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희망포럼, 미래희망포럼, 포럼오래, 국가미래연구원 활동 중

홍사덕
유력한 대통령 후보인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지지하는 외곽 조직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금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박 전 위원장의 외곽 조직은 국민희망포럼, 미래희망포럼, 포럼오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등이 있다.

이들 모임은 표면적으로는 정치와 사회에 대한 연구를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실은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를 위한 지원세력이라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 시각이다. 그래서 이들 조직이 ‘정중동’ 움직임을 시작하자 갖가지 관측들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가장 주목을 끄는 모임은 전 의원이 이끄는 포럼 ‘오늘과 미래(오래)’. 이 모임은 지난 4월 25일 서울 서초동 팔래스 호텔에서 ‘세상을 바꿔라’는 제목의 정책집을 내면서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이날 출판기념식에는 김종인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을 비롯해 전의원, 김회선 이노근 의원 등 19대 초선의원들도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위원장은 축사 대신 축하편지를 보내 눈길을 끌었다. 함 전 의원은 2007년 박근혜 대통령 후보 클린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친박 핵심이다.

부상하는 친박 조직

포럼 ‘오래’는 2008년 9월에 창립됐으며 전국적으로 회원이 2,000여 명에 이른다. 그동안 비공개적으로 활동하던 ‘오래’는 최근 출판기념회를 계기로 사실상 공개적인 활동으로 전환했다는 평가다.

함승희
‘오래’는 국정 아젠다 개발과 인재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포럼이 최근 정치권에서 급부상하는 이유는 김종인 전 비대위원이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 외에도 이번 총선에서 포럼 소속 회원 7명이 새누리당 간판으로 당선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친박 진영에서는 포럼 ‘오래’가 박 전 위원장의 외곽조직이라는 주장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한 관계자는 “포럼 ‘오래’는 ‘국민참여21’이나 ‘안국포럼’과 달리 특정 대선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가 아니다”라며 “대선 이후에도 정권과 상관없이 지속적 활동을 펼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대선국면에서도 박 전 위원장에 대해 포럼 차원에서 직접적 지원활동을 나서지 않고 정책 개발 등을 통해 간접적 지원에 나설 계획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야권에서는 포럼 ‘오래’가 향후 본격 대선레이스에서 ‘얼굴’을 바꿀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보고 이 단체를 주시하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은 4년 전 포럼 창립 초기부터 스터디 멤버로 수 차례 참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모임에는 조청원 전 과학기술부 차관, 유영제 서울대 공대 학장 등이 참석하고 있으며, 회원들 가운데 절반 정도가 대학 교수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중 상당수는 폴리페서(polifessorㆍ정치와 교수의 합성어) 논란 때문에 자신들이 공개되는 것을 꺼리고 있어 그동안 비공개로 활동을 해 왔다.

정치권에서는 이 포럼이 박 전 위원장의 보수적 성향을 희석시키는 역할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오래’는 ‘시장주의’ ‘자유민주주의’ ‘경제민주화’를 기치로 내걸고 있다. 즉 보수단체라 하더라도 진보적, 개혁적 보수를 표방하며 복지 강화를 주창하고 있다.

이상돈
정치적인 비정치 단체

정치권 소식통에 따르면 포럼 ‘오래’는 비정치적 성격을 견지하기 위해 현역 정치인들은 배제했다고 한다. 다만 모임에서 활동하던 회원들이 정치인으로 변신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모임의 멤버 가운데 새누리당 소속 7명, 자유선진당 소속 1명이 당선된 것을 두고 사실상 정치인의 참여를 우회적으로 허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야권의 한 인사는 “이 포럼의 구성원이나 성격으로 미뤄볼 때 향후 박 전 위원장의 대선 지원세력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공식활동을 선언한 ‘오래’가 상당수의 정치인을 포함하고 있을 뿐 아니라 박 전 위원장의 직간접적 포럼 참여 가능성이 포착된다는 점에서 친박 성향의 단체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희망포럼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친박 중진인 강창희 의원과 이성헌 전 의원이 주도하는 이 모임은 자원 봉사활동을 통한 사회적 네트워크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이 포럼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적 대안 마련과 봉사활동을 통한 복지 사회의 구현 등을 주요 목표로 하고 있다. 말하자면 바닥민심을 챙기기 위한 전략적 포럼인 셈이다.

박 전 위원장의 비선캠프로 알려진 새시대정책개발연구원의 움직임도 정치권 안팎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연구원은 왕기주 대현농수산 대표가 이끄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박 전 위원장의 대리인 격인 최필립 전 정수장학회 이사장이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친박계 소식에 정통한 한 정치권 인사에 따르면 서울 역삼동 위치하고 있는 새시대정책개발연구원은 현재 대선에 대비해 시군 단위조직까지 정비를 마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권의 촉각이 이 연구원의 얼굴 마담격인 왕 대표로 쏠리고 있다. 동원수산 왕윤국 창업자의 차남인 왕 대표는 부산수산대 졸업 후 칠레산 홍어를 첫 수입한 인물로, 동원수산 부사장, 대현농수산, 이비티네트웍스(구 엔바이오테크놀러지) 등을 경영하고 있으며 이비티네트웍스 경영 시절 잦은 인수 합병(M&A)으로 구설에 올랐던 인물이다.

친박계에서 새시대정책개발연구원의 향후 역할을 두고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박 전 위원장의 이 연구원에 대한 관심과 개입 정도를 놓고 친박계 내부에서도 의견이 나뉜다. 일부에서는 박 전 위원장이 왕 대표와 가까워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친박계에서는 박 전 위원장의 활동과 왕 대표를 연결하는 데 대해 확실하게 선을 긋고 있다. 그럼에도 대현농수산 회장을 맡았던 최필립 전 이사장과 왕 대표의 친분을 고려하면, 박 전 위원장과 왕 대표가 가까워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있다.

김종훈
박 전 위원장은 차치하더라도 왕 대표가 야심을 가진 인물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왕 대표가 이 연구원을 박 전 위원장의 최대 사조직으로 키우겠다는 야심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러나 왕 대표 측은 이 같은 소문에 대해 “터무니없는 루머일 뿐,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이밖에 국가미래연구원은 박 전 위원장과 연구원 소속 학자들과의 공부 모임을 다시 시작했다. 이 모임은 박 전 위원장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이후 중단됐으나 최근에 다시 움직이고 있다. 이 연구원은 모임을 통해 박 전 위원장의 대선 정책을 섬세하게 수정, 보완한다는 계획이다.

또 박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지지하는 언론계 출신들이 지난달 30일 여의도 국회 부근에 사무실을 내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SBS 기자 출신인 허원제 전 의원을 비롯해 황재홍 전 동아일보 부국장, 허용범 전 국회대변인(전 조선일보 기자), 전광삼 당 수석부대변인(전 서울신문 기자) 등이 주요 멤버다.

이들은 친박(친 박근혜) 진영에 합류한 전직 언론인들로, 지난 2007년 대선 후보 경선 당시 박 전 위원장을 돕는 언론특보단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다수의 언론인 출신 인사들이 박 전 위원장에게 지지를 보낼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곧 대선지원활동팀이 가동될 조짐이다.

이 모임은 대선 당내 경선은 물론 본선까지 대비해 조직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공개적인 지원은 하지 않고 언론 홍보나 미디어 전략 등을 조언할 예정이다.

박 전위원장 외곽 조직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해온 야권은 이들에 대한 견제 수위를 한층 더 높일 계획이다. 민주통합당은 지난달 “선거관리위원회의 고발 조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외곽조직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며 검찰의 공정한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윤지환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