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공조
1차 협력사의 하도급 후려치기 적발로 그동안 동반성장의 기치를 높게 쳐들어왔던 현대차의 체면이 구겨졌다. 특히 이번에 문제가 된 업체는 몇 년 전에도 나쁜 죄질로 공정위로부터 역대 최대의 과징금 폭탄을 맞은 바 있어 이를 제재하지 못한 현대차 또한 일말의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동반성장위원회도 지난달 발표한 동방성장지수에서 현대차가 최상급의 등급을 받았던 터라 해당 조사가 1, 2차 협력사 간의 부도덕한 하도급 거래는 전혀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빈축도 사고 있다.

공정위에 직격탄 맞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가 자사 하도급업체인 윌테크 및 은하공업과의 하도급거래 과정에서 부당하게 납품단가를 인하, 이를 소급 적용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5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지난달 24일 밝혔다.

공정위가 배포한 ‘(주)의 부당 납품단가 인하 및 소급적용 행위 적발 및 제재’ 보도자료에 따르면 는 2011년 2월 윌테크 및 은하공업에 제조 위탁한 자동차 인터쿨러 부품 70여 종의 용접임가공 작업 단가와 관련해 자체 실사를 통해 수년간 높은 단가를 적용했다는 이유만으로 기존 단가를 최대 95%까지 인하해 왔다. 윌테크와 은하공업에게 각각 4,200만원, 5,100만원의 하도급 대금을 후려친 것이다. 또한 는 인하된 납품단가를 윌테크와 은하공업이 납품했던 2011년 1월분까지 소급 적용, 부당이득을 취해왔다.

공정위 측은 ▲하도급업체와 일체의 협의나 정당한 절차 없이 기존 단가의 50%를 초과하는 수준으로 일방적으로 결정된 점 ▲기존 단가의 적정성 여부에 대한 법적 다툼이 진행 중임에도 거래상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 자신의 손해를 단가인하를 통해 보전받으려 했다는 점 ▲기존 단가가 높게 책정됐다고 하더라도 그 관리책임이 일정 부분 에게도 있는 데다 자체 실사한 단가보다도 20% 더 낮게 결정한 것은 책임 전가 행위로 보인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현대자동차 본사
이에 공정위는 의 행동을 부당한 하도급 대금 결정 및 부당감액 행위로 규정, 3,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향후 재발방지 명령을 내렸다. 공정위 부산사무소 정금섭 과장은 “피해업체들의 제보로 이뤄진 이번 조사는 고위간부급과 윌테크 오너는 친인척으로 얽혀있는 등 단순처리가 어려운 사건이었다”며 “정상을 참작하더라도 하도급 업체들과 어떠한 협의 없이 불이익을 준 것에 감안, 이 같은(과징금 및 재발방지 명령)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역대 최대 과징금 부과 경험도

더 큰 문제는 의 납품단가 후려치기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는 지난 2007년에도 불공정하도급법거래 행위로 공정위로부터 시정조치와 검찰 고발(회사 및 대표이사 사장) 그리고 30억4,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당시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는 2003년부터 2006년까지 하도급업체에 어음할인료를 미지급한 행위가 적발되면서 자진해서 33개 하도급업체에게 지급했던 5억2,700만원 가운데 24개 업체로부터 3억8,000만원을 다시 회수했다. 2004년부터 2007년까지는 79개 하도급업체에게 하도급 대금을 어음으로 지급하고 이에 대한 할인료 총 10억7,100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또한 는 2007년 1월에는 38개 하도급업체에게 지급해야 하는 대금을 일률적으로 5%씩 감액해 총 1억1,200만원을 착복했고, 13개 하도급업체에게 7억1,400만원의 하도급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공정위는 에 그동안 미지급한 하도급 대금 등 총 15억1,600만원에 대한 지급명령을 내림과 동시에 불공정하도급 사건 사상 최고액인 30억4,000만원의 과징금을 징수했다. 또 와 대표이사, 사장은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 당시 공정위 측은 “당국의 시정조치에 따라 하청업체에게 지급한 어음할인료를 고의적으로 다시 회수한 행위는 법의 취지를 무력화하는 탈법행위라는 점에서 검찰고발 등 엄중 조치했다”고 밝혔다.

는 지난해 4월 공정위가 공개한 하도급법 상습 법위반 사업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공정위는 2010년 7월 시행된 개정 하도급법을 통해 하도급거래 상습 법위반 업체들에 대한 명단 공표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과거 3년간 하도급법 위반으로 경고 이상의 조치를 3회 이상 받은 사업자 중 벌점 누산점수가 4점을 초과하는 사업자들이 대상이었다.

동반성장 기치 무색해진 현대차

공정위의 이번 조치로 의 거듭된 하도급법 위반 사실이 드러나면서 현대차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현대차는 국내 최대 규모의 공정거래협약을 체결하는 등 협력사에 대한 지원활동이 활발하다고 인정받는 기업이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지난달 발표한 동반성장지수 평가결과에서 최우수 등급인 ‘우수’ 판정을 받은 것이 이를 반증한다. 이렇듯 최근 몇 년간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을 강조하고 그에 걸맞는 성과를 내고 있었던 현대차는 1차 협력사인 의 2차 협력사 하도급 대금 후려치기로 인해 그동안의 노력마저 무색해질 위험해 처해졌다.

현대차 1차 협력사인 는 경남 창원에 소재한 라디에이터, 오일쿨러, 변속기 등 자동차부품 제조업체로서, 지난해 매출 1,674억원, 영업이익 82억원, 당기순이익 63억원을 기록한 중견기업이다. 지난 4월 열렸던 ‘2012 현대ㆍ기아자동차 협력사 채용박람회’ 홈페이지에도 영남권 참가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현대차 1차 협력사로서의 지위를 굳건히 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1차 협력사인 의 하도급법 위반으로 현대차의 동반성장 의지가 말뿐이었던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공정위 적발이 이번 한 번뿐이었다면 개선의 여지가 있지만 실제로 가 하도급법 위반 상습범임이 드러난 만큼 그동안 이를 제재하지 못했던 현대차도 일말의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 공시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는 현대차에 대한 매출비중이 43.7%나 된다. 지난해에만 800억원 내외의 매출을 현대차를 통해 기록한 셈이다. 의 현대차 관련 2010년 매출비중은 33.6%였다. 하도급법 위반 사실이 드러난 이후에도 현대차에게 납품하는 비율이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이에 현대차 관계자는 “최근 발표된 동반성장지수 평가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현대차는) 협력사들과의 관계를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하고 있다”며 “자체 조사를 해서 정말 문제가 심한 업체들의 경우, 신차 개발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는 등 일정 정도의 불이익을 주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일이 정부기관들이 진행하는 동반성장지수 산정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모기업과 1차 협력사 간의 관계는 살펴볼 수 있지만 1, 2차 협력사 또는 2, 3차 협력사 간의 하도급 관행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공정위는 6월부터 동반성장지수 산정 시 ‘납품단가 조정’ 배점을 대폭 올릴 예정이지만 이 또한 협력사 간의 부도덕한 납품단가 책정은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