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1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저축은행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비판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청와대를 정조준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솔로몬ㆍ보해ㆍ미래저축은행에서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으로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오르자 곧바로 청와대와 이명박(MB) 대통령 공격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4일 자신의 트위터에 "지역구 목포, 보해저축은행에서 돈을 받았다면 목포 역전에서 할복이라도 하겠습니다"라는 글로 다시 한 번 결백을 주장했다.

또 박 원내대표는 이날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해서 "(저축은행 로비 의혹은) 대선 정국을 앞두고 박지원의 입을 막기 위해, 박지원 죽이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어 "검찰이 자신 있다면 얼굴과 증거를 내놓고 당당하게 수사해야 한다. 사실도 아닌 것을 이 언론, 저 언론을 통해 매일 찔끔찔끔 흘려대는 것은 옳지 않은 방법"이라며 검찰의 태도에 강한 불만을 표했다.

박 원내대표는 저축은행 부실 사태와 관련한 국정조사 도입 여부에 대해서는 "'필요하다면'이 아니라 반드시 하자는 요구를 다시 (새누리당에) 하겠다"면서 "로비스트들과 박근혜 의원 설도 있고, 동생 박지만씨와 부인 서향희 변호사는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회장과 관계가 있다. 이런 것들을 국민 앞에 공개하자. 물론 제 의혹도 있으면 파겠다"며 정부와 여당을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다.

朴 치명상=대선 정국 찬물?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3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 소환돼 알선수재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6시간이 넘게 조사를 받았다. 이 전 의원은 임석(구속기소) 전 솔로몬저축은행 회장 등에게 수억원의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다.

또 2007년 대선 직전 이 전 의원에게 임 전 회장을 소개해준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5일 검찰에 불려나갔다. 정 의원은 임 전 회장에게 1억원 안팎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그러나 박 원내대표의 수사 방향에 대해서는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구체적인 날짜만 확정되지 않았을 뿐, 박 원내대표 역시 소환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전 의원과 정 의원 소환이 박 원내대표 수사를 위한 '균형 맞추기' 차원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청와대와 검찰이 이번 수사를 통해 어떤 형태로든 자신과 야당의 대선 정국에 치명상을 입히려 한다는 게 박 원내대표 측 주장이다. 호남을 중심으로 하는 옛 민주계의 좌장이자 야권의 주축인 박 원내대표의 예봉을 꺾고, 도덕성에 타격을 줘야 대선 정국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청와대 쪽에서는 최소한 박 원내대표의 부도덕성만 들춰도 충분한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볼 것"이라며 "당초 일각에서는 '무조건 구속'이라는 말도 나왔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까지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MB정권 부도덕성 입증"

"MB 정권, 박근혜, 검찰이 눈엣가시 같은 박지원이를 죽이려 한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박 원내대표의 방아쇠는 이미 청와대를 향했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박 원내대표가 MB가 가장 곤혹스러워하는 '대통령 친인척 비리 의혹'과 '4대강 사업 비리 의혹'을 만천하에 드러냄으로써 '난국'을 정면 돌파할 거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청와대와 검찰이 박 원내대표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려 하는 만큼, 박 원내대표도 "도덕적으로 완벽하다"고 자부하던 MB정권의 부도덕성을 집중적으로 파헤친다는 것이다.

이상득 전 의원의 검찰 소환으로 이른바 각종 비리에 연루된 'MB맨'은 20명에 이르렀다. 문제는 MB 측근들의 비리가 '과거완료형'이 아닌 '현재진행형'이라는 데 있다. 일각에서는 향후에는 대통령의 측근뿐 아니라 친인척 관련 비리도 불거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박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통합당의 핵심 관계자들은 4ㆍ11 총선 전에 이미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 측근들 및 친인척들을 깊숙이 들여다보고 있었다. 검찰의 수사가 끝내 박 원내대표를 향할 경우 그에 상응하는 반격이 펼쳐지지 않겠냐"고 귀띔했다.

현정권이 최대 치적 중 하나로 자부하는 게 4대강 사업이지만, 야권과 시민단체에서는 반대로 이를 현정권 '비리의 표본'으로 보고 있다. 박 원내대표 측이 '반격 카드'로 4대강 사업을 눈여겨보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사를 턴키 방식(일괄수주)으로 수주한 대형 건설사들의 입찰 담합 행위에 대해 1,11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검찰은 건설사들이 공사비를 부풀려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중 일부로 관련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건넨 사실을 적발했다.

하지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검찰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총 22조원이 투입된 4대강 사업에서 담합에 의한 매출이 약 4조원, 부당이득만도 1조5,000억원으로 추정되는데 1,115억원의 과징금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검찰을 강하게 비판했다.

건설사들의 입찰 담합은 4대강 사업과 관련된 비리나 특혜 중 빙산의 일각이라는 게 야당과 시민단체의 일관된 주장이다. 4대강 1차 턴키 사업 공모 결과 낙동강 10개 공구 중 8개 공구를 동지상고 출신이 최고경영자(CEO)로 있는 건설사에서 낙찰을 받은 것이 대표적이다. 동지상고는 MB의 모교로 이 학교 출신들은 현정권 들어 여러 차례 특혜 논란에 휘말렸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대형 건설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합법적으로' 돈을 만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안다"며 "단가를 책정하기 어려운 조경수, 골재 채취량 등이 대표적으로 '유동성'이 큰 항목"이라고 말했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