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총리의 사돈 기업인 벽산그룹은 1970년대 초부터 승승장구했다. 당시 정부는 전국 방방곡곡에서 새마을운동을 벌였는데 벽산그룹은 지붕 재료인 슬레이트를 독점 공급해 사세를 키웠다. 1974년엔 국영기업 대한종합식품을 인수하는 특혜도 누렸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면서 세무조사를 받는 곤욕도 치렀다.
선경그룹(현 SK그룹) 최종현 회장은 노태우 전 대통령과 사돈이 됐던 1988년, "대통령이기 때문에 사돈을 맺자고 한 것도 아니지만 대통령이라고 해서 사돈을 맺지 못하라는 법도 없다"면서 "대통령과 사돈을 맺는 것 자체가 정경유착이 아니라 사돈끼리 부정한 방법으로 무슨 일을 도모할 때 비로소 정경유착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딸(노소영)을 며느리로 맞은 최 회장은 "앞으로 지켜보라"고 큰소리쳤지만, 끝내 사돈 덕을 봤다는 소리를 들었다. 최 회장은 주식을 통해 아들에게 변칙 증여했지만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았다. SK그룹은 1992년 제2이동통신 사업권을 따냈으나 정경유착이란 여론에 밀려 사업권을 반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1994년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을 인수하면서 현재의 SK그룹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해표 식용유로 유명했던 동방유량(현 신동방그룹)은 1990년 노태우 전 대통령 아들 노재헌씨를 사위로 맞았다. 동방유량은 1992년 홍콩페레그린증권과 합작해 동방페레그린증권사 설립을 추진했다. 당시 동방유량은 설립 요건을 갖추지 못했지만, 증권사를 세웠고 특혜 시비에 시달렸다. 신동방그룹은 그러나 1990년대 후반 외환 위기를 맞아 자금난에 시달리다 CJ그룹에 매각됐다.
이상준기자 ju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