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수설 도는 식당에 직접 가보니 도박 사건은 예고편에 불과

승려들의 도박 파문 이후 불교계가 수렁에서 쉬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도박 동영상 폭로 이후 일부 승려들의 룸살롱 성매수 등 여러 의혹들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간한국>은 의혹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모 스님이 제보한, 성매수가 이뤄진다는 서울 모처 식당을 찾았다.

<주간한국>이 받은 제보의 내용은 이렇다. “서울 모처에 있는 ○○○식당 은 스님들이 은밀하게 즐기는 장소인데, 1인당 식대가 7만원대에 이른다. 물론 이 식당 외에도 몇 군데가 더 있다”.

그렇다면 ○○○식당은 어떤 곳일까? 직접 찾아가본 식당은 규모가 커 단체 손님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그럼에도 음식은 고급스러워 주로 귀한 손님을 접대하는 장소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이 식당에서 음식 외에 다른 접대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쉽지 않는 탐문이었지만, 두어차례 방문 끝에 식당 관계자를 통해 몇 가지 사실은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식당의 1층은 일반 고급 식당과 별 차이가 없다. 2층은 비밀공간이다. 겉으로는 2층으로 올라가는 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종업원의 안내를 받아야만 가능한 길이다. 2층으로 올라가는 길은 특별한 공간 뒤편에 감춰져 있기 때문.

이 특별 공간을 통과해 2층으로 가보니 방이 10여개 정도 마련돼 있다. 일식당의 룸을 생각하면 크게 틀리지 않을 정도. 2층 방에서 식사를 하면 한복을 입은 여종업원들이 식사 수발을 든다고 한다. 요즘 서울 강북쪽에, 소위 ‘잘 나가는’ 한정식집들도 한복은 사라졌다. 짧은 원피스가 눈길을 끄는 정도이지만, 이곳은 한복을 입는다고 했다.

제보한 A스님은 “한복만 입은 여종업원들이 성접대를 했다”고 거듭 주장했지만, 식당 관계자는 “2층 룸에서는 은밀한 행위가 가능하다는 데 사실이냐”는 질문에 “여기는 식당일 뿐, 유흥주점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A스님은 “불교게 모 종단의 중요 인사들이 2층에서 식사도 하고 도박도 한다. 그리고 성매수도 한다”고 증언했다. 그래서 식당 관계자를 계속 추궁하자, 이 관계자는 “식당에는 그런 여종업원을 둘 수 없다”고 전제, “단골손님들 중에 수발을 들 아가씨를 불러달라고 하는 분들이 있어 몇 번 불러준 적 있다”고 말했다.

A 스님은 또 기자에게 수첩 하나를 불쑥 내밀었다. 그 수첩 안에는 여러 스님들의 법명과 스님들이 식당을 이용한 날짜 등이 적혀 있었다.

그는 “이 수첩에 적혀 있는 스님들이 식당에서 술 도박 성매수를 했다는 증언을 해줄 사람들이 많다”며 “이 수첩은 그들의 증언과 영수증 등 각종 자료를 토대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불교계 종단 관계자는 “일부 스님들이 특정 행사 직후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지금 처음 듣는 내용이기 때문에 확인해줄 내용이 아무것도 없다”고 반박했다.

양심선언 약일까 독일까

종단의 일부 스님들은 “더 이상 버티다간 더 화만 키울 뿐”이라며 참회의 뜻으로 양심선언에 나서고 있다. 불교계 일부에선 과거 비리의혹이 제기되면 항의나 법적 대응으로 대처해 왔다.

사실이 명백히 드러나기 전에는 무조건 “사실무근”이라고 부정하다 도저히 발뺌할 수 없게 됐을 때는 입을 다무는 모양새가 정치권의 행태와 비슷하다는 비난이 적지 않다.

사실 ‘룸살롱 출입’과 같은 충격적인 행위는 종단 내에서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이런 내용을 종단 측에서 몰랐을 리 없었다는 게 양심선언을 하는 스님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도박 사건을 검찰에 고발한 성호스님이 “불교계 일부 종단의 타락의 온상은 종무 집행기관”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논란의 대상인 한 종단은 일부 스님들의 은처(隱妻) 의혹 제기에 대한 <주간한국>의 사실 확인 요청에 “말도 안 되는 허무맹랑한 소리”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룸살롱 출입 사실을 털어 놓은 명진스님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불교계에 은처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을 시인하기도 했다.

그러나 종단의 자세는 쇄신 의지를 의심케 한다. <주간한국>은 지난 호(제2425호, 2426호 참고)에서 불교계 비리 의혹을 잇따라 보도했는데, 불교계 한 종단 측은 ‘정부의 종교계 불법사찰과 정치공작 우려’라는 논평을 내고 “그럴듯한 사실인 것처럼 무책임한 보도를 했다”며 비난했다.

하지만 이후 명진스님을 비롯한 일부 스님들의 증언이 보도 내용을 뒷받침하자, 입을 다물고 말았다.

불교계 일부에서는 고위 승려들에 대한 비리 의혹이 계속 불거지자 양심선언을 고민하는 스님들이 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양심선언을 고민하고 있는 스님은 모 종단의 고위급 스님인 G스님과 T스님, 그리고 H스님 등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폭탄발언 방식의 양심선언은 종단에 오히려 독이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일부 스님들의 잘못으로 묵묵히 수행에 정진하는 다른 승려들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불교 종단의 한 스님은 “절도 사람이 사는 곳이다 보니, 하나의 작은 사회”라고 전제, “절에는 도를 닦는 승려가 있고 그 승려들이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행정 승려가 있다. 행정승은 여러 재정 문제를 담당하는 이들”이라며 “최근의 문제는 절의 살림살이를 담당하는 승려들의 문제인데, 이를 정진하는 승려들 전체 문제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윤지환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