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후보’적통 누가 잇나, 친노 내전(內戰)도 막올라

민주통합당 문재인(오른쪽) 의원과 김두관 경남지사가 9일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당 대표 및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전당대회에서 김한길 후보의 부인 최명길씨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통합당 대선 전선에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 6월 9일 치러진 전당대회를 계기로 김두관(53) 경남지사가 상승세를 타면서 '문재인-손학규'2파전으로 전개되던 대선구도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전당대회 전만 해도 당 안팎에선'문재인 대세론'이 확실하게 자리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지역별 경선 과정에서 김 지사가 급부상하면서 판세는 요동치기 시작했다.

김 지사는 문 고문의 안방이라 할 부산에서는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대구 경북 울산 경남 등 부산을 제외한 나머지 영남권에서는 확실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민주통합당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문 고문이 앞서가고 있지만 김 지사의 상승세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최근 여론조사의 흐름을 분석해보면 미세하게나마 문 고문의 하락세와 김 지사의 상승세가 눈에 띈다"고 설명했다.

문 고문과 김 지사가 주목받는 것은 유력한'영남 후보'라는 점이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예에서 보듯 호남의 확실한 지지 기반 위에 영남표를 30% 이상 잠식하면 승리한다는 이른바'영남 후보 필승카드론'에 가장 근접해 있는 주자라는 것이다.

민주통합당 조경태 의원이 11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출마 선언 기자회견하고 있다. 류효진기자
좁혀진 지지율, 신경전 가열

최근 (사)국가비전연구소가 민주통합당 대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대선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문 고문이 24.2%로 1위, 김 지사는 20.7%로 3위를 차지했다. 2위는 22.8%의 손학규 상임고문. 세 사람이 '한 뼘' 내에서 줄지어 섬으로써 향후 더욱 치열한 승부를 예고했다.

두 사람의 지지율은 좁혀지는 가운데 신경전은 가열되고 있다. 문 고문은 지난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내 정치개혁모임의 대선주자 초청 간담회에서 "제가 우리 당에서 가장 경쟁력이 높아서 대선 후보에 나서기로 했다"면서 "제가 나서야만 정권 교체를 할 수 있고, 그런 생각 때문에 고심 끝에 정치 참여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문 고문의 적극적인 발언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김 지사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같은 날 오후 김 지사는 자신의 텃밭인 창원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 지사는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우리 사회에서 힘들고 소외 당한 사람들과 살아왔다. 저는 서민 약자만 바라보고 왔기 때문에 국민 정서를 헤아리는 게 강점"이라며 "민주통합당에 훌륭한 분들이 많지만 지금 모습으로는 박근혜를 극복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해 문 고문 등 경쟁자들을 우회적으로 깎아 내렸다.

'힘 대 힘' 맞불 양상

민주통합당 내에서 이른바 '문재인계' 의원은 대략 15, 16명 정도로 파악된다. 친노 성향의 의원이 전체 127명 중 40명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절대적인 수치라고 할 수는 없다.

문 고문을 지원하는 외곽단체인 '담쟁이포럼'에는 김경협 김현 김용익 박남춘 전해철 홍영표 의원 등 주로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인사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민주통합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친노 진영에서는 여전히 문 고문 쪽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최근 들어 김 지사 쪽으로 이동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고 말했다.

그런 가운데 영남 출신 전직 국회의원, 장관, 차관 16명은 지난 14일 "현재 거론되는 민주통합당 후보로는 대선 승리를 기약할 수 없다"며 김 지사의 대선 후보 경선 출마를 촉구했다.

회견문에는 김기재 김태랑 신명 유삼남 윤원호 이규정 이근식 이철 임채홍 장영달 최봉구 허운나 전 의원,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정해주 전 산자부 장관, 추병직 전 건교부 장관이 서명했다.

또 이에 앞서 지난 11일에는 강창일 김재윤 안민석 김영록 문병호 민병두 배기운 최재천 김승남 홍의락 의원 등이 김 지사의 대선 출마를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장단점 명확, 지지율이 관건

문 고문과 김 지사는 같은 친노임엔 틀림없지만 출신성분은 다르다. 문 고문은 성골(聖骨)로 분류되지만, 김 지사는 친노 내에서는 비주류라 할 6두품에 비유된다.

문 고문의 장점은 젠틀맨 이미지와 튼실한 조직력이다. 문 고문의 반듯하고 따뜻한 사람이란 인상은 그에 대한 신뢰와 지지로 이어진다. 문성근 전 대표대행이 이끄는 '백만 송이 국민의 명령'은 문 고문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반면 노무현 프레임에 갇혀 있는 것은 풀어야 할 숙제다.

문 고문이 이미지와 조직력이라면 김 고문은 스토리다. 이장에서 출발해 지사에 오른 김 지사는 인생 자체가 스토리라는 점에서 서민들에게 강하게 어필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선 "스토리는 있지만 알맹이는 없다"는 지적을 받는다. '또 대선에 출마할 경우 "4년간 도지사 임기를 마치겠다"던 2년 전 약속을 파기한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두 사람의 최대 과제는 낮은 지지율을 상당한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이다. 대선 관련 여론조사를 보면 문 고문은 10%대에, 김 지사는 5% 안팎에 머물고 있어 경쟁 상대인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는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특이한 점은 문 고문과 김 지사의 지지율이 서로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즉, 문 고문의 지지율이 오르면 김 지사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그 반대의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때문에 지지율 경쟁에 두 사람의 사활이 걸려 있다. 현재 앞서고 있는 문 고문을, 추격하는 김 지사의 지지율이 어떻게 변화할 지가 대선전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한편 지난 11일 대선출마를 선언한 조경태 의원이 문재인-김두관 2파전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조 의원은 새누리당의 텃밭인 부산(사하을)에서 3선을 할 정도로 지역에서 나름의 영향력을 갖고 있어 지지 기반이 겹치는 문 고문에게는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