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상임고문이 26일 백범 김구 선생의 63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헌화 후 돌아서고 있다. 오대근기자
손학규, 중도층 공략에 사활… 출마 선언후 광폭행보
문재인, 노무현 이미지 힘이자 짐… '시대정신'으로 돌파
김두관, 친노 6두품 오히려 강점 "어느 진영도 흡수 가능"
정세균, 친노와 거리 두며 안정감·콘텐츠 부각에 총력전

사실상 완전국민경선제도 도입 무산으로 인한 비박(非朴ㆍ비 박근혜) 주자들의 보이콧 가능성이 커지는 새누리당과 달리 민주통합당에서는 예비 대선주자들이 앞다퉈 출마를 선언하면서 흥미로운 레이스가 예고되고 있다.

현재 민주통합당 내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주자는 모두 5명. 부산에서 내리 3선에 성공한 조경태 의원을 필두로 손학규 문재인 정세균 상임고문, 박준영 전남지사가 공식적으로 대권 도전에 나섰다.

여기에다 오는 10일쯤 출마 선언이 유력한 김두관 경남지사, 사실상 출마 결심을 굳힌 정동영 상임고문, 출마 의지를 다지고 있는 김영환 의원 등을 더하면 주자는 금세 7, 8명에 이른다.

또 현재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 중인 당권, 대권 분리 규정이 개정된다면 지난 1월 전당대회 때 나섰던 박영선 의원 등의 도전도 가능해진다. 그럴 경우 민주통합당 주자들은 최대 두 자릿수에 이를 수도 있다.

문재인 상임고문이 26일 서울 광장시장에서 열린 정세균 상임고문의 대선출마 선언식에 참석해 한명숙 전 대표 등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손용석기자
주자들은 총 10명쯤 될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판을 주도할 만한 강호는 이중 절반가량으로 압축될 듯하다. 친노(친 노무현) 진영의 문재인 고문, 김두관 지사, 비노(非盧ㆍ비 노무현) 측 손학규 고문, 친노와 비노의 중간지대에 있는 정세균 고문이 상대적으로 강자다. 또 17대 대선 후보였던 정동영 고문과 부산의 맹주로 자리매김한 조경태 의원 등도 주목할 만하다.

민주통합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출마를 선언한 주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저마다 장단점이 분명하다. 후보를 선출하게 될 9월 말까지 남은 3달 동안 누가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최소화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선의 화두는 이른바 '절장보단(絶長補短ㆍ장점으로 단점을 극복한다)'인 셈이다.

손학규, '중도층을 흡수하라'

정가에서는 손학규 고문에 대해 "저평가 우량주"라는 말을 많이 한다. 교수, 국회의원, 장관, 당대표 등을 두루 지낸 손 고문이 콘텐츠 면에서는 누구에게도 뒤질 게 없다는 의미다. 그런 손 고문이지만 지금까지는 임팩트가 약하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손 고문 측은 이 같은 지적을 인정하면서도 "이미지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 대선이 가까워지면 풍부한 콘텐츠가 자연스럽게 부각될 것"이라며 '이미지 안개론'으로 맞선다.

김두관 경남지사가 25일 국회에서 민주당 민평련 주최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지난 14일 출마 선언 이후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손 고문은 중도층 공략에 사활을 걸었다. 손 고문은 지난해 4ㆍ27 보궐선거 때 '사지(死地)인 분당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도 중산ㆍ중도층 공략에 성공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손 고문은 출마 선언 후 첫 정책토론회를 지난 27일 국회에서 개최했다. 주제는 '저녁이 있는 삶'으로 수도권 중산ㆍ중도층의 표심을 사로잡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편으로 손 고문은 '교수 이미지'에서 탈피, 투사적인 색채를 더하고 있다. 손 고문은 경쟁자인 문재인 고문을 '영남 후보 한계론', '실패한 국정'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손 고문 측은 "우리는 준비된 대통령, 콘텐츠가 알차고 풍부한 대통령이라는 점을 더욱 강조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문재인, '키워드는 시대정신'

문재인 고문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노 전 대통령이 있었기에 오늘날 문 고문도 있다. 하지만 대선이라는 현실 앞에서 문 고문에게 노 전 대통령은 힘이자 짐이다.

정세균 상임고문이 26일 대선출마 선언을 위해 서울 광장시장에 들어서며 손을 흔들고 있다. 손용석기자
참여정부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인 문 고문은 친노 진영에서도 핵심 중 핵심이라 할 성골(聖骨)로 통한다. 문 고문은 "참여정부보다 잘할 수 있다"며 '업그레이드 노무현'을 외치고 있다.

하지만 문 고문이 주창하는 '업그레이드 노무현'에 대해 "구체적인 실체가 없는 선언적 구호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대통령 비서실장을 역임한 것 말고는 정치적으로 내세울 만한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문 고문을 곤혹스럽게 한다.

이 같은 난관들을 문 고문은 '시대정신'으로 돌파하겠다는 각오다. 만일 문 고문이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본선에서 맞붙는다면 구도는 '노무현 대 박근혜'로 짜이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럴 경우 문 고문 측은 '시대정신'으로 박 전 위원장의 독선, 불통(不通) 이미지를 깨겠다는 전략이다.

문 고문은 지난 27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나가 다시 한 번 '시대정신'을 강조했다. 문 고문은 "현재는 지지율이 뒤지는 게 사실이지만 저는 시대정신에 부합되는 인물"이라며 "결국 대선 국면에서 국민들은 시대정신에 부합되는 인물을 뽑을 것으로 낙관한다"며 박 전 위원장과의 맞대결에서 승리를 자신했다.

김두관, '통합의 리더십'

김두관 지사는 문 고문과 같은 친노 그룹에 속한다. 하지만 친노 내부적으로 문 고문과 김 지사는 많이 다르다. 문 고문이 성골이자 중심이라면 김 지사는 '6두품'이자 변방이다.

'6두품'이라는 간판이 김 지사에게는 오히려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친노는 강한 결집력만큼이나 거부감도 크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김 지사의 공략 포인트도 여기에 있다. 친노, 반노, 중도, 진보 등 이른바 극단적인 보수를 제외한 어느 진영도 흡수할 수 있다고 김 지사 측은 주장한다. 이른바 '통합의 김두관'이다.

김 지사는 지난 25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평화국민연대 초청간담회에서 "박근혜 정권 저지를 위해 그와 대척점에 있는 김두관이 주공격수를 맡아야 한다"며 "박 전 위원장에게는 권위주의와 독선, 초엘리트주의가 있다. 박 전 위원장은 뼛속까지 특권층"이라고 날을 세웠다.

김 지사는 이어 "김두관은 개방이고 확장이다. 친노, 반노, 중도, 진보 등 다양한 진영이 모여 있다"면서 "(내가) 반드시 민주당 후보가 돼서 사회권력 교체, 정권 교체를 완성하겠다"며 사실상 출사표를 밝혔다.

정세균. '안정감과 콘텐츠'

정세균 고문에 대한 평가는 크게 둘로 나뉜다. 당대표를 2번이나 지내며 안정감을 뽐냈다는 칭찬과 함께 '관리형'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도 공존한다.

정 고문은 '미스터 스마일'이라는 별명답게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지만 때로는 강공을 걸기도 한다. 2009년 여당의 미디어법 강행 처리에 반발해 강경 투쟁을 주도했던 게 좋은 예다.

정 고문의 전략은 크게 두 가지. 친노와는 선을 그으면서 안정감과 콘텐츠를 부각시키는 것이다. 정 고문은 지난 27일 SBS 라디오에 출연해서 "가능하면 자신의 강점을 내세우는 것을 전략으로 삼아야지 우리 내부 후보를 깎아 내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문재인 고문은 좋은 분이지만 한 국가를 책임지기에는 부족한 부분도 있다"고 말해 친노와 차별화를 선언했다.

정 고문은 또 자신에 대해서는 "다른 후보들과 달리 콘텐츠가 있는 후보라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면서 "우리 사회 전역에 있는 갈등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통합과 화합의 리더십이 정세균의 브랜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부총리·국회의원·교수… '빅4' 지지기반 탄탄하네


최경호기자


손학규 문재인 정세균 상임고문과 김두관 경남지사 등 이른바 '빅 4'의 당내 지지기반은 다른 주자들과 확연히 차이가 난다.

당대표 출신인 손 고문과 정 고문은 나름대로 입지가 탄탄하고, 초선이지만 단숨에 대권주자로 떠오른 문 고문은 당내 최대 세력을 업고 있다. '이장부터 도지사'라는 스토리의 주인공인 김 지사는 최근 들어 가파른 상승세가 눈에 띈다.

원내에서는 신학용 김동철 김우남 양승조 오제세 이낙연 이찬열 이춘석 조정식 최원식 한정애 임내현 의원 등이 '손학규의 사람들'로 분류된다. 원외 인사로는 홍주열 비서실장, 민병오 정책실장, 강훈식 전 정무특보, 김주한 김경록 전 부대변인 등이 손 고문을 그림자처럼 보좌한다.

손 고문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에서는 김성수 전 성공회대 교수, 장달중 서울대 교수,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김태승 김진방 인하대 교수 등이 '손학규맨'으로 통한다.

문 고문의 지지세력은 참여정부 출신들이 주를 이룬다. 당내에서는 김경협 김상희 김윤덕 김태년 김현 도종환 민홍철 박남춘 박범계 박수현 부좌현 서영교 윤후덕 이상민 이학영 장병완 전해철 홍영표 홍익표 의원 등이 문 고문과 가깝다.

문 고문을 돕는 '담쟁이 포럼'에는 한완상 부총리,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 권기홍 전 노동부 장관, 윤광웅 전 국방부 장관, 송영무 전 해군참모총장 등이 포진해 있다.

지난달 11일에는 원혜영 전 원내대표를 비롯해 안민석 강창일 김재윤 최재천 김승남 김영록 문병호 민병두 배기운 홍의락 의원 등이 김 지사의 대선 출마를 촉구했다. 이들을 김 지사를 지지하는 그룹으로 봐도 무방하다.

이와 함께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김기재 전 행정자치부 장관, 전윤철 전 감사원장, 김재균 전현희 권영길 조승수 전 의원 등도 김 지사의 후방을 돕는다.

정 고문의 당내 기반도 다른 주자들에 밀릴 게 없다. 당내 여성의원 최다선(5선)인 이미경 의원을 비롯해 강기정 최고위원, 전병헌 최재성 박병석 이원욱 오영식 의원 등이 정 고문과 이심전심으로 통한다.

원외에서는 정 고문의 싱크탱크인 '국민시대'가 활발하게 가동되는 가운데 김수진 이화여대 교수, 장하진 전 여성가족부 장관 등이 정 고문을 힘껏 밀고 있다.


7월말 경선룰 확정→8월 경선 돌입→9월말 대선후보 선출
민주당 대선후보 선출 일정은


최경호기자


민주통합당의 제18대 대선 후보 선출 작업은 두 달 동안 진행될 것으로 예정이다. 민주통합당은 7월 25일까지 경선 룰을 확정한 뒤 8월 중순부터는 경선에 들어간다. 그리고 9월 말까지 당내 대선 후보를 선출한다.

이와 관련 민주통합당 대선준비기획단(단장 추미애 의원)은 지난 26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대선 후보 경선 룰과 관련해 논의했다. 기획단은 '완전국민경선제'와 '국민참여경선제'를 놓고 심도 있게 검토했으며, 이 중 '완전국민경선제' 도입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완전국민경선제'는 당원과 시민 구분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이고, '국민참여경선제'는 당원과 시민이 구분되는 가운데 참여 비율이 조정된다.

민주통합당이 '완전국민경선제' 채택 쪽에 무게를 두는 것은 새누리당과의 분명한 차별화에서 발생하는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또 새누리당에서는 박근혜 전 위원장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지만, 민주통합당에서는 문재인 손학규 정세균 고문과 김두관 지사 등이 '한 뼘 차' 내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다는 점도 '완전국민경선제' 도입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추미애 기획단장은 "오늘 회의에서 완전국민경선에 관한 논의가 훨씬 많았다"면서 "그러나 문제점을 심도 있게 논의하고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해 완전국민경선 쪽으로 논의를 전개하면서도 결론은 내리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추 단장은 이어 "대선주자들은 특정 조직이 가세해 변수가 되지 않도록 가능한 많이 참여하게 해달라고 한다"며 "많이 참여하게 한다는 것은 문호 개방을 의미하기 때문에 국민참여경선보다는 완전국민경선에 더 가까운 뉘앙스"라고 설명했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