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대우산업개발 대표
대우자판에서 한솥밥을 먹던 '형제 회사'가 한바탕 우격다짐을 벌이고 있다. 본가인 대우송도개발에서 대우산업개발이 분가하면서 촉발된 갈등 때문이다. 다툼의 골자는 대우산업개발 매각과정에서 불거진 '자금출처'와 '계약주체' 등이다.

양사는 한치의 물러섬이 없다. 모두 민ㆍ형사상 소송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이 강경하다. 결국 이들의 싸움은 소송전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크다. 그야말로 형과 아우 중 누구 하나 피를 보지 않고는 끝나지 않을 태세다.

유상증자 과정서 파열음

대우자판은 지난 2010년 3월 워크아웃 신청 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그리고 법원이 인가한 기업회생계획에 따라 신설법인 대우자동차판매(버스판매), 대우산업개발(건설사)과 존속법인 대우송도개발(송도부지개발) 3개사로 분할됐다.

현재 대우자동차판매와 대우산업개발은 이미 매각 과정을 마친 상태다. 대우산업개발은 홍콩법인인 신흥산업개발이 지난달 7일 잔금 9억7,000만원을 치르면서 총 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마쳤다.

박상설 대우송도개발 대표
파열음이 들려온 건 대우산업개발의 유상증자 과정에서다. 증자 납입 자금 출처와 계약당사자가 어느 측인지 여부가 단초가 됐다. 선공은 대우송도개발이 날렸다. 투자유치자금 등을 문제삼으며 재매각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박상설 대우송도개발 사장은 지난달 2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7일 대우산업개발의 유상증자 납입 완료 과정이 의혹투성인데다, 경영부실화 징후를 보일 수 있는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다"며 "채권단과 법원의 승인을 받아 대우산업개발 투자자와 경영진 자격을 중지시키고 재매각을 통해 회사가 정상화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박 사장은 "법원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신설법인이 투자계약을 불법 또는 편법 이행으로 부실화될 경우 소송 등의 책임과 큰 손해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150억원 자금출처 의혹

당초 대우산업개발의 회생계획 및 투자계약상의 투자금 납입 절차는 계약금조로 50억원을 선납입 및 증자한 뒤 나머지 150억원을 중국 당국의 투자승인 절차를 거쳐 납입 및 증자하기로 돼 있었다.

인천시 부평구에 위치한 대우자판 본사 전경. 주간한국 자료사진
그러나 대우산업개발은 '중국투자승인 지연', '중국외화관리국 비준 지연' 등을 이유로 2차 투자금 납입을 차일피일 미뤘다. 이로 인해 납입 기일은 4개월 정도 늦어졌다. 이에 대우송도개발은 투자계약 해지와 주식무상소각 이행을 통보했다.

그러자 대우산업개발은 자금을 중국 투자자 명의로 전환해 뒤늦게 일방적으로 150억원의 2차 투자금을 납입한 후 투자계약을 모두 이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우송도개발은 대우산업개발이 중국 신흥산업개발로부터 자금을 유치한 150억원의 출처가 불분명하다고 주장했다. 해외투자유치 자금이라면 유상증자 납부를 지연해 3번에 걸쳐 분할 납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대우산업개발의 중국투자자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원 투자자인 신흥산업개발이 사라지고 해당 회사의 대주주이자 한국인 사위로 알려진 개인이 사적으로 조달한 자금으로 증자가 이뤄졌는데, 이를 증빙할 서류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우산업개발은 "당초 풍화그룹으로부터 투자 받기로 한 자금은 중국당국의 승인절차를 받아야 하는데 그 기간이 오래 걸려 신흥산업개발 지분 100%를 보유한 이상용 회장이 직접 투자하는 형식으로 유상증자로 납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대우산업개발은 "대우송도개발이 우리에 대한 의혹 등에 대해 검찰에 진정서를 낸 만큼 검찰에 HSBC은행을 통해 들어온 합법적 자금이라는 관련자료를 제출했다"고 덧붙였다.

계약 당사자 지위 격론

양측은 또 계약당사자가 누구냐를 놓고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대우송도개발은 "대우산업개발의 회생계획안 인가부터 투자계약 당시 대우자동차판매로 계약했기 때문에 존속법인 자사가 계약 당사자가 맞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대우산업개발은 "투자계약서에 자사가 계약권리와 의무를 승계하는 것으로 명시돼 있기 때문에 대우송도개발이 간여할 부분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미 분할이 끝난 자사를 경영권 양도계약 취소와 재매각을 대우송도개발이 추진하는 것은 법률적 권한과 권리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양측의 입장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그리고 흑백은 법정에서 드러날 전망이다. 대우송도개발이 소송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대우송도개발은 "제기할 수 있는 모든 민ㆍ형사소송을 할 것"이라며 "만일 형사상 소송이 어려울 경우 민사소송을 통해 법적 권한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 대우산업개발도 맞소송으로 명예회복과 함께 시장의 신뢰를 굳히겠다는 입장이다. 대우산업개발은 "대우송도개발이 근거 없는 의혹을 계속 제기할 경우 강력한 법적 대응도 각오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맞소송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물론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 그러나 소송전으로 양사가 경영정상화에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특히 패소한 회사의 경우엔 문제가 심각하다. 신뢰 실추로 인한 경영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송응철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