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 길 잃은 웅진그룹… 재무구조 빨간불매각대금 1조6000억원 예상… 재계순위 30위권 밖 밀려날 듯웅진씽크빅 영업익 42%급감… '승자의 저주' 극동건설 빚 눈덩이태양광 사업도 갈수록 수익 저하… 그룹 출범 이후 '최대 위기'

'캐시카우'이자 오른팔인 웅진코웨이는 시장에 내놨다. 왼팔인 웅진씽크빅은 돈벌이가 형편없다. 적자투성이 극동건설은 빚만 늘어 웅진그룹을 백척간두에 세우고 있다. 신사업으로 꼽고 있는 태양광 사업은 먹구름이 덮였다.

갈 길 잃은 웅진그룹에 태풍이 몰아치고 있다. 웅진그룹은 무리한 기업인수와 계열사의 수익성 악화, 태양광 투자 실패로 사면초가에 빠진 상태다. 그룹 출범 이후 최악의 국면을 맞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9일 웅진그룹에 따르면 그룹의 모태라 할 수 있는 웅진씽크빅은 지난 1ㆍ4분기 영업이익이 42% 급감한 57억원에 그쳤다. 이 회사는 지난해 영업이익도 전년대비 51.3% 감소한 326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최근 웅진씽크빅과 웅진패스원 합병을 발표했지만 증권가에서는 수익성에 물음표를 던진 상태다.

'승자의 저주'로 불리는 극동건설은 지난 1분기에 매출액 1,1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8.8% 늘어났지만 5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극동건설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연간 2,162억원. 부채비율은 2010년 173%에서 지난해 304%로 2배 가까이 늘어났고 올해 1분기에는 338%까지 확대됐다. 빚이 눈덩이처럼 불고 있는 것.

지분매각 '울며 겨자 먹기'

궁지에 몰린 웅진그룹은 금융권의 재무개선약정 요구를 피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웅진코웨이 지분 30.9%를 매물로 내놨다. 웅진코웨이가 팔리면 당장 급한 불은 끄겠지만 이만한 '캐시카우'는 더 이상 웅진그룹이 보유하기 힘들 전망이다. 당장 재계 순위 30위권 밖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

웅진코웨이는 국내 정수기, 비데 시장 1위로 지난해 매출 1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그룹 전체 매출의 28%를 차지한다. 이처럼 상징성이 큰 회사를 매각하는 것은 주력 사업 재편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계열사들의 경영 리스크가 심각한 수준이어서 고육지책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동섭 SK증권 기업분석팀장은 "코웨이는 성장성이 크지는 않지만 안정적인 수익을 올려줬다"면서 "안전자산을 팔아 위험자산으로 대체하니 지금으로서는 불안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롯데쇼핑ㆍGS리테일ㆍSK네트웍스ㆍMBK파트너스ㆍ중국 가전업체 등이 적격예비후보(숏리스트)로 선정됐으며 매각가격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당초 예상보다 높은 1조5,000억~1조6,000억원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매각 자금 중 웅진그룹이 당초 밝힌 대로 태양광 사업에 투입될 여력은 크지 않아 보인다.

웅진홀딩스에 올해 돌아오는 단기차입금이 4,000억원에 이르고, 웅진코웨이가 보유한 웅진케미칼 지분을 매입하기 위해 3,000억원 가량이 드는 등 1조원의 돈이 이미 용처가 정해져 있다. 특히 '돈 먹는 하마'인 극동건설에 추가 자금이 얼마나 더 들어갈지 알 수 없는 형국이다. 지난해말 기준 웅진홀딩스의 부채비율은 250%이며, 순차입금은 8,700억원에 달한다. 설상가상으로 태양광산업의 공급과잉으로 국내 업체들이 투자를 올스톱하는 분위기여서 웅진그룹의 미래 성장동력 전략은 원점에서 다시 짜야 하는 상황이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태양광 시황악화 어두운 미래

태양광 산업은 세계 2위 폴리실리콘 제조업체인 OCI가 최근 공장 투자를 무기한 중단할 정도로 침체됐다. 유럽의 재정위기와 미국 경기 둔화, 각국 정부의 태양광 보조금 축소 등 악재가 이어진 탓에 태양광 업체들이 생존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태양광 시황 악화는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미 태양광 잉곳ㆍ웨이퍼를 만드는 웅진에너지는 올 1분기에 197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웅진그룹이 태양광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 달성을 위한 최소 2조~3조원의 추가 투자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웅진그룹 금고는 이미 바닥이 났다. 웅진코웨이 매각 후 자금조달여건은 더 나빠질 수 밖에 없고, 사업 포트폴리오도 취약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신현준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코웨이 매각자금을 100% 태양광에 쏟을 수 없으니 극동건설이 어떻게 만회하는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태양광 사업 파트너십을 위해서는 재무적 안정화가 선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석금 회장 샐러리맨 신화 빛 바래나
극동건설 인수 등 무리한 사업확장에 그룹 '삐걱'


황정원기자


은 웅진코웨이 매각 발표 후 웅진에너지 대전 공장과 웅진폴리실리콘 상주 공장을 방문하는 일이 잦아졌다. 태양광 분야를 신성장 동력으로 삼았지만 워낙 업황이 좋지 않아 직접 원가절감에 매달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웅진그룹이 최대 위기를 맞은 것에 대해 산업계는 윤 회장이 최근 단행한 기업인수마다 실패한 탓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건설ㆍ금융ㆍ에너지 등 그룹의 신규사업 3각축이 부동산 경기 침체와 태양광 업황 부진으로 한꺼번에 흔들리면서 그룹 재무구조에 빨간 불이 들어온 것이다.

웅진홀딩스는 지난 2007년 극동건설 인수에 6,600억원을 쏟아 부었다. 여기에 건설경기 하락으로 윤 회장과 계열사들의 지급보증, 유상증자 등을 더해 총 9,000억원이 들어갔다. 웅진홀딩스의 극동건설 관련 지급보증 금액만 3,000억원이 넘는다.

계열 저축은행 지원을 위해 지난해에는 두 차례에 걸쳐 총 1,200억원을 투입했다. 서울저축은행은 2010년 회계연도(2011년 6월 기준)까지 2년 연속 1,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냈고, 지난 1ㆍ4분기(2011년 7~9월)에도 영업손실이 200억원을 넘었다.

일각에서는 이번 웅진코웨이 매각에 대해 지난 1998년 외환위기(IMF) 당시 코리아나화장품을 팔아 전기를 마련한 전례를 강조하기도 한다.

당시 윤 회장은 연 매출 2,600억원의 업계 2위 코리아나화장품을 팔고 15개였던 계열사를 7개로 통폐합, 웅진코웨이를 키워냈다.

하지만 지금의 웅진코웨이 매각은 그때와 전혀 다르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웅진그룹은 처음 계획과는 달리 웅진코웨이의 화장품과 수처리 사업을 매각대상에 포함시키는 등 절박한 모습을 보여 선택의 여지가 없는 '외통수'로 판단된다. 백과사전 외판사원으로 출발해 30년 만에 매출 6조원의 30대 그룹으로 키운 윤 회장의 신화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향후 태양광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기까지 몇 년간 지켜봐야겠지만 윤 회장의 대운이 2012년에 기로에 서 있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황정원기자 garde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