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9일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관훈클럽 대선주자초청 토론회에서 패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손용석기자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변했다.

교수 출신답게 선비, 젠틀맨 이미지가 강했던 손 고문이지만 최근 들어 감성에 호소하는 부드러운 어필과 함께 경쟁 상대를 매섭게 몰아치는 강공을 병행하고 있다. '강온 투 트랙(Two Track)'이다.

특히 손 고문은 당내 대선 경선에서 최대 경쟁자로 예상되는 문재인 상임고문, 김두관 전 경남지사에 대해서는 폐부를 찌르는 날카로운 공격을 가하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자신이 줄기차게 내세우고 있는 '콘텐츠 승리론(論)'을 부각시킨다.

손 고문이 주창하는 '콘텐츠 승리론'은 당장은 이미지가 강하게 느껴질지 몰라도 대선이 다가올수록 콘텐츠가 근본적인 경쟁력이라는 논리다. 손 고문의 '콘텐츠 승리론'은 '이미지 안개론' '이미지 착시론' 과도 궤를 같이 한다.

민주통합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손 고문 측은 문재인 후보를 실패한 국정 경험으로 규정짓는 한편, 김두관 후보에 대해서는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는 식의 차별화 전략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상임고문이 9일 서울 태릉선수촌을 방문해 유도 대표팀 선수들을 격려한 뒤 왕기춘 선수를 상대로 업어치기 기술을 성공시킨 후 밝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文은 콘텐츠, 金은 차차기

손 고문이 가장 자신하는 것은 역시 콘텐츠다. 교수, 장관, 도지사, 당대표, 4선 의원 등을 두루 경험한 손 고문은 경험과 경륜만 놓고 보면 여야 주자를 통틀어 으뜸이다.

문 고문에 대한 손 고문의 공략포인트도 여기서 비롯된다. 문 고문은 참여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것을 소중한 자산으로 여기지만, 손 고문의 생각은 다르다.

대통령 비서실장 이외에 문 고문이 내세울 만한 콘텐츠는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그나마 비서실장이라는 것도 '실패한 경험'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손 고문의 주장이다.

손 고문은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대통령)하고 참모(비서실장)를 어떻게 같이 이야기할 수 있느냐"며 "또 실패한 경험을 하면 뭐하냐"고 문 고문의 경력을 평가절하하고 있다.

김두관 전 경남지사가 11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의 한 주유소에서 주유체험을 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또 손 고문은 문 고문을 '영남 후보 한계론'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PK 출신인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부산 경남에서 일정 부분 그리고 호남에서 절대적 지지를 받아 당선됐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10년 전 이야기로 이번 대선에서는 그 같은 상황이 재현되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다. 그보다는 수도권, 중산층, 중도층을 흡수해야 본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전 지사에 대한 손 고문의 공세는 상대적으로 덜하다. 김 전 지사가 문 고문과 같은 친노(친 노무현) 진영일 뿐 아니라 지지기반(부산 경남ㆍPK)도 겹치는 만큼 굳이 강공 일변도로 나갈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김 전 지사에 대한 공세가 아주 없을 수는 없다. 손 고문은 김 전 지사를 향해 "이장에서 시작해서 군수, 도지사를 지난 소중한 자산이지만 문 고문의 대체자로 나타난 경향이 있다"면서 "김 지사는 민주당의 미래 지도자로 키워야 할 재목"이라고 잘라 말했다.

'문 고문의 대체자'라는 것은 이른바 '김두관 대체재론' '김두관 한계론'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고, '미래 지도자'는 오는 12월 19일에 치러지는 제18대 대선이 아닌 5년 뒤인 차차기를 의미한다.

이와 관련 민주통합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손 고문이 김 전 지사에 대해 미래의 지도자, 소중한 자산 운운하는 것은 '아직은 아니다. 좀더 커야 된다'는 말 아니겠냐"며 "문 고문과 김 전 지사를 향한 손 고문의 공세는 앞으로 더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절박한 孫의 승부수

손 고문은 어지간해서는 조바심을 내지 않는다. 손 고문이 지난해 12월 야권 통합을 이끌었을 때 "앞으로 친노가 득세할 것이다" "친노의 시대가 온다"는 말이 많았다. 그래도 손 고문은 "그래, 한 번은 오겠지. 또 지나가겠지"라며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실제로 손 고문은 4ㆍ11 총선 때까지는 정중동의 행보를 이어갔다.

그런 손 고문이지만 본격적인 대선 정국이 전개되자 이전과는 달리 적극적인 공세를 취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서울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전격 대선 출마를 선언한 게 좋은 예다.

당초 이곳은 문 고문 측이 대선 출마 선언 장소로 염두에 뒀던 곳이다. 하지만 손 고문 측은 일정을 앞당기는 한편 장소도 문 고문 측이 눈독을 들이던 곳으로 결정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손 고문 측의 이 같은 전략은 '선점효과'라는 소득으로 이어졌다.

민주통합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문재인 독주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1대1 구도를 만들기 위해 손 고문의 대선 출마 선언이 앞당겨진 것"이라며 "지난 대선에서 한 차례 실패를 경험했던 손 고문으로서는 이번 대선이 사실상 마지막 아니겠냐"고 말했다.

또 다른 야권 관계자는 "앞으로도 손 고문은 콘텐츠와 정책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슬로건이 한계에 부딪칠 경우 대선 판 자체를 뒤흔들 만한 보다 강력한 공세를 펼 수도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민주 경선레이스 내달 25일 제주에서 '스타트'


완전국민경선 방식 30일간 권역별 순회 투표… 30일까지 5명 후보 결정

최경호기자

민주통합당이 대선후보 경선 방식과 일정을 확정했다. 민주통합당은 완전국민경선 방식으로 내달 25일부터 9월 23일까지 30일간 경선을 진행하며 권역별 순회 투표를 실시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8월 25일 제주를 시작으로 울산(26일), 강원(29일)에서 순회 경선을 갖는다. 9월에는 충북(1일), 전북(2일), 인천(5일), 경남(8일), 광주 전남(9일), 부산(12일), 세종 대전 충남(15일), 대구 경북(16일), 경기(22일), 서울(23일) 순으로 각각 지역별 경선이 치러진다. 주목할 것은 지역별 순회 경선을 하면서 해당 지역의 모바일 투표 결과 또한 바로 공개하기로 한 점이다. 당은 다음달 8일부터 서류 접수, 콜센터를 통한 전화 접수, 인터넷 접수 등으로 선거인단을 모집한다.

부정을 방지하기 위해 서류 접수는 대리인 접수를 금지하고, 전화 접수에서는 휴대전화 1번호당 1명, 일반전화 1번호 2명까지만 접수를 허용키로 했다. 인터넷 접수에서는 중복 접수를 막기 위해 공인인증서를 통해 본인 확인을 하도록 했다.

한편 경선에 참여할 예비후보들 중 1차 탈락자를 결정하는 '컷오프' 방안도 확정됐다. 오는 22, 23일 후보 등록을 마친 후 1주일 간의 선거운동기간을 거쳐 30일까지 5명의 후보를 걸러낸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