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가 나란히 골목 밥상에 숟가락
어르고, 달래고, 윽박질러봐도 도저히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들의 탄탄한 자본력과 유통망 앞에 중소상인들은 속수무책이다. 도저히 당해낼 재간이 없다. 골목골목에서 한숨 소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중소상인들의 밥상에 '숟가락'을 얹은 대기업은 대체 어딜까. <주간한국>은 중소상인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나쁜 대기업'들을 차례로 짚어본다.
20개 계열사 중 12개사
신세계가 국내 대기업 중 '생계형 서비스업' 진출 비중이 가장 높은 기업이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이 최근 발표한 '유통서비스 적합업종 추진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신세계는 총 20개 계열사 중 12개사가 생계형 서비스 업종에 진출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계열사의 60%가 중소상인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는 업종인 셈이다.
신세계가 이런 불명예를 안게 된 건 유통대기업의 특성이 일부 반영된 결과다. 주력 계열사 대부분이 유통 도ㆍ소매업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은 생계형 서비스업과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이마트가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빚고 있는 분야는 따로 있다. 정용신 신세계 부회장의 '기업형슈퍼마켓(SSM)' 사업과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의 빵사업이 대표적이다.
진출 자제 SSM, 우회확장
먼저 정 부회장의 SSM사업. 당초 이마트는 새로 생기는 상권에 진출해 골목 상권과의 마찰을 최소화하겠다는 기본 원칙을 고수해왔다. 정 부회장도 여론을 고려해 지난해 SSM 출점을 최대한 자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올해초 경쟁사인 롯데쇼핑이 SSM업계의 선두로 치고 나가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이는 업계 3위인 GS슈퍼마켓(200여개)의 절반에 불과한 점포수다. 그러나 골목은 불안에 떠는 모양새다. 이마트가 사업을 쪼개면서 본격적인 사업확장 신호탄을 쏘아 올렸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지난 1월 이사회 결의를 통해 에브리데이 및 이클럽 사업부문을 (전 킴스클럽마트)에 양도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는 이마트 자회사이면서 신세계그룹의 SSM 사업을 총괄하는 계열사로 탄생하게 됐다.
당연히 영세 슈퍼 점주들은 생계를 위협 받을 수밖에 없다. 이미 수도권의 웬만한 동네에선 SSM이 영세 슈퍼마켓들을 밀어낸 지 오래인 터라 중소상인들의 걱정은 더욱 크다.
타기업 접는 빵사업 강화
빵사업은 재벌가 골목상권 침해의 상징적인 이슈로까지 비화된 바 있는 업종이다. 이 때문에 빵사업을 벌이던 대기업은 대부분 빵사업에서 손을 뗐다. 그러나 신세계는 철수는 커녕 오히려 사업을 재정비하며 사업에 박차를 가했다.
실제 신세계SVN은 올초 이마트에 있던 데이앤데이를 ''라는 고급 브랜드로 리모델링 했다. 특히 가 기존 베이커리 외에 커피와 주스, 차 등을 판매하는 카페형 베이커리를 추구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골목상권 침해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당연히 신세계SVN을 바라보는 시선이 싸늘할 수밖에 없는 상황. 주력인 제빵 및 제과제조업 외에도 여러 분야에 발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세간의 눈길은 한결 차갑다.
실제 신세계SVN 사업목적엔 ▲프랜차이즈업 ▲인스턴트식품 제조업 ▲교육콘텐츠 공급업 ▲인테리어 잡화 유통업 ▲부동산 임대업 ▲떡류 제조 및 판매업 ▲생활용품 ▲일용잡화 등이 등록돼 있다.
신세계는 차후 사업이 필요한 상황에 대비해 다양한 업종을 등록해 놓은 것뿐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는 향후 신세계가 골목에 손을 뻗을 여지가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이를 두고 재계 일각에선 정 부회장이 SSM 출점자제 발언 후 우회확장 한 것처럼 얼굴을 고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송응철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