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란 무엇인가?""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은 무엇일까?"

마이클 샌델(59) 교수의 질문에 하버드대 학생은 고민했다. 답을 가르쳐주기보다는 질문을 통해 학생들에게 고민하고 답을 찾아나가게 하는 '샌델'표 강의는 이미 입소문이 나 한 학기에 수강생이 무려 1,000명에 이른다. 토론보다 직관을 선호하는 한국인에겐 어울리지 않는 강의 방식. 그러나 '정의'에 목말랐던 한국 사회는 샌델 교수의 화두에 환호했다.

한국을 방문한 샌델 교수는 1일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주제에 관해 특별 강의했다. 샌델 교수는 "예전엔 돈으로 살 수 없었던 가족과 교육마저도 시장 지상주의(Market Triumphalism) 영향으로 대리모 서비스와 기부금 입학 등으로 사고파는 시대가 됐다"면서 "소중한 가치를 담은, 즉 돈으로 살 수 없어야 하는 것들이 상품화되면 변질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샌델 교수 인기를 증명이라도 하듯 특별강연 초대권은 인터넷에서 최고 4만원까지 팔렸다. 특별강연을 주최한 ㈜미래엔 관계자는 "연세대와 함께 초대권을 선착순으로 1만 5,000장이나 무료로 나눠줬지만 초대권을 구하지 못한 이들은 돈을 주고서라도 강연에 참석하길 바랐다"고 전했다. 하버드대 강의 동영상을 무료로 공개한 샌델 교수는 "개인적으로 고등교육은 사유 재산이 아닌 공공재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샌델 교수의 인기는 이미 '베스트 셀러'란 이름으로 널리 알려졌다. 그가 쓴 책 <정의란 무엇인가(Justice:What's the Right Thing to Do?)>는 한국에서 무려 100만권 이상 팔렸다. 한국에 정의 열풍을 일으킨 샌델 교수는 미국에선 인기 교수에 불과했지만 한국에선 대중적인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정의란 무엇인가>를 통해 자본과 자유주의 폐해를 꼬집은 지 3년 만에 새 책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What Money Can't Buy)>을 앞세워 시장 만능주의를 꼬집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1장 새치기에 "선착순의 개념이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면서 "돈을 내면 공항 보안 검색대든, 놀이공원 인기 놀이기구든 줄을 서서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썼다. 새치기할 권리를 파는 행위(암표 행위다)에 대해 경제학자들은 잘못된 행동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샌델 교수는 가난한 사람에게 불평등한 데다 공정하지 않다는 이유로 비판한다.

유대계 가정에서 태어난 샌델은 브랜다이스 대학교를 졸업했다. 대학 시절 후생경제학에 관심이 많았던 샌델은 졸업하면 언론인이 되거나 정치를 하고 싶었지만 스페인에서 여름 방학을 지내면서 존 롤스의 <정의론>, 임마누엘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등을 읽고 나서 정치철학자의 길을 걸었다. 샌델은 29세였던 1982년에 롤스의 정의론을 비판한 <자유주의와 정의의 한계>를 발표해 학자로서 명성을 얻었다.

롤스는 공리주의를 대신해 사회 정의를 세울 원리로 '공정'을 강조했다. 평등과 자유를 전제로 가장 불리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의 이익을 최대화하고자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정당화한 격차 원리를 주장했다. 롤스가 주창한 정의론은 자유주의 이론의 토대가 됐고, 자유주의를 앞세운 시장 위주 자본주의 발전에 밑거름됐다. 자유경제주의 폐해를 간파한 샌델은 자본의 논리가 된 롤스식 정의에 반대했다. 시장지상주의 때문에 공동체가 파괴된다고 주장했고 공리주의란 미명 아래 도덕마저 무너졌다고 설명했다.

자본과 시장의 논리는 자유주의와 결합해 도덕과 정의를 대신해왔다. 샌델 교수는 "돈이 정치와 교육까지 좌지우지한다"고 한탄했다. 시장 가치가 절대선처럼 여겨진다면 노예제와 아동 착취를 당연하게 여겼던 과거처럼 특정인을 위한 특정인에 의한 특정 세력의 사회가 될 수밖에 없다. 돈과 시장의 문제를 간파한 샌델 교수는 강의를 통해 하버드대 학생에게,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과 <정의란 무엇인가>를 통해 독자에게 끊임없이 질문했다.

"진실을 말하는 게 잘못인 경우가 있는가?" "살인이 도덕적으로 필요할 때가 있을까?" "부자에게서 세금을 거둬 가난한 사람을 도와야 하는가?" "학생이 자격 미달이어도 부모가 부유해서 상당한 금액을 대학에 기부한다면 입학을 허락해야 하는가?" "노인과 환자에게서 생명보험 증권을 사서 그들이 죽으면 사망보험금을 챙겨도 되나?"

샌델 교수는 늘 선뜻 답할 수 없는, 선문답과 같은 질문을 학생들에게 던졌다. 고기를 주는 것보다 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유대 교훈을 따른 셈이다. 성급한 독자는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어도 정의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투정을 부렸다. 그러나 샌델 교수는 "정의에 대한 내 견해는 있지만 정답 하나를 제시하기보다 일상에서 겪는 어려운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싶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들고자 공적인 자리에서 함께 고민하면 민주주의 목표에 다가갈 수 있다"며 웃는다.

소크라테스처럼 샌델 교수도 묻고 듣기를 반복하면서 청중에게 스스로 사회 현안을 고민하게 했다. 기자간담회에서도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으며 "굉장히 좋은 질문이다" "질문을 통해 배웠다"고 말했다. 샌델 교수는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면서 내 주장을 펼쳐야 다양한 이견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상준기자 ju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