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비리 정치권으로 '불똥'제작비·출연 대가로 조성… 해외사업 명목으로 빼돌려검찰 상당한 자료 확보

MBC
파업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김재철 사장이 업무상 배임과 부동산실명제 위반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김 사장을 법인카드를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지위를 이용, 지인에게 특혜를 제공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김 사장이 어떤 대응카드를 내놓을지 주목하고 있다.

일단 경실련의 주장은 이렇다. 김 사장이 지난 2010년 3월부터 업무와 무관하게 법인카드를 지인과의 식사비용, 주말과 공휴일에 특급호텔 이용, 고가의 명품과 귀금속 구입, 여성전용 미용업소 이용, 친구 선물용 티켓구입 등 개인적 용도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각종 특혜계약, 과도한 협찬금 및 출연료 지급, 지인 특별 채용 등을 통해 재산상의 이득을 취한 의혹이 있다고 경실련은 주장하고 있다.

경실련이 제출한 자료를 살펴보면 김 사장은 2년간 재직하면서 전임 사장의 3배 수준인 월 평균 3,000만원, 총 6억9,000만원을 법인카드로 사용했다.

이중 국내 특급호텔 숙박 및 식당이용 등 결제액만 1억5,000만원에 이르고 상당부분은 주말과 공휴일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그 가운데 구찌와 프라다 등 명품 구입, 고가의 귀금속 구입, 여성 전용미용업소 이용, 고향친구에게 선물하기 위해서 개인적 용도로 법인카드를 사용한 내역도 있다. 이는 명백한 업무상 배임행위라고 경실련은 강조했다.

김 사장이 부동산실명제를 위반한 정황도 드러났다. 김 사장은 2009년 5월 정명자씨가 보유한 아파트 두 채 중 중도금 무이자 대출을 위해 한 채는 매물을 부동산 중개업자 A씨 명의로 변경했다. 이후 입주일이 다가오자 다시 김 사장 명의로 등기한 것으로 밝혀졌다.

현행법상 타인의 부동산을 자신의 명의로 등기할 수 없도록 돼 있고 이를 위반했을 경우 신탁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의 벌금, 수탁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경실련의 이번 고발 조치는 김 사장 압박 카드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김 사장 측은 대응 방법을 강구하는 한편 노조에 대해 더 강력한 조치를 추가로 내놓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비리는 뜨거운 감자

사태는 노조와 김 사장이 서로 비리를 폭로하며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형국이다. 그러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양측에서 폭로하고 있는 내용은 비리의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로 내부를 살펴보면 더 큰 비리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는 것이다. 특히 는 전임 사장 시절부터 지금까지 누적된 비리가 모두 정치권과 연관돼 있다는 게 이 소식통의 설명이다.

김 사장과 노조 역시 일부 비리는 서로 연결돼 있는 부분이 있어 양측은 이 비리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의 비리는 역대 사장들 대대로 존재해 왔다. 지금 김 사장과 노조 양쪽에서 폭로하는 비리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의 일부 직원들과 사장은 비리로 서로 연결돼 있다. 사장은 직원을 통해 비자금을 만들고 이 비자금 중 일부를 직원들과 공유한 정황이 뚜렷하다. 검찰이 이런 내용을 조사하려 했지만 스폰서 검사 등으로 오히려 역풍만 맞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과거 에 대해 압수수색을 집행하려 했지만 노조가 입구를 봉쇄하고 검찰의 진입을 막아 결국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간 적이 있다. 당시 "공권력을 뛰어넘는 권력집단 "라는 비난이 적지 않았다.

또 다른 내부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드라마 제작 관련해 비리 의혹이 있다. 는 편당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드라마 제작 예산결재를 사장이 아니라 국장이 결재 처리했다.

사규를 살펴보면 소액예산집행 결재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사장이 결재하도록 명시돼 있다. 그렇지만 는 관행적으로 국장이 처리하고 있었다. 비리가 존재할 가능성이 농후한 부분이다.

이에 대해 엄기영 전 사장은 "다른 방송사에서도 다 그렇게 처리하고 있다. 관행적으로 해당 사항을 처리하고 있는데 새삼스럽게 그걸 문제 삼을 이유가 있나"라고 반문했다.

의 드라마 제작비 관련 비리 의혹도 제기된다. 드라마 세트 제작비를 비롯해 각종 비용을 처리하는 데 실제 돈이 집행된 내역이 불투명하다는 게 내부 관계자의 주장이다.

야외공연이나 무대설비 관련한 예산 횡령 의혹도 일고 있다. 의 각종 프로그램 제작 관련 하청 중 일부는 특정 회사에서 처리하는데 이 회사가 고위 내부인사와 특수관계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회사는 사업을 독점하기 위해 내부자들에게 정기적으로 수백만원씩 뇌물을 상납해 왔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조성 비자금의 종착지는

특정 예능프로그램이나 드라마 그리고 라디오 프로그램 관계자들이 연예인의 출연 등을 대가로 거액을 받아 챙긴 의혹도 증폭되고 있다. 드라마 관련 P씨, 예능프로그램 관련 Y씨, 라디오 관련 S씨 등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연예 기획사로부터 호화 접대를 받고 거액의 뇌물을 챙긴 의혹을 사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내용들에 대해 노조와 김 사장 측 누구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 노조는 김 사장의 개인 사생활을 문제 삼고 있고 김 사장은 노조의 근무태도 문제, 사규 위반 등을 문제 삼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노조에서 제기하는 김 사장 관련 의혹들을 살펴보면 내부 관계자들의 협조 없이 김 사장 혼자는 할 수 없는 부분들이다.

노조는 이런 내용을 이미 알고 있었으면서 김 사장과 관계가 틀어지자 이제야 공격카드로 삼고 있다. 그렇다면 노조는 왜 그동안 함구하고 있었는지, 만약 김 사장과의 관계가 악화되지 않았어도 이런 내용들을 폭로할 계획이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때문에 김 사장과 노조가 일정기간 밀월 관계를 유지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또 내부 관계자는 "일부 직원들이 챙긴 거액의 뇌물은 영수처리 내역과 예산 집행 내역 등을 감사를 통해 찾아 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며 "문제는 사장과 직원들이 각종 명목을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 비자금 중 일부가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비롯해 방통위 고위 인사 그리고 정권 핵심 실세 등이 비자금에 깊게 연관돼 있다. 자금 가운데 일부는 해외 사업 명목으로 해외에서 정권 고위 관계자들에게 전달된 정황도 일부 파악되고 있다.

검찰은 상당한 분량의 조사 자료를 확보한 상태지만 결정적인 증거가 확보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에 대한 본격 조사를 미루고 있다.



윤지환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