 벌이고 있다. 신한서브는 매출을 신한금융에 의존하고 있다. 460억원에 달하는 지난해 연 매출 대부분도 신한금융과의 거래를 통해 올렸다.

또 다른 관계사 '신우리'역시 신한금융의 지원사격에 힘입어 매출을 올리고 있다. 여행사업체인 이 회사는 매출 대부분이 신한금융에서 나왔다. 안식휴가ㆍ포상휴가를 받은 신한금융 직원들은 이 회사에서 발행하는 여행상품권으로 여행을 가도록 돼 있다. 일종의 수의계약인 셈이다. 가만히 있어도 일감이 굴러 들어오다 보니 이 회사는 제대로 된 홈페이지 조차 마련하지 않고 영업을 벌이고 있다.

신한금융이 금융관련 업무를 제외한 거의 모든 일감을 관계사에 몰아주는 행태는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와 크게 다를 바 없다. 공개경쟁 절차는 생략됐고 이익은 고스란히 전직 임원들의 호주머니로 흘러 들어갔다. 당연히 회사기회유용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대기업은 중소기업 영역까지 손을 뻗고 그룹 내의 물량을 몰아줘 중소기업의 판로를 막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말 그대로 중소상인들의 밥그릇을 빼앗는다는 것이었다.

회사 기회 유용 논란 직면

당장 중소기업계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정치권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앞 다퉈 재벌 그룹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질책했다. 정부 역시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과세 방안을 강구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처럼 골목상권 진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에 많은 대기업들은 골목 상권과 관련한 사업을 접기로 했다.

그러나 신한금융은 아직까지도 문제의 자회사들을 손에 꼭 쥐고 있다. 신한금융을 바라보는 시선이 차가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세간에선 공공성을 높여야 할 금융지주사가 재벌보다 한 술 더 뜬다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신한금융 측 관계자는 "두 회사 모두 신한금융뿐 아니라 다른 회사에서도 사업을 유치하기 노력하고 있으며 재벌가의 일감 몰아주기와는 규모가 달라 같은 위치에 놓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해명했다.

계열사 펀드 몰아주기도 '심각'
10개 중 7개는 계열사가 팔아줘


송응철기자


신한금융의 계열사 펀드 판매 몰아주기도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월말 신한은행이 판매한 펀드 중 계열사인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사의 펀드 비중은 69.11%에 달했다. 이는 은행권 중 가장 높은 규모다. 또 신한금융투자의 계열사 펀드 비중도 30.21%에 이르렀다.

이들 두 금융사가 계열사 펀드를 판매한 금액은 각각 12조4358억원, 1조4241억원이다. 이는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의 전체 펀드설정액 19조4330억원 가운데 무려 73%를 차지하는 규모다. 결국 신한금융그룹의 신한BNP파리바운용의 펀드 10개 중 7개는 같은 계열인 신한은행이 팔아준 셈이다.

이와 관련, 금융소비자연맹 측 관계자는 "은행들이 금융지주 체제로 전환한 뒤 지주내에서의 이익만 생각하는 경향이 더욱 강해졌다"며 "자신들의 이익만 추구하다보니 정작 고객들은 자산분배 효과를 얻지 못하고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송응철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