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겁고 튼튼하며 칙칙한 회색빛' 이는 일반적으로 갖게 되는 철의 이미지다. 다루는 소재 때문인지 철강업계 또한 마찬가지로 무겁고 칙칙한 느낌이다. '권위적이고 폐쇄적이며 딱딱함' 이는 군대를 떠올리면 일반적으로 드는 생각이다. 군대 문화 탓인지 오랫동안 군 복무를 한 사람들을 봐도 자연스레 위와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그렇다면 육사 출신으로 군대에서 10년 이상 복무하고 나와 25년 이상 철강업계에 몸을 담근 사람이 있다면 그에 대한 느낌은 어떨까.

장세욱 사장은 육사 출신의 철강회사 CEO다. 그러나 권위적이고 딱딱할 것 같은 이미지와는 달리 장 사장은 철강업계에서 보기 드문 감성적인 경영으로 유니온스틸을 자신의 색으로 물들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업황 악화에 전기료 인상으로 실적면에서는 고전 중이지만 장 사장 특유의 컬러경영이 유니온스틸의 미래를 밝게 하고 있다.

제강소 등 현장경험 풍부

1962년생인 장세욱 사장은 재계에서는 보기 드문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환일고를 거쳐 1985년 육군사관학교 영어과를 졸업한 장 사장은 1994년 소령으로 예편했다. 장 사장의 육군사관학교 행은 자식 중 군인이 한 명쯤은 나왔으면 하는 부친 고 장상태 동국제강 회장의 뜻에 따른 것이었다고 한다.

예편 직후 전남대 경영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장 사장은 1996년 동국제강에 입사하면서 재계와 연을 맺는다. 장 사장이 동국제강에서 단 첫 직함은 기획조정실 경영관리팀 과장이었다. 동국제강에서 1년 정도 실무를 익히고 1997년 미국으로 건너간 장 사장은 LA지사에서 근무하며 이듬해 서던캘리포니아대 경영대학원에서 MBA 과정을 이수했다.

장 사장은 귀국과 동시에 포항에 새롭게 준공된 제강소에 자원, 지원실장(부장)으로 2004년까지 장기간 근무했다. 2004년 서울로 돌아온 장 사장은 동국제강 전략경영실장으로 이사 직함을 달고 그룹의 혁신 부문을 총괄하다가 2007년 부사장으로 선임됐다. 브라질 고로 일관제철소 건립, 당진 신후판 공장 건설 등 그룹의 중장기 전략을 지휘하던 장 사장은 2010년 12월 계열사인 유니온스틸의 대표이사를 맡아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다.

직원들 사기 증진 우선

장세욱 사장의 경영스타일은 '스킨십경영' 한마디로 요약된다. 장 사장의 스킨십경영은 회사 직원들과 어울리는 빈도를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포항, 부산은 물론이고 중국, 베트남 등 국내외 어느 현장이건 직접 찾아가 직원들을 격려하는 것이 자주 목격된다. 사내에서도 점심시간이 되면 한 부서 사무실에 들러 "점심이나 같이 하자"고 하며 대화 시간을 갖고 회식 때 노래방에 가면 최신곡들을 부르는 등 소탈한 모습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고 전해진다.

장 사장은 직원들의 사기 증진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다. 포항제강소에 있을 당시 격무에 지친 직원들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서 결성한 사내 축구팀이 시장기배쟁탈대회에서 여러 차례 우승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당시 만능 스포츠맨인 장 사장은 가끔씩 회사 내 설치된 국제규격의 풋살 구장에서 직원들과 땀을 흘리곤 했다고 전해진다. 최근에는 영화관 한 개관을 통째로 빌려 직원들과 함께 최신 개봉영화를 감상하기도 하고 직원들의 생일 때 자필로 사인한 책을 선물한 적도 많다고 한다.

군인 출신이자 철강업계 CEO로 자칫 딱딱하게 여겨질 만도 하지만 장 사장은 의외로 문화ㆍ예술 쪽에 관심이 많다는 평이다. 신진 작가들에게 컬러강판인 럭스틸을 제공, 예술작품의 소재로 쓸 수 있게 만든 것이 좋은 예다. 장 사장은 지난해부터 아예 국립발레단 후원회장으로 취임해 예술사랑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홈피·근무복도 '컬러풀'

장세욱 사장은 올해로 50세가 됐다. 또한 공교롭게도 유니온스틸도 올해 12월 창사 50주년을 맞는다. 회사와 동갑인 장 사장은 지난 2010년 유니온스틸의 대표이사를 맡은 뒤로 회사를 자신의 색으로 덧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동국제강 전략경영실장으로 있을 때부터 회사의 변혁을 주도했던 장 사장이 유니온스틸을 맡을 때부터 이미 예견됐던 일이라는 평이다.

장 사장은 지난해 경영혁신추진실을 출범시키고 경영방침인 ▲신 가치 창조 ▲지속적 수익기반 구축 ▲주도적 역량 강화 실현을 선언했다. 장 사장은 이를 토대로 이달 말까지 유니온스틸만의 고유한 경영시스템을 완성할 계획이다. 기존의 전사자원관리, 통합생산관리시스템, 생산계획 및 스케줄링 등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로 핵심 정보시스템을 재구축하겠다는 목적이다.

장 사장은 또한 다양한 색채를 사용한 홈페이지 개편, 회색에서 푸른 색으로의 근무복 교체, 자율복장으로 출근하는 패밀리&캐주얼 데이 시행 등으로 내부의 변화를 이끌고 밖으로는 컬러강판 브랜드인 '럭스틸'의 론칭으로 고유의 '컬러경영'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장 사장의 시도들로 유니온스틸의 분위기 자체가 탈바꿈되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오너 배불리기 비난도

장세욱 사장은 유니온스틸 이외에도 동국제강의 사장을 겸하고 있다. 그룹의 오너인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의 동생으로서 대표 계열사인 동국제강에 발을 걸치고 있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장 사장은 최근 겸직하고 있는 계열사들에서 '오너일가 배불리기' 의혹을 받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장 사장은 동국제강의 지분 10.21%를 보유하고 있다. 15.42%를 보유 중인 장 회장에 이어 2대주주다. 장 회장 일가와 장 사장 일가는 올해 초부터 자사 주식을 한 번에 7,000~2만주 내외로 수차례 사들이며 눈길을 끌었다.

경영권 방어를 자사 주식 취득 이유로 내세웠지만 일각에서는 '실적이 별로 좋지 않은 동국제강의 고배당을 챙기려는 의도'라고 지적받기도 했다. 실제로 동국제강은 지난해 전년(1,387억원)대비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11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음에도 배당금은 동일하게 454억원을 책정, 고배당 의혹을 샀다. 회사 지분의 4분의 1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오너일가는 당기순이익을 초과하는 124억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지난 3월에는 계열사 인터지스의 등기이사로 복귀하며 구설수에 올랐다. 장 사장은 그룹 내 물류 운송을 담당하는 인터지스의 상장심사 가이드라인을 만족시키기 위해 지난해 11월 등기이사를 사임한 바 있다.

한국거래소는 기업의 상장심사를 할 때 대주주로부터 경영 독립성 여부도 확인하는데 동국제강의 2대주주인 장 사장은 사실상 동국제강이 43.8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인터지스의 대주주이기도 하다. 상장심사를 위해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가 심사 이후 바로 복귀하는 것은 드문 일이라 세간의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50주년 맞아 도약할까

장세욱 사장은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창립 50주년을 맞는 올해에는 지난날 숱한 위기를 극복했던 것처럼 우리는 이 위기를 견뎌내고 새로운 50년을 헤쳐나가야 한다"고 일갈했다. 이어 장 사장은 올해 경영방침으로 ▲지속 수익 경영(성과) ▲내실경영(변화) ▲환경변화 예측 경영(도전)을 제시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계적인 경기불황에 따른 철강시장 약세가 예상된다. 그러나 장 사장은 지난 50년간 축적해온 유니온스틸만의 기술력으로 만든 명품 컬러강판 생산으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유니온스틸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은 6기의 컬러강판 설비를 부산공장에 구비했고 조만간 3기를 더 확충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2015년까지 컬러강판 100만톤 생산체제를 갖추고 세계 제일의 컬러강판 생산업체라는 명성을 얻겠다는 계획이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