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아들 입에 떠먹여줬다

동부그룹 계열사 동부CNI의 내부거래가 도마에 올랐다. 동부CNI는 그 동안 편법 승계와 관련된 의심을 받아온 계열사다. 그런 동부CNI의 일감 몰아주기가 새삼 주목을 받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지난 2010년과 지난해 1년 사이 사회적 비난 여론에도 아랑곳 않고 내부거래 비율이 대폭 늘려서다.

전형적인 편법승계 수단

동부그룹은 모두 55개의 계열회사를 두고 있다. 이중 오너일가 지분이 있으면서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회사는 동부CNI다. 1977년 3월15일 설립된 이 회사는 1997년 동부정보기술로 설립된 뒤, 2003년 동부정보를 거쳐 2007년 동부CNI로 상호를 변경했다.

동부CNI의 주요사업은 정보통신(IT) 분야다. 정보시스템 구축, 운영, 유지보수 등의 서비스 제공이 주된 사업 내용이다. 지난 2007년부터는 동부그룹 내 계열사에 교육 및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밖에 철강, 금속, 광물, 에너지, 곡물, 농산물 등을 수출입하는 무역사업과 전자재료를 사업도 벌이고 있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남호 동부제철 부장이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지난 2007년 7월 동부CNI 지분을 장남 남호씨에게 물려줬다. 이를 통해 남호씨는 동부CNI의 지분 16.68%를 확보, 최대주주에 등극했다.

경기고등학교를 마치고 미국으로 건너가 웨스트민스터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남호씨는 외국계 경영컨설팅회사인 AT커니 한국지사에서 2년간 경영 관련 경험을 쌓았다. 남호씨는 2005년부터 미국 워싱턴대 MBA, UC버클리 경영전문과정을 수료한 뒤 2009년 1월 동부그룹에 발을 딛었다. 현재 부장 직함을 달고 있지만 웬만한 임원회의에는 모두 참석,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동부CNI는 동부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다. 동부CNI는 현재 동부생명과 동부정밀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김남호→동부CNI→주요 계열사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형성하는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계열사인 셈이다.

동부CNI는 매출의 상당부분을 계열사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3,338억원 가운데 64.7%인 2,160억원이 동부제철·동부화재 등 계열사 간 거래에서 창출됐다. 오너가 자녀들이 소유한 핵심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줘 경영권을 확보하는 재벌가 편법승계의 전형인 패턴인 셈이다.

뜨거운 비난에도 거래 증가

따라서 동부CNI는 그 동안 편법 승계와 관련해 주목을 받아왔다. 그런 동부CNI가 다시 한 번 구설에 오른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지난 과거에 비해 내부거래 비중이 큰 폭으로 뛰어서다. 실제, 동부CNI의 지난 2010년 내부거리 비율은 28%에 불과했다. 1년 사이 2.3배 정도 급증한 셈이다.

당시는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사회적 비난 여론이 뜨겁던 때다. 정치권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앞 다퉈 재벌가의 일감 몰아주기를 질책했다. 정부 역시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과세 방안을 강구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럼에도 불구, 거래 비중을 늘렸다는 점에서 동부CNI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동부그룹은 사실과 차이가 있다는 입장이다. 2010년 11월과 동부정밀화학에 흡수ㆍ합병되면서 1~10월까지의 매출액이 공시에서 제외된 결과라는 게 동부그룹의 설명. 동부그룹 11월과 12월의 내용만 매출에 반영되면서 착시현상이 생겼을 뿐 내부거래 비율은 50%선을 유지해 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부 측의 해명대로라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몰아주기 비중을 늘렸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그러나 동부그룹 관계자는 “다른 대기업에 비해 비율이 작다”며 “해외시장에서 올린 매출까지 감안하면 비율은 더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재벌 배 불리고, 중소 손가락 빨고

물론 일각에선 최근 경제여건이 어려워지면서 재벌들을 지나치게 압박해 성장과 투자 의지를 꺾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진 부정적인 목소리가 더욱 큰 게 사실이다. 일감 몰아주기 폐해가 부의 편법 승계에만 국한되지 않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역량 있는 중소기업이라도 대기업 일감을 딸 수 있는 기회가 원천 차단된다는 점이다. 재벌들이 그들만의 그라운드에서 ‘주거니 받거니’하며 배를 두드리는 동안 중소기업은 손가락만 빨게 된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일감 몰아주기는 총수 일가를 뺀 나머지 모두를 패자로 만드는 잘못된 관행”이라며 “지속적인 제재와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올해부터 일감을 받은 수혜법인의 지배주주와 그 친족 가운데 사업연도 말 기준으로 수혜법인에 3% 이상을 출자한 대주주에 대해 과세하기로 했다. 수혜법인에 일감을 몰아준 특수관계법인은 수혜법인의 지배주주와 특수관계인에 해당하는 법인으로 비영리법인도 포함된다.

결국 동부CNI에 일감 64.7%를 몰아준 동부생명과 동부정밀 등 특수관계법인은 과세 대상에 포함된다. 세법시행령에서 규정한 정상거래비율이 30%인 것을 감안하면 이를 초과하는 34.7%의 매출에 세금이 부과되는 식이다.



송응철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