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진흙탕 싸움 벌이는 동안 가려진 FX 사업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차세대 전투기 도입사업이 졸속 추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가 논란이 예상된다. 사진은 부산 앞바다에서 펼쳐진 한미합동'키 리졸브' 훈련. 주간한국 자료사진
본지는 6.25자 <차세대전투기 사업 MB정부 재앙 되나> 기사에서 차세대전투기 도입사업(FX사업) 관련 특정 회사의 입찰이 유력하다는 등의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방위산업청은 록히드마틴사의 F-35 전투기가 차세대 전투기 기종으로 내정된 사실이 없고, 전투기의 구매가격 상승 방지를 위해 확정계약 또는 상한가 설정 방식으로 추진할 예정이며, 작전요구성능 등 내부무장 조건을 삭제한 것은 입찰 참여 업체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알려왔습니다. 또, 방위산업청 차장, 부장 교체는 FX사업과 무관하며, FX사업은 방위사업관리규정에 따라 절충교역을 추진하는 것이 원칙으로 무기중개상에 대한 커미션과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차세대 전투기 도입사업(FX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의혹으로 확대되고 있다. 사업 규모가 8조3,000억원에 이르는 만큼 숱한 논란이 제기되기 마련이지만, 가장 유력한 입찰회사가 기본적인 제안서의 서류 미비로 우리 정부가 재입찰을 준비하는 등 시작부터 의혹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7월 5일 FX 사업의 재입찰을 실시한다는 공고를 지난 20일 새로 냈다. 전날 입찰 제안서 접수를 마감한 결과, 사업에 참여한 미국의 록히드마틴사와 보잉사, 유럽항공우주방위산업(EADS) 중 보잉을 제외한 2개 업체의 서류가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F-35 전투기를 제시한 록히드마틴사의 태도다. 군 주변에서는 시험 평가를 실제 전투기 비행이 아닌 시뮬레이터로 대체하겠다고 밝혀 비판 여론에 직면한 록히드마틴이 고의로 서류를 미비하게 제출하는 등 '시간끌기'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군 주변에서는 F-35전투기가 사실상 차기 전투기 기종으로 내정됐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록히드마틴이 얼마나 선정을 낙관했으면 안이하게 서류를 준비했겠느냐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오는 실정이다.

그래서 다수의 군 관계자와 군사 전문가들은 이번 전투기 도입 사업에 대해 부정적이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처리해야 하는 중대 사안임에도 지나치게 서두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 사업이 F-35 전투기 도입이라는 '가상의' 목표를 향해 졸속으로 진행될 가능성을 지적한다.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가 FX사업을 다음 정부로 넘기라고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업을 두고 "현정부 최대 사업이 국회 등 정치권의 관심 부족으로 최악의 재앙이 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도 일각의 우려대로, FX사업이 F-35 전투기 도입으로 귀결된다면마지막까지 문제제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가격, 성능, 평가기준 등이그 이유다. 최종 구매가격의 경우 사업 확정 이후에도 계속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미국 내부의 움직임이다. 미국 의회는 지난해 8월 국가부채 상환을 조정하면서 1조 5,000억 달러에 이르는 정부예산을 향후 10년간 긴축 조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국방예산도 매년 최소 750억 달러 이상씩 10년간 조정된다.

미 정부의 야심찬 F-35 구입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미 정부는당초 향후 20년간 4,000억 달러를 투입해 F-35 2,400대를 구입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국방예산의 삭감으로 이를 축소 내지 연기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경우 미 공군은 전투기 보유대수를 현재의 1,990대에서 1,512대로 500대 정도 줄이게 된다.

록히드마틴 측의 F-35 전투기 생산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당초계획대로라면 현재 1억 2,000만달러인 기체 가격이 2016년에는 7,000만달러로 구매단가가 낮아지게 된다. 하지만 이 계획이 차질을 빚으면 향후 기체 가격은 예측이 불가능하다.

미 공군의 구매 계획 변경은 당연히 기체 개발문제에도 밀접한 영향을 끼친다. 개발과 여러 기술적 문제가 장기화 되면 개발비용으로 추가 자금이 계속 투입돼야 하기 때문에 향후 가격은 천정부지로 뛸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F-35 전투기 구매를 결정하면 확정되지 않은 가격으로 계약하는 셈이다. 어쩌면 향후에 천문학적인 제작비 상승분을 추가로 지불해야 할 수도 있다. 추가 인상분은 차기 정부가 8조3,000억원에 추가 예산을 편성할 수밖에 없다.

F-35 성능과 효율성 의문

F-35전투기의 전자프로그램이 아직 미완성단계라는 이야기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내부 무장이다. 이것이 스텔스 기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정부가 작년 상반기까지 차세대 전투기 작전요구성능(ROC)를 검토하며 스텔스 성능과 함께 내부 무장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은 이유다. 이 기능이 제 역할을 하려면 각종 무기의 외부 노출을 최소로 줄여야 한다. 하지만 방사청의 요구로 공군이 ROC를 재검토하여 내부무장 조건을 삭제했고, 포괄적 스텔스 조건을 고려한다고 변경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내부무장은 FX 평가기준에서 기술적이고 부수적인 성능으로 고려될 것이며 내부무장 능력이 없더라도 FX기종을 선정하는 데는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이뿐만이 아니다. 차세대 전투기의 선정평가 기준은 끊임없이 논란을 부르고 있다. 정부는 현재까지 나온 F-35의 블록 0.5와 블록 1.0 두 모델 중 하나를 20대 선 구매하고, 다음 정권에서 4차 사업 방식으로 40대를 도입해, 그때 블록 3.0 수준으로 업그레이드 할 계획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의 개발 속도로 보면 실전배치 가능한 블록 2.0 수준이 되기까지에도 8년은 더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한다. 존 맥케인 미 상원의원이 미 의회에서 F-35 개발 사업이 스캔들이자 비극이 되어가고 있다고 말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방위사업청 내부 동향도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장, 부장 교체의 이면에 FX 사업에 대한 청와대 개입 의혹이 깔려 있다. 지난 5월 5일 이 사업을 총괄해온 방사청 항공기 사업부장이 교체되었고 이틀 후인 7일에는 방사청 차장이 교체됐다.

방사청에 따르면 항공기 부장은 해군 출신 형이 F-X 사업 관련된 사업체에 근무 중이기 때문에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교체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미 알려진 내용인데 뒤늦게 조치를 취한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방사청 차장이 교체된 이유에 대해서는 방사청 내부에 온갖 설이 나돌고 있다. 새 차장으로 박청원 지식경제부 전 대변인이 임명됐다. 박 차장은 청와대 모 인사의 추천으로 발탁되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청와대의 수상한 움직임

방사청 간부들의 잇단 교체와 함께 최근 공군 3성급 이상 장성들의 대규모 보직 이동도 우연으로 돌리기에는 낯간지럽다.

공군 일각에서는 "현 정부가 비행기 기종 1대를 선택하기 위해 실무책임자들과 공군 간부들을 잇달아 교체나 퇴임시키고 있다"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정부는 FX사업을 비롯해 무기 구입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국가 간 방산 구매제도, 즉 FMS(Foreign Military Sale, 미국 정부가 품질 보증한 군사장비를 외국에 수출할 때 적용하는 제도)를 통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이는 미국 정부가 대신 구입해 넘겨주면 동맹국이 추후 해당비용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상대적으로 방산 장비 구매에 따른 20~30%의 커미션과 잡음, 부패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방사청 주변에는 정부가 option(선택사양), offset(별건 구매) 등을 통한 커넥션을 모색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무성하다.

무기구매에는 FMS 방식과 Commercial Sale(상업구매) 방식 두 가지가 있다. FMS의 경우 정부 대 정부간 구매방식인 만큼 거래액이 아무리 큰 건이라도 공식적인 비용이 건당 5만~10만 달러를 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중개수수료가 거의 없어 부정의 소지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한미간에 협의된 F-35 전투기 구매 방식에는 offset(옵셋: 별품구매) 조건이 포함됐다고 한다. Offset은 사전적으로 '벌충, 차감계산'을 의미하는 것으로 서로 필요한 조건을 충족시켜주는 방식을 말한다. Offset에는 direct(직접)와 indirect(간접) 방식 두 가지가 있다. 정부가 생각하는 F-35 전투기의 경우, direct 방식은 F-35와 관련된 한국 내 조립과 국내부품 판매 등을, 도입을 추진중인 방산장비와 직접 관련된 부분 내에서만 반대급부를 조건으로 내거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offset이 30% 정도 걸려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내놓고있다. 실제로 일부 무기브로커들은 현 정권 하에 차세대 전투기 FMS 방식 구매를 무산시키고, 차기 정권에서 도입을 위해 야권에도 접촉하고 있다는 말이 파다하다.



윤지환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