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위기론 확산되나PK "그들만의 잔치" 불만 '신비주의 마케팅'도 역효과특정 인물 장관 예약설 등 출발부터 내부 갈등 '잡음'

홍사덕(오른쪽) 박근혜 대선캠프 공동 선대위원장이 2일 오후 여의도 대선 경선 캠프 사무실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선캠프가 지난 5일 공식 발족해 대권을 향한 첫발을 내디뎠다.

그러나 닻을 올리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정수장학회 문제 등 여기저기서 잡음들이 나오고 있다. 정치적인 문제제기는 차치하더라도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에 대한 처세를 두고 말들이 무성하다. 그 중 가장 아픈 말은 "주변을 아우르는 능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정치 전문가들은 박 전 위원장이 대선을 앞두고 가장 중시해야 할 과제로 '당내 화합과 소통'을 꼽는다. 당에서 소외된 비박(非朴)계와 쇄신파 인사들을 끌어 안아 당의 기반을 더욱 확실하게 다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박근혜 대선캠프 구성은 당내 화합과 소통과는 거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특정 지역과 충성도 높은 인물로만 선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전 위원장에게 요구되는 또 다른 과제로 리더십의 변화가 거론된다. 종래 '신비주의'로 말을 적게 하다보니 실수도 적어 좋은 면도 있었지만 이제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을 책임지려면 적극적인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는 조언이다.

여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캠프가 구성의 다양화를 모색하지 않고 운영에서도 주변의 시선을 살피지 않는다면 이번 대선에서 역전패를 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TK에 이은 또 다른 TK

박근혜 캠프의 구성원을 살펴보면 TK(대구ㆍ경북) 인사들이 핵심요직을 차지한 모양새다. 우선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과 함께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캠프의 얼굴로 자리 잡은 6선의 홍사덕 전 의원은 경북 영주 출신이다.

또 다른 TK 출신인 최경환 의원은 캠프 내 모든 업무를 관장하는 길목인 총괄본부장에 발탁됐다. 대구 출신인 안종범 의원(비례대표)은 정책메시지본부장이라는 역할에다 캠프 정책위원회 위원으로 뛰게 된다. 일명 '박근혜 구상'은 거의 안 의원의 손을 거치게 되는 셈이다. 지금까지 정책메시지를 총괄한 인물은 핵심측근이던 유승민(대구 동을) 의원이었으나 이번에 안종범 의원으로 바뀌었다.

안 의원과 함께 박 전 위원장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구성원으로 '5인 공부모임'멤버인 영남대 최외출 대외협력 부총장은 기획조정특보를 맡았다. 최 특보는 박 전 위원장이 지난 2002년 한나라당을 탈당해 한국미래연합을 창당했을 때 박 전 위원장의 정책을 총괄하는 브레인으로 활동해온 오랜 측근이다. 경북 고령ㆍ성주ㆍ칠곡에서 3선을 지낸 이인기 전 의원은 직능위원으로 뛴다.

반면 같은 영남권인 PK(부산ㆍ경남)인사들은 초라하다. 특보단장에 이주영 의원이 임명되고, 정무특보와 공보위원에 이종혁ㆍ김병호 전 의원이 발탁되는 데 그쳤다.

때문에 벌써부터 PK출신 인사들 사이에서는 "현정권이 정부 핵심 인사에서 TK인사들을 중용하면서 PK인사들이 역차별을 받은 측면이 상당하다"며 "박 전 위원장의 캠프 구성을 보면 PK 출신자들은 벌써부터 희망이 꺾인다"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역대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으로 평가되는 곳이 부산을 중심으로 한 PK지역이다. 그래서 이 지역의 민심을 얻지 못하면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말이 상식처럼 돼있다. 박 전 위원장은 TK지역에서는 벌써부터 '그들만의 대통령'이지만 PK지역에서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이런 상황에 PK지역 인사들을 중용하지 않았다는 점은 향후 대선에서 크게 불리할 수도 있다는 견해가 만연하다.

대선캠프에 비박ㆍ쇄신파가 거의 없고 친박과 보수 인사가 다수를 이루는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일례로 정치발전위원에 비대위원 출신인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와 뉴라이트 출신의 박효종 서울대 교수가 선임됐다. 5년 전 이명박 대선 후보를 지지했던 뉴라이트 출신이 중용된 것은 이례적이다.

이러한 캠프 구성을 두고 일부 실세 의원이 주도적 역할을 함으로써 새롭고 참신한 느낌이 없고 캠프의 핵심 구성이 TK에 치중돼 향후 표심 공략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때문에 정치권에선 "박 전 위원장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인물들 중심으로 구성돼 현정권의 인사정책과 묘하게 오버랩된다"며 "박 전 위원장이 대통령이 되면 현 TK정권과 판박이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신비주의 마케팅 통할까

박 전 위원장의 위기론이 나오는 근거 중 하나는 '신비주의 마케팅'이다. 정치 전문가 사이에서는 "박 전 위원장이 고착된 이미지를 개선하지 않으면 대선 말미에 역작용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즉, 박 전 위원장에 대한 지지도는 현정권에 실망한 보수층의 대안이라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보수층이 기대하는 국가 지도자로 적임자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정작 대선에서 표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다.

박 전 위원장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되는 걸림돌은 '드러나지 않는 생각'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박 전 위원장이 수첩에 적힌 말만 한다거나 정치인으로서 국가 중요사안에 대해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하지 않는다고 해서 말들이 많다"며 "대중은 색깔이 분명한 지도자를 원하는데 박 전 위원장은 색깔이 분명치 않은 측면이 있다. 알 수 없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는 선택 받기 힘들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박근혜 캠프의 동향에 밝은 한 인사는 "박근혜 캠프가 다른 캠프에 비해 지나치게 폐쇄적이라는 지적이 많다"며 "내부 동향이 외부로 나가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거나 외부인의 캠프 출입을 까다롭게 하고 있어 일부에서는 '캠프가 검찰 중수부 같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친박포럼 내부 인사들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최근 친박 성향의 여러 포럼 주변에서 특정 인사가 향후 장관자리를 예약했다거나 친박인 TK지역의 유력 인사가 포럼 운영의 자금을 대고 그 대가로 향후 밝은 미래를 약속 받았다는 등의 소문이 파다하다. 실제 수개월 전부터 "향후 A씨가 캠프의 주요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는 말이 나돌았는데 정작 캠프가 구성된 지금 이 소문은 대부분 사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런 소문 탓인지 친박계 인사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신경전이 치열한 것으로 전해진다. 친박 일부에서는 "특정 인사가 자리 욕심에 과욕을 부리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어 향후 박 전 위원장이 대선에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수록 친박의 내분이 가속화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고공 행진을 지속해온 '박근혜 대세론'이 캠프 문제와 주변의 잡음들로 자칫 '위기론'으로 전환될 수 있는 가능성이 언제든 열려 있는 상황이다.



윤지환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